너의 애착인형, 양순이에 대해
오랜만에 잠이 일찍 들거 같은 저녁이었다.
아니. 밤 9시였다. 우리에게 저녁같은 잠들긴 아쉬운 시간, 9시 조금더 딩가딩가 놀려다가 간만에 일찍 자자 생각하며 다하를 데리고 들이를 안고는 침대에 누웠을때 너가 물었다.
“양순이는 어딨지?”
그때 나와 짝지는 눈이 마주쳤다.
생각이 전혀 안난다.
들리지는 않아도 머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거 같다. 아무렇지 않은 척 거실에 찾아보자, 없네
차에있겠지, 없네
겁이 났다.
글을 쓰면서도 아찔한 마음이 든다.
다하는 아빠 무릎에 앉고 나는 들이를 앉은체
오늘 하루를 돌아보았다. 제법 오늘의 순간순간들을 잘 말해주는 다하가 너무 신기해서 나는 짝지와 눈빛으로 ‘대~박’을 말하며 하루를 돌아보는데 양순이랑 헤어진 지점을 찾지 못하겠다 싶어, 늦은 밤이 되어가지만 짝지를 다시 공원으로 보내고 다하를 재우러 들어갔다. 결국 눈물을 조금 보이는 다하는
양순이가 배고플텐데 하며 헤어지면 안되는데 하며 잠이 들었다.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아 불안감이 가득했다.
현관이 열리는 소리에 잠깐 눈붙였던 몸을 일으켜 짝지에게 갔지만 양순이가 없단다.
정말 이대로 헤어지는건가 내가 눈물이 날거 같았다. 똑같은 인형을 구해야하나,, 여러 현실적인 방법들을 고안해하면서도 헤어진 양순이가 밤에 다른이 또는 다른 공간에서 있을 생각하니 너무 슬펐다.
다하는 밤새 꿈을 꿨을까
5살을 코앞에 둔 4살이라 그런지 태연한척 양순이가 없는 아침에는 잊은듯 괜찮은 다하였다. 그렇지만 다시 양순이를 찾고 픈 마음에 어제 다녀온 카페에 디엠을 보내고 바쁜 일정속에 다시 그 길을 갔다가 갈 수 있도록 신랑에게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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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시간이라 공원을 샅샅이 찾아볼 수 없었다.
차로 주변을 그리고 공원안쪽을 보았는데, 찾고는 싶어해도 이미 마음 접은 짝지의 마음이 살포시 서운해지는 드라이브였다. 그때,
내 눈에 헛것이 보였나.
양순이가 보였다. 내가 양순이라고 하자
짝지는 돌이라 그랬다. 아닌데, 양순이 맞다고
그러자, 또 어젯 밤에도 돌이였다고 그랬다. 그런데
다시 보더니 양순이다 했다. 저 멀리 하늘을 보며 누워있는 양순이!
우리 양순이를 찾았다. 누가 가져갈까 싶어 차를 얼른 세워달라하고는 열심히 달렸다. 양순이가 추운 겨울 들판에 누워있었다. 얼마나 반갑던지 춤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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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질꼬질 가지라고 해도 안가져갈 손때묻고 솜은 풀썩 쳐져있는 양순이지만 없어서는 안될 우리 야순이
이쯤하면 양순이가 애완 동물이라도 되는거라
생명이 있는거라 생각할 이도 있겠다.
짜잔,
우리 양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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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다른 것과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아니, 바꾸지 않고 싶은 것들이 있다 생각한다.
그게 ‘의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될까.
우리 삶의 그러한 것들은 ‘억만큼을 주어도’ 바꾸지 않는 거라고 말하는 것들은 정말 가끔은 ‘억만큼치’도 안되는 것 같다. 양순이 인형, 결혼반지, 처음 산 가구, 주고받은 편지, 색바랜 커플점퍼, 그리고 생명있는 존재들, 돈으로 능력으로 점수로 매겼을 때 때론 별 것 아닌 것들이고 때론 지나가는 말로 없어도 될 것들 일지 모르겠지만, 내 삶에 들어 온 이후로는
그 ‘의미’ 때문에 살아감에 없어서 안될 ‘것’이 된다.
다시 찾고 나면 다시 ‘원래’ 익숙했던 의미가 되고는 말지만 내 마음은 안다. 존재가 주는 상징으로 인해 나는 다시 앞으로 한발짝 내밀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