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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rbaChoi Feb 27. 2023

을의 Digital Finance블로그(11)

SW저작권에 대한 개방적 접근을 통한 품질과 재사용성 제고  

SW개발은 개발자에게 고도의 집중력과 창의성을 요구하는,  존중받아 마땅한 개인의 창작활동이다. 개발자들이 단순히 기능을 구현한다는 관점을 넘어서,  소명의식과 자부심을 가지고 고품질의 SW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SW저작권에 대해 보다 개방적으로 접근하면,  SW의 품질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직 내에서 개발된 SW의 재사용성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서,  기업 간, 관련 업계에서도 이를 재사용,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여 개별기업을 뛰어 넘는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SW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개발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SW개발과정에서의 기여도를 제대로 인정하는 것을 넘어, 개발된 SW의 소유권을 인정해 주는 접근법을 고민한다면 개발자가 정말 혼을 담은 시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 수요가 급증하고 개발자 품귀현상이 극심하던 시기에,  지인으로부터 SW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정작 개발자들이 생각보다 자긍심이 적은 것에 놀랐다는 말씀을 들었다.  그분이 금융기관에 입사하기 전에 법학을 전공하고 있을 때, 90년대 후반 최초로 국내 SW 권리를 법적으로 정의하는 공론화 과정에 참여했던 이야기를 해 주셨다.  그 당시 SW가 특허권인지 저작권인지에 대해 치열한 논쟁이 있었는데,  최종 결정을 위해 대법원에서는 대학별로 공청회를 수차례 개최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당시 SW를 저작권으로 최종 정리했는데, 주요 기준으로 특허권은 반복 재현할 수 있는 성격(예를 들면 CPU, 메모리, 주변장치 등을 묶어서 하나의 Personal Computer로 작동할 경우, 반복 재현할 수 있는 성격의 특허권에 해당한다)을 가진 반면에,  저작권은  시나 소설처럼 단어 하나 표현 하나를 바꾸더라도 의미와 가치가 달라져서 반복 재현을 보장할 수는 없는 영역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단어 하나, 기호 하나를 변화시켜도 그 결과가 달라지는 SW는 저작권, 저작인격권의 영역이라고 판단했다는 거다.  그래서 특허권 분쟁의 경우에는 민사로 종결되지만, 저작(인격)권 분쟁의 경우 민사재판 판결과 함께 형사재판 판결(손해배상)도 동시에 같이 내린다고 한다.  SW는 사람의 기본적인 인격권인 만큼 더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특허권보다 저작(인격)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논리가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현업 업무를 담당했던 그분 입장에서는 이렇게 중요한 창작활동을 하는 개발자들이 그만큼 존중받지도 못하고 또 개발자 본인들도 그만큼 자긍심이 없는 것이 놀랍다는 관점을 이야기했는데,  개인적으로 많이 공감하게 되었다.    


대화 중 나는 개발자 개인이 동기부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이 저작권과도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고민하게 되었다. 사실 IT서비스업에서  대부분의 SW는 기업/조직의 소유이지, 개발자 개인의 소유가 아니다.  SW산출물은 고도의 개인적인 창작활동이자 복수 개발자, 이해관계자 간의 긴밀한 협업 활동의 결과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프로그래머 개인이 아니라  자본을 제공하는 기업이 (개발환경과 시설을 제공하고, 또 개발과정에 참여하는 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제공한다는 관점에서) 투자에 대한 리턴으로서 SW산출물을 소유한다.  물론 SW를 개발하는 과정에 기여도가 높은 특급 개발자는 해당 회사에서 인정받고 더 나은 처우를 받겠지만, SW자체는 대부분 기업의 소유이다.  여기에는 개인의 창작능력이 핵심적인 시, 소설, 음악의 경우와 달리 SW개발에서는 개별 개발자의 기여도를 측정하기가 훨씬 어려운 점도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음악의 경우에도 과거 포크 송 음반을 내던 시절과 달리, 요즈음 음악 산업에서는 싱어송 라이터 개인의 역량보다,   엔터테인먼트 회사 차원에서 역량을 활용하여 회사가  음악의 소유권을 더 많이 가져가기도 한다.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초기부터 뮤지션을 발굴하고, 제반 환경을 제공하고,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SNS 마케팅까지 책임지고 투자한다는 측면에서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SW 중에서도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Utility, 패키지 SW와 달리  기업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일반 상용 Application의 경우, 개발자가 고품질의 SW를 개발하도록 하는 동기부여 요인은 더 적다.  우선 해당 SW는 발주사의 소유이지, 수행사의 소유가 아니다. 나아가 대부분 개발자는 수행사(대형 SI사) 소속이라기보다, 협력사 소속의 개발자, 또는 프리랜서들이다.  내 소유도 아니고, 내 회사 소유도 아닌 SW에 혼을 담은 시공을 기대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개발자들은 개발이 끝났다 하더라도 계속 보살펴야 하는 SW산출물(옥동자)을 대신 출산하는 대리모 역할로 인식하기도 한다.  누구나 개인이 심혈을 기울인 산출물(시든 소설이든)에 대해서는 애착이 있다.  종종 개발이 종료된 후에도, 갑사(발주사)의 요청으로 유지보수 개발자로 남기도 하지만,  SI개발 단가 대비 유지보수 단가가 낮은 관계로 좋은 개발자는 결국 다른 사냥감(SI개발 프로젝트)을 찾아 떠난다.  


만약 SW개발과정에서 개인의 기여를 인정하고, 나아가 SW소유권을 인정해 준다면,  개인이 창의력과 잠재력을 극대화하면서 훨씬 더 고품질의 SW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시, 소설, 음악에 대한 소유권이 시인, 소설가, 뮤지션에 있듯이, SW에 대한 소유권이 개발자에게 귀속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합리적이다. SW개발 도구와 기법의 발전에 따라 개인의 기여도가 높아지고 이를 추적할 수 있다면, 개발자 개인에게 소유권을 부여하는 접근법도 더 타당성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개발, 마이크로 서비스에 대해 희망을 가져보게 된다. 마이크로 서비스가 충분히 작고 개인의 창작활동의 기여분이 충분히 크다면,  점점 더 조직, 팀이 아니라 개인의 작업을 더 인정하고 나아가 저작권도 부여할 수 있는 세상으로 발전할 것이라 생각된다.  또 개발된 SW가 운영되어 작동한 만큼 개발자에게 보상도 돌아갈 수 있다면,  개발한 SW를 유지보수 발전시킬 수 있는 충분한 동기부여 요인이 될 것이다.  개발된 SW가 점점 마이크로서비스화 되면서, (기여도가 높은 개발자에게 인정과 감사의 표시로서) 해당 마이크로서비스에 NFT를 발행해 주는 방안도 고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NFT를 발행해서 SNS상에 내가 이런 SW를 만드는데 이런 기여를 했다는 것을 공적으로 인정해 줌으로써 개발자 Community에서 지명도를 높여주고, 자긍심과 성장과 발전을 위한 강력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현실로 돌아와 보면, 우리가 진행하는 개발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진행함으로써 개발의 품질을 높이고 역량 있는 개발자들을 동기부여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개발과정에서 협업 툴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개발 과정에서의 논의 과정을 기록하고 전체로 투명하게 공유하면,  자연스럽게 누가 더 큰 기여를 하는지 알 수 있다.  협업툴을 잘 사용하면, 그 자체가  성과평가를 위한 기록이 된다.  필자의 경우에도  레거시 조직에서 디지털본부를 만들어 협업 툴을 이용한 개발과정을 세팅하는 과정에서,  높은 직급으로 들어온 시니어 개발자가 신입 개발자보다 기여도가 낮은 것이 협업툴을 통해 자연스럽게 투명하게 공개되는 환경을 참지 못하고,  입사 얼마 후에 그 시니어 개발자가 자진퇴사하는 상황을 목격하기도 하였다.  


SW를 잘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는 재사용성을 높이기 위함이기도 하다.  해당 SW모듈, 해당 마이크로서비스가 재사용된다면,  사회전체적으로 소중한 개발자 역량을 더 중요한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용어상 재사용과 재활용을 구분해보고자 한다.  쓰레기 재활용처럼 재활용을 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는 측면에서, 미리 잘 만들어 놓고 추가적인 노력 없이 사용하자는 재사용이 더 적합한 용어라고 생각한다. 재사용을 위한 방안 중 자사가 소유한 SW를 판매하거나 외부에서 구매하여 재사용을 추진하는 방안,  기업 내 재사용성을 높이기 위한 "엔지니어링 센타" 조직하여 재사용을 장려하는 방안, 그리고 이너소스와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금융기관이 소유한 SW를 판매하거나 외부에서 구매하여 재사용을 추진하는 방안이다.  통상 금융기관에서 개발하는 SW는 판매목적이 아니라, 내부 사용 목적으로 SI계약을 통해 구축된다.  종종 업무 SW가 금융기관 간에 거래되기도 하지만,  실제 판매하는 금융기관이  추가 수입을 얻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한다기보다는,  대형 SI사업자가 프로젝트 수행 시 프로젝트 리스크를 줄이려는 관점에서 SW구매거래를 중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카카오 뱅크 출범 시 코아 뱅킹 SW를 전북은행으로 부터 구입하여, 대형 SI사업자가 구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종종 중개과정에서,  업무 SW 판매를 통해 영업비밀이 누출된다고 생각하는 판매하는 금융기관 소속 경영진의 판단으로 거래가 무산되기도 한다.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구입한 SW에 커스터마이즈 기능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고(최초부터 판매용으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커스터마이징 기능이 약함),  또 구현하는 금융기관에서 고유한 요건을 반영하고자 하는 요구가 강해서 소스코드 레벨로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코아 프로세스가 그리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고객가치 전달관점),  조직과 프로세스를 구입하는 SW에 맞게 변경하는 방식이 훨씬 더 경제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판매하는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추가적인 수익창출원으로 보는 것보다,  판매하는 SW를 외부와 같이 개선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입장에서 타 금융기관에 판매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근본적인 경쟁력은 IT자체보다는, SW를 사용하는 조직과 프로세스의 경쟁력 그리고 지속적으로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경쟁력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두 번째, 금융그룹 또는 개별 금융기관 내에 재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엔지니어링 센타"를 조직하여  재사용 가능한 공통모듈을 식별하고 재사용성을 장려하는 방안이다.  금융그룹차원에서 보면,  신속한 출시를 위해 계열사별로 디지털 플랫폼을 별도로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계열사별로 유사한 "마이 데이타 플랫폼"을 구축하기도 하고, 계열사별 모바일 디지털 플랫폼도 동일한 구성요소가 많다.  특히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의 마이크로서비스 방식으로 개발하면서, 개별 금융기관의 디지털 플랫폼 간에도  회원관리, 계좌관리, 프로모션관리, 어드민기능 등 동일한 마이크로서비스들이 다수 존재한다.  기술 중심의 엔지니어링 센타를 통해,  중복을 제거하고 향후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더 빠르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 가는 접근법이 기술적으로 점점 더 실현가능해지고 있다.  


셋째, 금융기관과 그룹 내 IT자회사와 SW에 대해 공동소유하거나, 또는 외부 SI사와  SW 산출물을 공동소유하면서 새로운 파트너십 기반을 가져가는 방식도 고민해 보면 좋겠다.  SW소유권에 대해서 이미 정부는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미 국방, 외교 등 기밀이 필수적인 분야가 아니면, 개발사의 SW소유권을 인정하고 있다.  개발사가 영세한 1인 사업자인 경우에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개발이 끝난 SW에 대한 소유권을 사업자가 보유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SW사업의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한 전향적인 접근법이다. 근래 대형 SI사업자 또한 해당 그룹 계열사와 SI프로젝트 계약 시 SW에 대한 공동소유 권한을 획득하고 있다.  나아가 그룹의 SW소스를 모아서, 새로운 AI코딩 서비스 (예를 들면 적절한 SQL 추천)를 준비하기 위한 기반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네 번째, 재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이너소스(조직내부에 오픈소스 방식을 도입)를 추진하고,  나아가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방안이다.  금융기관 내부에서 이너소스 과제를 추진하는 것도 방법인데, 외부 SI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개발자 풀이 크지 않아서 자체 개발자 커뮤니티를 만들기 어려운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선택하기 어려운 방안이다.  하지만 인소싱 비중이 커져가고 역량 있는 개발자 비중이 커져간다면,  혁신의 방법으로도 이너소스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 같다.  나아가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참여하여,  개발한 SW를 오픈하고 발전시켜서  관련 기업고객들의 수용도를 높이면,  미래의 BaaS(Banking as a Service)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유해 갈 수 있을 것이다. 


금융기관은 SW소유권 관점에서 보수(배타적 소유권 보유, Copyright)와 진보(개방, Copyleft)라는 스펙트럼에서 보면 보수에 가깝다.  금융기관이 보유하는 SW판매와 공동개선, 개발사와의 SW소유권 공유, 이너소스와 오픈소스에의 참여는, SW소유권 관점에서 폐쇄적인 극우성향의 금융기관을 중도 우파로 변경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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