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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rbaChoi Mar 02. 2023

을의 Digital Finance 블로그(12)

Digital 시대에 맞는 탄력적인 IT전략수립 방안은? 

산업화 시대에 유효했던 전통적인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방식을 벗어나서,  사전에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청사진을 준비하고, Big Bang보다는  Phased 접근법 (Modernization)을, Waterfall보다는 Agile 접근법을 선택하면서  ABCDE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고객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진화시켜 나가는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7~8년 주기로 차세대 시스템(NGBS : Next Generation Business System)을 구축하면서, 빠르게 기술변화를 반영하고 대고객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해 왔다.  기반 기술관점에서 보면, 폐쇄적인 IBM Mainframe에서 Unix, 최근에는 개방형 Linux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로 빠르게 변화해 왔다.  (언어측면에서도 PL/1, Cobol에서 Java로 전환) 미국, 일본 등에서 아직도 Mainframe 시스템을 사용하는 금융기관이 상당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빠른 속도로 대응해 왔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국내 금융기관 CIO시절 Mainframe COBOL 시스템을 담당한 적이 있었는데,  안정적인 Architecture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고, 개발자가 어떻게 화면으로 구현할지까지 정해져 있어서  현업이 이야기하면 정말 신속하게 요건을 구현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제한된 환경이지만 비지니스 요건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점은 정말 장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COBOL개발자를 구하기가 정말 어려워지고 있었고,  Mainframe의 폐쇄적인 프로토콜(SNA)등으로 외부 인터넷 세상과 연결하기 어려운 점과 함께  경쟁이 없는 독점적 가격책정에 대한 부담(IBM Mainframe)으로 국내에는 이제 Mainframe을 사용하는 고객이 거의 없다.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ISP(Information System Planning), EA (Enterprise Architecture) 컨설팅에 대한 수요가 많았었다.  금융기관 내부적으로 보면, 차세대 추진을 위한 사전 계획에 1~2년이 소요되고, 다시 ISP, EA 컨설팅, 대규모 시스템 발주 등으로 계획기간만 1년이 추가 소요되는 대형 사업으로 추진되었다.  사전계획에는 현 시스템의 문제점, 차세대 시스템의 방향,  예상 기간과 투자금액을 포함하였으나, 컨설팅을 통해 구체화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컨설팅사를 통해 벤치마킹도 진행하고, 주요 기술요소를 비교 검토해서 아키텍처도 수립하고,  현업 요건을 취합하여 차세대 시스템 추진계획을 보고하고 승인받는 절차를 거쳤다.  차세대 추진을 위한 내부 조직을 구성하여 현 시스템의 문제점과 프로세스를 파악하기 위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대규모 투자이므로 충분히 검토했다는 기록을 남겨야 하는 의도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장시간을 노력해서 나온 ISP 산출물이 , 정말 시간에 비례해서 의미 있는 상세계획이었느냐에 대해서는 점점 의문이 커져가고 있었다. 실제 차세대의 청사진과 주요 추진방향은 항상 대동소이했다고 생각한다.  (고객중심, 신속한 상품출시를 위한 Product Factory,  멀티채널의 수용,  고객분석과 통합리스크 관리 등)  개인적으로는 2000년대 중순을 넘어가면서,  우리 금융시스템은 대략적인 수준에서는 선진국을 따라잡았다고 본다.  국내에서 (Corebanking 패키지는 커스터마이징 요건이 많아 도입되지 못했지만)  관리회계, 고객관리, 리스크 관리 등의 해외 Package솔루션들을 개별적으로 구현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체 Custom SI방식으로 전환했던 시점이 이미 2000년대 중반이었다.  결국  우리나라 고유의 요건에 대한 반영이 중요한데,  이는 ISP와 EA컨설팅으로는 풀 수 없는 상세한 Visioning과 요건정의가 필요한 영역이었다. 실질적으로는 요건정의, 분석, 설계와 구축이라는 실제 SI프로젝트를 통해서 찾아야 되는 해답이었고,  내부 인력이 부족한 금융기관은 대부분 외부 SI에 의존하는 상황이었다. 


통상 SI추진 과정에서 변경될 가능성이 높은 요건 정의와 추진 계획에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따라가야 할 벤치마킹 대상이 명확하고,  미래 요건이 확정적이라면 모르겠지만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식으로 추진하는 차세대 계획은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어떻게 보면 거대 자본을 가진  발주사(금융기관)가 자본의 논리로 추상적인 문제를 내면, 수행사(컨설팅사, SI사)가 결국 구체적인 답을 낼 수 있을거라는 가정이 있었다고도 생각되었다.   ISP컨설팅과 EA컨설팅을 제공해야 하는 컨설팅사 입장에서도,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는 컨설팅 결과물을 제공해야 되는 고민이 컸지만,  결국 비지니스가 되니 과거 산출물 또는 유사 금융기관 산출물을 재활용하면서 대응해 왔다.  금융기관과 컨설팅사, SI사 모두 차세대 추진, 디지털 추진계획을 위한 다른 접근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된다.  


아래 차세대와 디지털 추진계획을 추진하는 몇 가지 관점을 제시해 본다.  

첫째,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청사진, 전략옵션을 수립하고  정기적 리뷰를 통해 계획을 수정하는 방법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변화하는 시대에서 우선 차세대, 디지털 추진을 위해 1~2년을 소비하는 것은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불확실한 미래를 정의하는 상세한 요건정의, 정확한 투자계획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미래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또 외부 컨설팅에 맡기면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선진국 대비 많이 뒤처져 있고, 또  벤치마킹할 수 있는 대상이 명확할 때나 가능했던 과거의 상황이라는 생각이다.  새로운 기술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전략옵션을 수립하고 시나리오 플래닝을 하는 것이 더 적합한 비지니스 환경이 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투자대비 효과분석의 관점도 정량적인 측면보다는 정성적인 측면에서 정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IT투자대비 효과분석에 있어서,  손익분기점 분석이나 IRR 분석은 대부분 행정적인 숫자놀음에 불과한데 과도한 재무분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통상적으로 대략적인 투자금액을 정당화하기 위한 정도로  추가적인 매출, 비용절감을 설정하고 IRR, ROI, Payback Period를 역산하는 방식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생각해 본다.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서도  초기 계획을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정기적 리뷰를 통해 일정과 예산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외부SI 의존도를 줄이고 내부역량에 의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록 대규모 프로젝트로 정의하는 위험을 피할 수 있게 된다. 

둘째, Big Bang이 아닌 Phased 접근법, 나아가 점진적 개선 접근법을 택해야 한다. 개발방법도 Waterfall이 아닌 Agile 개발방법으로 전환해 가야 한다.  금융기관 내부로 Big Bang을 택하는 배경에는,  사실 대규모 대마불사 프로젝트로,  장기 프로젝트로 만들면 이를 책임지는 경영진의 재임기간을 늘릴 수도 있고,  KPI달성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다른 측면으로는  시스템 구축을 위한 금융기관 내부 수행능력과 현업, IT인력 부족에 기인한 바도 크다고 생각한다.  또한 행정처리절차가 복잡한 금융기관에서 여러 번에 걸쳐 프로젝트 투자 승인을 얻기도 어렵고, 여러 번 발주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서 프로젝트는 항상 "대마불사"  대형 프로젝트가 되기 쉽다.  종종 Mainfram, Unix, Linux와 같은 기반 기술의 변화를 동반한 차세대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디지털 프로젝트도 대형 프로젝트 정의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셋째,  ABCDE 신기술 적용에 있어,  사전에 자체인력 중심으로 선도개발과 실험을 통해 리스크를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형 SI계약을 체결할 때, 선도개발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은데  종종 제안된 아키텍처를 검증하기 위한 목적에 그치게 된다.  가능한 자체인력으로, 대형 SI사업 추진 전에 수행하여 기술 장악력을 확보하고 사전에 리스크를 제거할 수 있으면,  프로젝트의 안정성을 더 담보할 수 있다.  ABCDE(AI, Blockchain, Cloud, Data, Eco) 신기술의 경우,  실험을 통해 리스크만이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새로운 고객경험)를 탐색할 수 있다.  내부직원이 기술적인 속성과 원리를 이해하게 되면, 차별화된 비지니스 기회도 탐색할 수 있게 된다.

넷째,  클라우드, 패키지 등 가능한 외부자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포함해야 한다.  망분리 규정도 있지만  Sandbox를 포함한 여러 가지 방식으로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방법은 많이 있다.  실행 속도를 높이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클라우드는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또한 해외 패키지이든, 국내 패키지이든 가능한 패키지에 맞추어 조직과 프로세스까지 맞추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커스터마이징 요건이 과연 커스터마이징 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현업 리더와 IT 리더가 진지하게 논의해봐야 할 사항이다.  이런 측면에서 2022년 H사 손보사 차세대 구축을 하는 데 있어,  자체개발보다 패키지를 활용하기로 결정하고,  적극적으로 타 경쟁사 차세대 시스템을 탐색하고 구입해서 적극활용하려는 새로운 움직임은 바람직한 차세대 추진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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