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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홀로길에 Jun 28. 2023

파도, 별거 아니야

너의 앞에 놓인 세상이 너무 크고 무섭더라도, 힘내! 넌 잘할 거야!


  꼬마는 성큼성큼 해변을 걸어 바다 바로 앞까지 갔습니다. 혼자 파도가 치는 걸 한참 동안 바라봤습니다. 겁이 날 만도 한데 꼿꼿이 서서 바다를 보고 있는 꼬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멀리서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 있는 부모님은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아이가 바다로 뛰어들지 못할 거란 확신이 있었을까요? 파도가 아이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거라 믿었을까요? 아마 세상 앞에 당당한 아이의 뒷모습이 자랑스러웠을 겁니다.


  저 역시 파도치는 세상 앞에 서 있지만 꼬마처럼 당당했는지 생각해 봅니다. 오히려 두려워 피할 곳을 찾아 뒷걸음쳐 숨기 바빴던 어린 시절의 제가 보입니다. 세상과 맞서 싸우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물어볼 곳이 없었습니다. ‘네가 거길 왜가?’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시키는 공부나 해’ 제게 돌아온 반응은 한결같았습니다. 바다와 한판 붙어볼 용기를 낸 저 꼬마가 부럽습니다.


  해보지 않으면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바다 앞에 서 보아야 하고 신발을 벗고 파도를 느껴봐야 합니다.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결국 멋지게 파도를 타고 있겠죠. 이제야 바다에 맞서 해변에 겨우 선 저는 두려운 마음을 진정시키고 멀리 수평선을 봅니다. 언젠가 가볼 저 먼 곳을 상상해 보며 첫발을 내디뎌 봅니다. 낯설고 힘들어도 결국은 잘 해낼 저 꼬마와 저에게 응원을 보내 봅니다.


  힘내! 넌 잘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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