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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아 Jan 21. 2022

홈파티가 끝나고 ... 닭가슴살레몬구이

냉털이자 지방털이 요리 





크리스마스며 송년회며 신년회며

몇차례의 홈파티를 하고 나면

집에 꼭 남는 재료가 있는데 바로, 레몬


다른때보다 겨울에 레몬이 남는건

해산물을 여름보다 더 많이 먹어서이지 않을까. 

 

그리고 어디 쓰기에는 많고 안쓰기에는 아까운 적은 양의 여러 종류의 허브들. 



즐겁게 먹고 즐겁게 마시며 찌운 살들도 냉장고를 채운것 못지 않게 내 옷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럴 때는

헬쓱해진 지갑을 보호하고 넉넉해진 뱃살의 인심을 덜어내기 위해

냉장고음식을 털어야한다. 








연달아 바빴던 몇번의 주말이 지나 

드디어 혼자 조용히 맞이한 주말 오전, 

무관심속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먼지들을 털어내고

눅눅해진 이불의 겉옷을 벗겨 한차례 세탁기를 돌려본다. 


한창 몸을 움직이고 나면 훌쩍 다가온 허기. 



배달시키기엔 가계도 어렵고 속도 부담스러우니

집에서 해먹도록 하자.

몸도 마음도 지쳤으니

나의 노동은 최소한으로 들어가는걸로 해야겠다. 




거듭된 다이어트 결심과 좌절의 횟수만큼 

냉동실에 켜켜이 쌓여있는 닭가슴살은 전자렌지에 휙 해동을 시키고 

그동안 양파를 한입크기로, 레몬은 향이 잘 베일수있도록 얇게 썰어놓는다. 

해동이 끝난 닭가슴살도 한입크기로 자르다 보니 

시선 끝에 사마귀처럼 뿌리가 돋고 있는 감자가 보인다. 


후. 

지방털이 음식이지만

냉털 음식이기도 하니 감자도 마저 한입크기로 자른다. 


자른 재료들에 올리브유를 휘-익 두르고

소금 후추를 넉넉하게 뿌리고

상큼하라고 레몬즙도 추가로 뿌린다.

그리고 애매하게 남은 로즈마리와 타임을 손으로 뜯어 섞는다. 


왠지 이런 지중해음식 같은 뉘앙스가 있는 음식에는

나무 숫가락으로 섞어줘야할 것 같다. 


오븐팬에 종이호일을 깔고 음식을 그 위에 잘 익도록 고루 펴서 올린다. 

180도 20분. 

그 사이 빨래를 개키고. 

아직 안익어서 다시 180도 20분. 

그 사이 걸레질 한번 하고 

왠지 노릇하며 좋겠다 싶어 다시 180도 20분. 



무려 1시간을 익혀서 드디어 완성된 나의 냉털지방털이 음식. 



시간은 길지만

재료손질하고 재료들을 버무려서 오븐에 넣기만 하면 되니 간편하게 느껴진다. 











로즈마리 한 줄기는 남겨뒀다가 멋으로 올려본다. 


여기에 딱 시원한 리슬링 한잔 마시면 딱 좋겠는데. 

주말이니까 한잔 할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할까?



서른 중반에 들면서

커피를 공복에 마시면 그렇게 심장이 쿵쾅댄다. 

저녁에도 왠지 술한잔 할것 같으니

나의 간을 위해서도 이번에는 참아보자.


하고 싶은 거 다 할수 있었던 20대와는 달리

30대는 한해 한해 새로 맞이할때마다

하나씩 포기한다. 정말 하고 싶은 걸 위해서. 



따뜻한 허브티에 먹는 닭가슴살 레몬 구이.

피어오르는 꽃향기와 버무려진 상큼한 고깃덩어리가 

올해도 나는 여전히 조금상큼한 에너지의 내가 될수 있지 않을까

조금의 희망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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