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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미상궁 라하 May 13. 2024

미일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자기개념 차이 비교

<마루 밑 아리에티>와 <공주와 개구리>  주인공의 옷차림을 소재로

1. 탐구 동기와 주요 관점          

- 왜 디즈니 주인공은 홀로 ‘밝고 튀는’ 옷을 입는가?
- 왜 지브리는 다 같이 사는 이야기에 주목하는가?

캐릭터는 작품 주제와 플롯을 이끌어가는 주체다. 캐릭터는 서사가 있는 소설이나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공통으로 볼 수 있는 이야기의 최소 단위다. 캐릭터 없는 사건도, 사건 없는 이야기도 없다. 이는 애니메이션에도 적용된다. 디즈니의 <백설공주>로 시작해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이 등장하면서, 미국과 일본은 세계적인 극장용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두각을 보였다. 

두 나라를 대표하는 디즈니와 지브리는 각각 다른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관객 대부분이 알 듯, 두 스튜디오의 작품들은 캐릭터 조형은 물론 플롯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러한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이토록 다른 까닭 중 하나가 양국의 문화적 차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범위를 좁혀, 문화심리학에서의 자기 개념을 맥락으로 하여 진행코자 한다.

본 글에서는 개봉 시기가 비슷한, 지브리의 <마루 밑 아리에티>와 디즈니의 <공주와 개구리>를 예시로 들면서 양국 자아상의 차이를 밝힌다. 나아가, 그러한 자기 개념의 특징 중 하나인 인지, 귀인, 자기 고양 등에 따라 구체적인 의견을 덧붙이려 한다.

 <마루 밑 아리에티>는 지브리 극장용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2010년에 개봉했다. 티아나와 비슷한 나이인 여성 주인공 ‘아리에티’는 태어날 때부터 ‘쇼우’라는 소년의 집 마루 밑에 숨어 살았다. 그와 조우한 아리에티는 경계 끝에 우정을 나누는데, 거처가 들통나고 엄마가 가정부에게 납치되는 등 곤경을 겪는다. 쇼우와 힘을 합쳐 엄마를 구출한 아리에티는 안전을 위해 가족과 이사해야 한다. 이사 전날 밤, 두 사람은 우정의 작별 인사를 나눈다. 쇼우는 아리에티를 자기 심장의 일부라고 하면서 심장 수술을 잘 받겠다고 얘기한다. 두 사람은 슬픔을 견디며 이별한다.
디즈니 극장용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2009년에 개봉했다. 성년에 가까운 여성 주인공 ‘티아나’는 아름다운 흑인 여성으로, 레스토랑 종업원으로 일한다. 그녀는 자칭 왕자 개구리의 부탁으로 그와 입을 맞추고, 동화와 달리 본인마저 개구리가 된다. 두 개구리는 원래 모습을 찾기 위해, 조력자를 찾아가지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찾지 못했다.’라는 조언만 듣는다. 더불어, 그들은 여러 방해로 사람이 될 기회를 아슬아슬하게 놓치고 만다. 그러나 둘은 모험에서 서로 사랑에 빠졌고, 그것을 깨달아 인간으로 돌아온다. 티아나는 인간이 된 왕자와 결혼해 왕자비가 된다. 그녀는 자기만의 레스토랑을 차린다는 꿈을 이루게 된다.


선행 연구 동향 및 작품 분석

(1) 선행 연구 경향

 각 스튜디오의 대표작이 주로 여성 서사라는 점에서, 그간 학자들은 그들을 여성이라는 맥락으로 묶어 탐구해 왔다. 그러나 북미와 동북아시아 문화권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서사 전개나 캐릭터 조형 방식이 있으며 그것이 여성주의라는 전제는 다소 피상적이다. 각 문화권에서의 바람직한 여성상은 아주 다르다. 가부장제로 묶여있다고 하더라도 그 양상의 차이가 있어 극복 방법(여성 주연 서사)도 상이하다. 그러므로 두 작품의 이해에 앞서 각 문화권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2) 작품 분석 

첫째, 티아나와 아리에티는 의상 디자인, 특히 그 변화에서 차이가 두드러진다.

먼저, 엔트위슬은 의복을 몸의 사적 경험이면서 공적인 표시라고 정의했다. 즉, 색채는 사람을 무의식중에 상대를 어떠한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만든다. 이 경우, 색채는 기호다. 세계적으로 색의 상징성은 일정 지역에서 역사적으로 전승되었다. 그러므로 색채 또한 문화의 한 표상이다. 

사진 1-1과 2-1은 두 작품의 시작 부분에서 주인공이 입은 옷을 보인다. 사진 1-2와 2-2는 이야기 마무리 단계의 의상이다. 1-3과 2-3은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의복 색상 조화를 보여준다. 이에, 아리에티는 이야기 전반에 걸쳐 같은 명도/채도의 옷차림이지만 티아나는 아주 상반된 사실을 알 수 있다. <공주와 개구리>에서 티아나는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공주’로 변한다. 탁한 느낌이던 이전 의상이 아닌 고채도/고명도 드레스로 바뀌며 그녀의 내면적 성장을 상징한다. 더불어, 아리에티와 티아나는 주변 인물과 시각적으로 섞이는 정도 또한 다르다. 사진 1-3에서 아리에티는 조연들보다 고채도 옷을 입고 있으나 복잡하기는 중년 남성이 더하다. 그녀는 작중 활발히 움직이나 그 색감은 배경과 잘 섞이는 느낌에 그친다. 반면 티아나는 변신 후, 형광 초록에 가까운 정장 차림이 된다. 그녀와 남성 파트너의 의복은 사진 2-3에서 알 수 있듯, 매우 눈에 띈다. 이러한 차이는 미국과 일본, 양국의 자기 개념 차이에서 오는 듯하다. 

아동이긴 하나, 관객은 친사회적 주인공에 노출될수록 성별과 무관하게 주인공과의 동일시 정도가 높아졌다. 이는 극장용 애니메이션 역시 해당할 것이다. 즉 주인공은 관객, 관객은 주인공이다. 상업 애니메이션은 대개 관객의 행동 방식과 욕망을 모방하므로 두 여성 주인공의 시선을 끄는 정도는 주목할 만한 요소다. 이는 ‘독립적 자기’와 ‘상호의존적 자기’와 맞닿는다. Ma와 Schoeneman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대체로 케냐인보다 ‘I am ~’ 연구에서 개인적 특성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케냐(일본과 유사한 쌀 재배 및 단체 생활 중심 문화권) 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로 자기를 정의했다. 즉 티아나와 아리에티의 시각적 화려함과 조연들과의 ‘구분’ 정도는 양국 국민의 내면적 욕망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전자는 ‘특별한 나’를, 후자는 ‘무난하게 섞이는 나’를 지향하는 것이다. 맥코비와 윌슨의 연구는 청소년이 영화 주인공의 행동을 모방하는 이유가 ‘그들처럼 되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는 걸 밝혔다. 이는 곧 독자의 ‘동일화 갈망’이 이야기 몰입도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뜻한다.


둘째, 주제로 ‘관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그 관계를 ‘누구와’ 맺느냐는 두 작품이 아주 다르다. 

<공주와 개구리>는 상대의 외관과 상황에 구애받지 않는 진정한 관계로서의 사랑을, <마루 밑 아리에티>는 여러 인물과 환경과의 주체적 공존을 주제로 삼았다. 이는 관객의 주인공 ‘동일시’를 이용한 효과와 유관하다. 양 작품은 공통적으로 ‘무언가’와의 관계를 주제로 삼았다. 다만 전자는 일대일 관계를, 후자는 인간뿐 아니라 비인간, 공간과 자연 또한 관계 상대로 삼았다. 티아나는 여타 조연의 협력이 없이, 남성 파트너와의 사랑만으로 각성 계기를 맞이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인간 대 인간의) 진정한 관계 맺기’가 맞는 난관과 극복을 보여준다. 한편 <마루 밑 아리에티>의 주인공은 남성 파트너만이 아니라 여타 조연들 및 공간과의 상호작용으로 성장한다. 그녀의 서사에서 쇼우를 제할 수는 없지만 그의 비중은 <공주와 개구리>의 ‘나빈’보다 적다. 아리에티는 공간의 변화에 유동적으로 대처하며, 감독 역시 근경보다는 원경으로 주변 배경을 화면에 함께 담는다. 그러한 시각적, 서사적 연출 차이에 따른 주제 의식은 각 문화권의 ‘이상적인 자기’로 귀결된다.

관객들은 높은 확률로, 주인공과 자기를 동일시한다. 앞서 서술했듯, 미국은 밀 재배 영향권의 개인주의 중심 문화권이고 일본은 쌀 재배 영향권의 집단주의 중심 문화권이다. ‘동일시’는 대개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는 해당 문화권의 ‘이상적인 자기’ 상과 닿아 있다. 약술하자면 전자는 독립적 자아상을, 후자는 상호의존적 자아상을 지향한다. 티아나는 나빈이라는 ‘사람’으로부터 변화하지만 아리에티는 ‘환경적’ 위협으로부터 변화한다. 이는 귀인으로서의 차이다. 더불어, 감독이 원경과 근경을 대비해 사용하는 정도는 자기 고양 및 인지와 닿아 있다. 또한 디즈니는 ‘멋지고 대단한 인물의 활약’에, 지브리는 ‘크고 위대한 자연에 자리한 작은 인간’의 이미지에 집중하곤 한다. 이는 곧 자기를 ‘미미하고 영향력 없는 존재로 파악하는 정도’의 차이를 뜻한다. 

그러므로 두 작품의 시각 디자인이나 연출, 플롯 상의 차이는 관객의 주인공 동일화 갈망뿐 아니라, 동일시와도 상당한 관련이 있다.      


인식 재확인 및 조사 의의

심리학에서 문화콘텐츠, 특히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이해하고 연구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TV 방영 애니메이션과 달리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금전적 대가를 치르고 감상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대개 값에 응당한 즐거움을 얻으려 한다. 그러한 즐거움은 동일시와 동일화 갈망에서 유래하므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대중의 보편적 정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심리학은 개인뿐 아니라 그들의 확장인 대중 역시 주목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아동과 청소년의 문화콘텐츠 관람 지침 등 매우 실용적인 기준을 확정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수가 공동으로 관람하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일정 부분 가치관 형성에 이바지한다. 그러므로 성인보다 비판적 수용이 미숙하다는 비 성인들에게, 해당 콘텐츠가 보일 만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데 이러한 관점은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다. 

본고에서는 미국과 일본, 양국의 자아상에 따라 주인공 캐릭터 형상화의 차이가 있다는 전제가 참임을 확인했다. 기존 인식이 강화하긴 했으나 일부 한계가 있음을 밝혀야 한다. 우선 전제가 참임을 가정하고 검색해 자료가 다소 편향적이라는 점과 고채도/고명도, 남성 파트너 등 조연이 서사에서 차지하는 비율 등에 정확한 수치 자료가 없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지면 부족으로 여성 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성주의적 분석을 지나쳤다는 것 역시 한계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각 문화권의 자기 형상화 경향과 대중적인 극장용 애니메이션 연출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일은 문화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림과 동시에 일종의 기준으로 기능할 것이므로 그 의의가 크다.


참고문헌

[1차 문헌]

요네바야시 히로마사(감독). (2010). 마루 밑 아리에티. [영화]. CJ엔터테인먼트

존 머스커, 론 클레먼즈(감독). (2009). 공주와 개구리. [영화].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2차 문헌]

김애령. (2014). 알파걸‘ 시대의 공주 이야기 <겨울왕국>. <여/성이론>. 30. 213-222.

리쉬제, 이종한. (2022). 미국 애니메이션에서 나타나는 악역의 색채 활용에 관한 연구. 18(1). 35-38.

백승균. (2016).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나타난 캐릭터의 재미 요소에 관한 연구. 애니메이션 연구. 15(1) 87-89.

전혜은. (2010). 섹스화된 몸-엘리자베스 그로츠와 주디스 버틀러의 육체적 페미니즘. 새물결.

정용국, 신주정. (2010). 텔레비전 만화영화의 친사회적 효과 : 보상과 동일시가 친사회적 사고와 행동 의도에 미치는 영향. 한국언론학보, 54(6), 78-100.

정이슬, 김은정. (2020). 디즈니 에니메이션의 시각적 표현에 따른 성 역할 행동 분석: 뮬란, 라푼젤, 모아나, 겨울왕국2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국 콘텐츠 학회 논문지. 20(7). 1-10.     

Maccoby, E. E. & Wilson, W. C. (1957) Identification and observational learning from films, Jouranal of Abnormal and Social Psychology. 55. 7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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