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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홀로길에 Jul 13. 2023

닭강정은 그만

  속초 일대의 호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쓰레기는 아마도 닭강정과 게 껍데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그 닭강정은 몇 개 집어먹고 나머지는 손도 안 댄 채 상당수가 쓰레기가 되어 남겨지고 있다. 그렇게 버려진 음식물로 인해 투숙객이 퇴실 한 객실 안은 각종 냄새가 뒤섞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호텔 로비와 엘리베이터에는 쓰레기 분리수거 안내가 자세히 적혀있다. 재활용 쓰레기는 분리수거장에서, 일반쓰레기는 1층 편의점에서 종량제 봉투를 구입해 배출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재활용이나 일반쓰레기를 따로 버리고 가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이 될까 말까다. 


  여름 휴가철이지만 호텔도 경쟁이 심해 객실 요금을 인하해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 거의 매일 빈 객실이 없을 정도로 꽉 찬다. 호텔 객실은 방의 크기와 전망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가장 저렴한 객실과 가장 비싼 객실의 요금은 열 배에 달한다. 특이한 것은 저렴할수록 퇴실 후에 맞닥뜨리는 상태가 매우 나쁜 경우가 많다. 애써 단장을 마친 객실에 들어가 이리저리 눕고 들춰내고 망가뜨린 후 방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값싼 객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겪는다. 너무 이상하다. 


  나도 여행을 좋아해 수많은 호텔을 다녀봤다. 단 하루를 보내더라도 내가 머물고 잠을 잘 곳이니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하는 편이다. 전망보다는 청결과 침대의 안락함, 그리고 정숙함을 조금 더 따져본다. 엘리베이터 앞이나 차도에 인접한 곳은 여독을 풀고 잠을 청하기엔 부족하다고 느껴서 가능하면 피한다. 그렇게 하루를 호텔에서 자고 나올 때 쓰레기만큼은 정리를 하고 나오게 된다. 내가 떠나고 남은 자리의 모습이 엉망이면 청소하시는 분의 입에서 육두문자도 나오겠지만, 우선 내가 너무 마음이 불편하다. 


  한번은 남산에 있는 특급호텔에 갈 일이 있었다. 1층 로비 근처에 있는 화장실을 들렀는데 난 입구에서 몇 걸음 들어가다 돌아 나왔다. 아무리 봐도 화장실 같지 않았다. 너무 화려하고 깨끗해서 내가 잘못 들어갔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다시 봐도 화장실이라는 표시였다. 조심스레 안쪽으로 들어가며 서울에 처음 와본 촌놈처럼 두리번거렸다. 화장실은 좋은 향기가 났다. 먼지 하나 없고 세면대에 물기도 없었으며 분위기 있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바닥엔 카펫이 깔려있었는데 누워 자도 될 정도로 푹신해 보였다. 누구 하나 큰소리 내지도 않았고 행동 하나하나 조심하는 눈치였다. 


  호텔에서 보낸 며칠 동안 내 앞에 있는 사람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내가 달라진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상대의 겉모습을 보고 쉽게 판단하거나 실수하지 않도록, 값싼 방에 머문다고 값싸게 행동하지 않도록 더 주의하고 조심하자, 다짐했다. 나라는 사람은 늘 한결같은 모습이었으면 한다. ‘널리 배우고 자세히 묻고 신중히 생각하고 명확히 분별하고 독실하게 행하라’는 <중용>의 가르침처럼 내 삶에 정성을 다하고 싶다. 혹여라도 나중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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