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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홀로길에 Feb 20. 2024

나 원래 이런 사람이야

  “난 잘해줄 땐 잘해주는데 한번 화나면 가만 안 둬”

보통은 결단력 있고 분명한 사람임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판단의 기준이 자신에게 있기에 상대나 상황, 혹은 자신의 기분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 대체로 이런 사람은 중간이 없다. 좋고 싫음의 온도 차가 극명하게 나뉜다. 웃으며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화가 나 있다. 이럴 때면 상대방은 당황하게 되고 빠르게 피로감이 쌓인다.


  자신을 모르는 것보다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할 때 가장 위험하다. 화가 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에 상대가 틀리고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일단 다툼이 시작되면 ‘과연 내가 정말 맞는 걸까?’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고 내가 맞았음을 증명하려 한다. 하지만 대체로 증명이 되지 않을 때 목소리의 크기가 커진다. 이렇게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면 이미 다툼의 본질은 저 멀리 떠나 있다. 말투를 지적하고, 나이를 묻고, 누구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는지 따지기 시작한다.


  나는 원래 어떤 사람이었을까? ‘원래’ 이런저런, 그렇게 한결같은 사람이 존재하긴 할까?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말. 이해는 되지만 실천이 힘들다. 속초에 오기 전까지 서울에서 치열하게 살아낸 나는 늘 화가 나 있었다. 조금의 손해도 용납하기 힘들었다. 나의 잘못이 아닌 것에 지적받으면 분해서 잠을 잘 수 없었다. 하루에 한두 번쯤 겪는 마음 상하는 일들이 나도 모르게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일상이 주는 우울감보다 수입이 중단된다는 불안감이 나를 서울에 붙들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작정 온 속초는 나에게 육체의 건강과 마음의 안정을 선물했다. 삶의 여러 중요한 부분이 있지만, 이번에 깨달은 것이 있다. 하나를 얻기 위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 가지고 싶지만, 그것은 욕심이다. 어르신들이 한결같이 건강이 최고라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언젠가 나에게 돈 욕심이 없다고 핀잔을 한 사람이 있다. 맞다. 난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인생이 이런 거라고, 주위에서 하는 말들을 귀담아듣고 내가 아닌 모습으로 열심히 살았다.


  내가 태어난 그 ‘원래’의 모습대로 살다 보니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아직은 부족하다. 하지만 점점 더 원래의 나로 돌아가고 있다. 늘 이렇게 생각하고 살아온 것처럼. 난 심박수가 높은 편이다. 늘 긴장 상태라는 의사의 말에 해결 방법을 물었다. 자라온 환경이 가져온 몸의 반응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즉,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서울을 떠난 지 일 년 가까이 되는 지금 심박수가 안정권에 들어섰다. 원래 나로 돌아가고 있다. 치열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소중하게 사는 법을 배워간다. 이곳 속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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