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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홀로길에 Jul 29. 2023

글이 안 써져 행복하다

  속초 두 달 살기. 어느덧 한 달을 채워가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하루에 만 오천 보를 매일 걸으니, 집에 돌아오면 빨리 씻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고 싶다. 책을 볼 정신도 글을 쓸 여유도 없다는 것은 핑계다. 그저 귀찮아할 뿐이다. 최근 한 달이 분명 행복하고 즐겁다. 걱정도 없고 고민도 없다. 그런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하기 싫다. 마치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진다. 오늘에서야 나는, 나를 붙들고 물어본다. 왜 그래?


  너무 잘하려는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더 신경 써 일하고 요령도 피우지 않고 일했다. 아마 그래서 몸이 지친 것이다. 더위도 한몫했다. 하루 종일 태양의 뜨거움과 열기가 나도 모르게 나를 지쳐가게 했다. 나에게 있는 에너지는 몸을 유지하기에 급급했던 모양이다. 자연스럽게 쉬고 싶다는 생각 외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나마 걱정이 없어 웃으며 일하니 버텨졌다. 또 한 가지는 밤바다를 보며 앉아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에 기분이 좋아졌다.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힘들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요즘 내가 그 힘들다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침에 일어나 미숫가루 한잔을 만들어 마시고 나온다. 오전 일과가 끝나면 점심을 먹고 오후 일과를 한다. 끝나면 집에 돌아와 입었던 옷을 바로 세탁기에 넣어 빨래하며 저녁을 만들어 먹는다. 그리고 캠핑 의자 하나 어깨에 메고 해변으로 나가 모래사장에 깊숙이 의자를 눌러앉아 조명 아래에서 맥주를 마신다. 


  그런데 이런 건 여기 속초가 아니어도 어디서나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었다. 걱정과 근심이 없는 마음. 웃으며 살아가는 마음. 긍정적으로 내일을 기다리는 마음. 무엇이든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이 새삼 생각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살지 못했다. 늘 내일이 걱정이었다. 그다음 주가, 그다음 달이 걱정이었다. 하지만 걱정이 없자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그저 행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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