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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심이 Aug 01. 2021

축하한다는 말에 그렇지 못한 진심

'축하해' 그 순간 부러움이 쫓아 나와 진심 어린 마음을 몰아냈다.





축하한다는 말에 그렇지 못한 진심

사람은 참 간사한 것 같다. 비교적 내가 잘 나가고 있다고 느껴질 때는 다른 이들의 성공 또한 축하해주기 쉽지만 내 삶이 불만족스러울 때는 부러움이란 친구가 쫓아 나와 진심 어린 마음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


갈피를 못 잡고 한창 방황하던 시절, 나에겐 남에게 드러내지 못할 못난 마음이 있었다. 바로 주변 친구들이 취업했을 때 진심 어린 축하보다 부러움이 먼저 비집고 나오는 것. 분명 축하해주고 싶은데 왜 축하해주고 싶지 않은 건지. 분명 기쁜데 왜 기쁘지가 않은 건지.


임고를 할 적에, 또 임고를 떠나 잠깐 공시를 준비하던 때 내가 가장 듣기 두려웠던 것은 바로 고등학교 친구들, 대학 동기들의 취업 소식이었다. 단톡에서 한창 수다를 떨다가 "아 그리고 나 할 말 있는데"하면서 운을 떼는 취준생 친구들의 카톡은 매번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 친구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얼른 좋은 곳에 취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 순간을 마주하게 되니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또 친구들이랑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 맞다 00이 기억나? 걔 00 다닌대. 대박이지" 이런 말을 들으면 그 순간 즐거웠던 마음이 바람 빠지는 풍선처럼 바로 푸_슉_하고 가라앉았다.


나는 정체되어서 계속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만 같은데 그 사이에 그 친구는 저렇게나 앞서 나갔구나. 그동안 나는 뭐 하고 있었던 거지? 나도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왜 계속해서 이 자리인 거지? 속상한 마음에 기분이 가라앉았지만 티 내기 부끄러워 쿨한 척 열심히 호응해줬다.


내가 시험을 준비하던 몇 년 동안 내 주변 친구들은 거의 다 취업에 성공했으니 수차례 그런 감정을 경험했다. 차차 갈수록 무뎌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아니, 오히려 그 반대였다. 차차 갈수록 무뎌지기는 커녕 더 심해졌다. 아마도 나이를 점차 먹으니 조급함이 더 커져서 그랬던 모양이다.


'그래, 저 친구 길이랑 내 길은 애초부터 다른 길이야. 그리고 저 친구가 얼마나 노력했을지 내가 다 알 수 없는 노릇이잖아. 그러니까 괜히 질투하지 말자. 진심 어린 축하를 해주자' 몇 번을 다짐하고 다짐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정말로 내가 아끼는 친구들의 기분 좋은 소식은 덩달아 나를 기쁘게 했지만 왠지 모를 씁쓸한 기분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나만이 가진, 나였기에 가능했던 것들

이런 질투와 자기 연민으로 힘들 때 나는 매일 아침,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감사한 일 3가지를 적어보기로 했다. 남이 가진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감사할 일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두 개만 적고 고민하는 시간이 아까워 그냥 공부를 시작하곤 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감사한 일들이 쉽게 떠올랐다.


그래, 지금은 힘들지만 내가 피땀 흘려 노력하고 싶은 목표가 있는 것도 감사, 점심때 집에 가면 엄마가 맛있는 밥을 차려주시는 것도 감사, 내 돈 벌어 내가 공부할 수 있는 것에 감사, 날씨가 좋음에 감사, 눈이 일찍 떠져 부지런히 독서실에 올 수 있었음에 감사, 울적해도 이에 지지 않고 독서실 나올 수 있었음에 감사, 까먹지 않고 화이트 사 온 것에 감사, 오늘은 펜 똑딱 거리는 사람이 없어서 조용한 것에 감사.


이렇게 쓰다 보니 내 인생은 감사거리로 가득 차 있었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무슨 감사거리야 정신승리지' 할 수 있을 만큼 어쩌면 조금은 초라한(?) 일일 수도 있지만 그때 그 순간순간에 내가 행복을 느꼈으니 감사거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의 나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또 다른 생각이 있는데 바로 남이 경험하지 못한, 오로지 나만이 경험한 즐거운 순간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내' 친구들, '내' 가족들, '우리 집' 강아지와 함께여서 행복했던 순간들, 학교에서 '나의' 아이들, '나의' 동료 선생님들이었기에 가능했던 수많은 순간들. 그건 오로지 나만이 느끼고 나만이 경험하고 나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순간들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내가 경험한 것에 집중하니 다른 이들의 상황은 나에게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게 되었다. 내가 가진 고유한 것들에 집중할 수 있는 법을 배운 덕분인 것 같았다.


남이 가진 것이 아닌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 주었다.





'띵동'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열어보세요.  

나는 보통 특별한 날 선물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생일을 맞이하였을 때, 축하할 일이 생겼을 때와 같이 매일 있지 않기에 특별한 날. 그런 날 선물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나는 매일 선물을 받고 있었다.


생일날 받은 선물은 나를 기쁘고 설레게 한다. 포장된 상자를 열어볼 때 무엇이 나올까 두근두근 기대가 된다. 그리고 이 선물을 준비해준 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런데 난 매일 나에게 배달되는 '오늘'이란 하루를 이토록 떨리는 마음으로,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해본 적이 있었을까? 나를 위해 이 선물을 준비해준 이에게 눈을 뜨며 감사해본 적이 있었을까?


어쩌면 한 번도 감사해보지 않았을 선물, 어쩌면 매일 배달되어 어느새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을 선물, 아니면 어쩌면 배달된지도 모를 선물. 오늘 하루가 지루했던 사람도, 행복했던 사람도, 괴로웠던 사람도, 슬펐던 사람도, 그저 그랬던 사람도 모두 받은 선물. 그것은 바로 '오늘'이라는 선물이다.


나는 오늘 아침에도  '오늘'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당연한 듯 보이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 오늘 누구에게는 배달되었지만 누구에게는 배달되지 않은 것.


나는 오늘 하루가 배달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보기로 했다! 설령 그 하루가 행복으로만 가득 차지 않아도 말이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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