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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ene Mar 08. 2022

 Welcome to Canada!

캐나다로의 이민은 아이가 여권을 비행기에 두고 내리고 남편은 핸드폰을 잃어버리면서 요란하게 시작되었다. 연신 파파고 번역 어플을 사용하며 우여곡절 끝에 자를 받고 입국 게 한 달 전의 일이다.


출국하 날 아침, 짐을 싣고 가족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속삭이는 것 같았다. '지금이 기회야.'라고.

아버지를 처음으로 한번 안아드릴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지만 용기 내지 못했다. 지금 그러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지 모른다는 경보음에도 낯섦과 부끄러움 때문에 외면했다. 그 외면하는 찰나에 하필 세월 중력만큼 내려앉은 눈꺼풀 아래로 벌게진 아버지의 눈과 마주치고 말았다. '눈이 왜 빨갛지? 설마 우시는 건 아니겠지? 언제 이리 늙으셨데.' 하짜증이 올라왔다. 아무래도 나보다 강자여야 미워할 수 있다는 당위 같은 게 있나 보다. 노쇠한 아버지의  모습은 약자의 입장이 되어 미워했던 시간들이 죄스러움으로 밀려오고, 나를 부둥켜안고 우는 엄마에 대한 연민은 취급주의 물품처럼 조심스러워 한참 뒤에나 어볼 요량으로 더 이 묻어다.

이별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내게 와닿을 때마다 먼저 다가가거나 더 살갑게 잘해주지 못한 일들에 대한 후회가 몰려오고 이 후회는 내가 왜 캐나다로 떠나려고 했는지 반추하게 만들었다.


그런 복잡 미묘한 감정 속에 떠나온 캐나다에서의 한 달.

가장 처음 한국과 다르다 느 것은 코를 찌르는 듯한 신선하고 상쾌한 공기이다. 알래스카에서 불어오는 특유의 냄새?를 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하루 만에 적응되어 이제 더 이상 느낄 수는 없다. 

캐나다는 친절한 나라라고 들었건만 위협적인 경적과 함께 손가락 욕을, 그것도 하루에  번이나 받도 했다. 교통 체계다르고 수신호를 제대로 악하지 못한 남편의 미숙한 운전 때문이었지만  로 나는 아직까지 운전을 못하고 있다. 그 외에는 감동적일 만큼 친절한 건 맞는 것 같다. 가는 곳마다 영알못(영어 알지도 못하는)인 나와 남편의 버벅거림에도 "It's okay. Don't worry.  Not a problem."을 남발하며 정착하기 위해 해야 할 많은 수순들을 순조롭게 처리해주었다.


출국하기 전에 '가면을 쓴 나'가 아닌 '실제의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조언해주기를 거기서는 다르게 살아보라 했다. 똑같이 살 거면 뭐하러 가느냐며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는 만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눈치 보지 말고 마음대로 살아보라고. 내가 아무리 마음대로 해도 평균 범주에 들 테니 괜찮다고. 나와 정 반대 성격인 K를 예로 들며 이 상황에서 K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떠올려보고 그렇게 해보라 했다. '소심한 나'가 가장 먼저 반응하며 '내가 진짜 그럴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만들었지만 다르게 살아보라는 조언은 나를 두근거리게 만들었고 진짜 그래 볼 작정이다. 진정 지금과는 달라지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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