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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rbaChoi Mar 07. 2023

을의 Digital Finance 블로그(13)

디지털 시대의 글로벌 금융 IT 전략방향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대한민국에서,  금융산업의  글로벌 사업 확대는 항상 언급되는 전략과제 중의 하나이다.  글로벌 제조강국에서 K-Culture 를 통해 비제조 영역으로도 글로벌 확대가 가능한 상황에서, 국내 금융산업의  저성장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방안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금융이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기는 하지만 4대 금융지주사도 아직 글로벌 사업규모가 전체사업의 약 10%에 불과한 초기 단계라,  금융기관의 글로벌 사업확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본 블로그에서는 금융기관의 글로벌 사업  확대 전략에 맞추어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글로벌 IT전략방향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우선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통상적인 글로벌 전략을 선진국 시장/이머징 마켓,  자본시장/Retail시장 그리고 진출 방법 관점에서 살펴보자.  IB와 자본시장 영역에서는 선진국 시장이 매력적이지만,  국내 금융기관의 부족한  자본럭과 브랜드 파워를 감안하면 아직은 공격적인 진출보다는 제휴 전략이 유효한 영역이라고 생각된다.  반면 Retail 금융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이머징 마켓이 더 매력적인데,  문화적으로도 적합도가 있는 동남아의 우선순위가 높으며,  성장속도가 느린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보다는 M&A를 통한 비유기적 성장(Non Organic Growth)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글로벌 사업도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정말 국내 금융기관이 가진 핵심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하면서 추진되어야 한다.  이미 글로벌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을 활용하는 방법, 국내의 디지털 금융 경험을 활용하는 방법 등 국내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경쟁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더 깊이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아래에서는 특히 통상적인 IT지원 범위를 넘어서는,  M&A를 통해 동남아 Retail 금융에 진출할 때  고민해 봐야 할 글로벌 IT전략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글로벌 IT전략방향을 고민할 때,  지금까지의 국내 금융기관의 사업 추진 히스토리를 같이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은행, 증권, 보험, 캐피털, 저축은행 등 여러 국내 금융기관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지만, 비교적 규모가 큰 M&A는 지주사 소속 은행 중심으로 추진되어 왔다.  통상 M&A의 경우, 실사과정 (Due Dilligence)을 거치지만, 종종 IT는 주요 변수로 다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국내 모 금융기관  대비 규모가 작은 동남아 금융기관이 M&A대상일 때 우리가 흡수합병한다는 우월의식도 있어 IT를 깊이 다루고 있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Retail금융의 핵심인 IT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도,  기존 은행의 해외점포 시스템을 활용하여 재구축하거나, 국내 차세대 시스템의 개발 방식과 유사하게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글로벌 사업 추진에서 시행착오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글로벌에 진출한 국내금융기관들의 IT전략수립과 추진에 값비싼 경험을 치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역으로 국내에 진출한 HSBC은행, Citi은행 등 글로벌 금융기들이 Retail 영역에서 현지화에 실패하고 철수하는 경우가 많았던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반면 성공적으로 현지화하여 운영 중인 외국계 보험사 등 국내에 성공적인 해외 금융기관을 살펴보면,  전략부터 IT 시스템까지 현지화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점이 눈에 띈다. 글로벌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국내와는 다른 문화, 언어, 비지니스 환경, IT생태계 등을 고민하면서, 인수한 금융기관에 적합한 전략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사업 추진의 히스토리를 기반으로,  비지니스와 IT에 있어서 글로벌 금융 IT와 국내금융 IT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짚어보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문화와 언어가 다르다는 점이 정말 중요한 요인이다.  업무 성과와 속도를 중시하는 국내  금융기관 문화에 대비하여, 동남아 많은 나라들은  사회적 분위기,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동기부여 요인도 다르고,  중시하는 가치도 다르다.  영어와 현지어, 한국어를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종종 명확한 의사소통을 어렵게 하고, IT를 추진하기 위한 명확한 문서화를 위해 추가적인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둘째, 금융업은 전형적인 라이선스 산업이고, 이머징 마켓에서의  감독당국 역할은 절대적이다.    통상 자국의 고용과 성장을 중시하는 현지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자국산업발전에 도움이 적은 개인여신의 디지털 라이선스를 허용하는 데는 보수적인 입장이다.  나아가 IT개발에 있어서도 자국 고용확대 측면에서, 본국인력보다는 현지 인력과 파트너들을 활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 감독 당국의 입장이다.  또한 현지 감독당국은 다양한 각종 보고서(Regulatory Report)를  요구할 뿐만 아니라,  비공식적인 레드 테이프를 통해서 업무진행 속도를 내는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셋째, Retail 금융 비지니스는 개인고객들의 행동습관에 기반하는데,  현지 금융제도와 제반 환경에 따라 형성된 개인고객들의 행동습관은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소득공제 등의 세제지원과 포인트 경쟁으로 형성된 국내의 높은 신용카드 사용율은 국내 고유의 상황이다.  현금 사용율, 신용 카드사용율, 개인 여신에 대한 금융기관 접근성 등은 현지마다 모두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KYC(Know Your Customer)에 따라 수집하는 개인정보 확인절차와 고객정보동의 등 제반 규정도 다르고, 이런 환경을 반영하여 형성된 고객행동습관의 차이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넷째, IT시스템을 구축하는 생태계와 환경이 나라마다 상이하다.  서구 중심의 Hardware, Software 솔루션은 동일하다고 할 수 있으나,  국내 대비  업무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패키지 수용성이 더 높고, 커스터마이징 요구도 훨씬 적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국내 대비 Custom SI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인력과 SI사업자가 드물기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지의 현업도 국내처럼 차세대 시스템의 요건 수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업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도, 국내에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UI Framework을 포함하여 단기 개발속도를 높이는 대신 중장기적 기술부채가 많은 솔루션을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해당 솔루션은 주변 HW, SW환경 변화에  맞게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화면을 그렇게 많이 생성해야 하는 이유를 찾기 힘들다는 측면도 생각해 볼 만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국내 금융기관의 경우,  경쟁적으로 그만 그만한 상품과 서비스를 매년 새롭게 출시하여, 글로벌 금융기관 대비 평균적으로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는 점도 국내금융기관은 글로벌 금융기관 대비 상대적으로 개발도 많이 해야하고 운영부담도 높은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과 국내금융의 이러한 차이점과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글로벌 IT를 추진할 때  고려해야 할  몇 가지 관점을 고민해 봤다.    

 

첫째, 현지 금융기관의  명확한 비지니스 전략 수립이 가장 최우선이다.  비지니스 전략이 날카롭지 않으면,  전략을 지원하기 위한  IT자원 투자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종종 국내의 차세대 프로젝트 방식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기도 한다.  고객, 채널, 상품 관점에서  어떤 핵심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할지,  영업점 채널과 디지털 채널 비중을 어떻게 할지 ( 인터넷보다 모바일에 집중하는 방안 검토 포함),  금융상품중에서도 어떤 상품을 중심(예 개인신용대출)으로 추진할지 등에 대해 비지니스 전략을 명확히 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내처럼 광범위한 고객을 대상으로,  많은 상품/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만들면서, 모든 온/오프라인 채널을 개발, 운영하는 것은 글로벌 사업에서 정말 많은 인적자원과 재무적 투자를 요구한다.  우리가 가진 강점 (디지털 금융 경험,  현지에 진출한 국내 제조기업과의 관계 등)을 레버리지 하면서, 현지 환경에 적합한 디지털 뱅크 청사진을 실현하는 전략방향을 명확히 해 나가면,  이에 맞추어 글로벌 IT전략 방향을 잘 설정해 갈 수 있다.   


둘째, 국내에서 적용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IT전략을 수립하고 실행계획 구체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컨설팅사를 통한 통상적인 ISP계획 수립과 SI발주 진행은,  현지 금융기관의 고유한 비지니스 전략과 핵심 역량을 간과하고, 국내 방식으로 IT 시스템 구축계획을 수립하게 한다.  가능한 현지 금융기관의 비지니스, IT인력에게 오너쉽을 주고,  국내 본사에서는 전문성을 지원하는 방식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IT역량을 구축하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국내와 다르게 글로벌에서는 업무 패키지를 활용하는 데 적극적이다. 신속한 구축과 유지보수 측면에서,  글로벌 업무 패키지 솔루션을 사용하는 것은 매력적인 옵션이다.  판매되고 있는 코아 업무 패키지 솔루션은 나름대로 이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유연성, 신기술 적합성, 지원역량을 포함한 판단기준을 잘 정립하고 가격협상을 위한 시나리오도 잘 준비해 가야 한다.  

    

셋째,  시스템 구축과 운영의 실행력을 현지와 국내에서 확보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차세대를 기획하고 발주하면,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이를 책임지고 수행할 SI사업자들이 있다.  하지만 국내 본사 인력이 현지인력으로 파견을 가거나, 국내 SI사 인력이 출장 가서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으로는 구축 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된다. 추가적인 여비와 체제비 부담뿐만이 아니라, 이머징 마켓 대비 기본적으로 국내 인력의 인건비가 높기 때문이다.  국내 IT인력은 아키텍처와 분석/설계 리딩과 같은 고급 전문가 역할을 수행하거나,  본사의 핵심 SW솔루션의 재사용을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  현지 인력은 지속적인 유지보수를 담당할 수 있는 개발 인력으로 구분하여 역할을 나누는 것도 방법이다.  국내처럼 SI사업자에 의존하는 방식,  내부 IT인력 비중이 적은 방식으로는 현지에서 디지털, IT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성공적인 글로벌 IT 사례 중의 하나인 H은행이 진출한 인도네시아 은행의 경우,  현지에 파견된 국내 IT인력은 2~3명에 불과하고, 전체 100명의 현지 IT인력이  아웃소싱에 의존하지 않고 대부분의 IT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핵심적인 패키지 솔루션으로 글로벌 패키지를 선정할 경우에는,  해당 패키지에 전문성이 있는 파트너를 잘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용 가능한 국내 업무  패키지 솔루션회사가 있다면,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중장기적인 관계를 모색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넷째, 클라우드를 적극 검토하여,  클라우드 인프라와 SaaS솔루션 등을 활용하는 방법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본사에서 적용하고 있는 클라우드 기술이 있다면, 이를 현지에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 효과적일 것이다.  클라우드 전문가는 국내에도 희소하므로, 본사에서 설정하는 표준화된 클라우드 기술을  Managed Service, SaaS 상품 방식으로 재사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가야 한다.  외부 SI사업자의 경우, 클라우드 사용료는 SI 사업매출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적극적으로 권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신기술 전문가가 적은 이머징 마켓에서는 클라우드 수용에 대해 저항감이 높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초기부터 강하게 본사 클라우드 전문가 중심으로 클라우드를 검토하는 방식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IT 전략의 다른 측면으로, 국내 금융 IT를 위해  해외 개발자를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IT개발자가 양적으로 부족하고, 개발자 처우 상승으로 개발단가 또한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다.  해외 개발자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의 과거 경험에 기반하여,  국내에 해외개발자를 활용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저렴한 단가의 중국 개발자, 인도 개발자 등을 국내 금융 SI사업 또는 유지보수 운영사업에 활용해 보려고 했지만,  성공적이 못했다.  금융에는 Custom SI사업이 많았는데,  문서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모국어를 사용하면서  상주 방식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국내 개발자를 활용하는 것이 보다 생산성이 높았다.  반면에 일본은 Custom SI에 문서화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상대적으로 중국 개발자(일본어, 한국어도 가능한)를 활용하기 용이했고,  국내 제조업 ERP(SAP) 패키지 사업의 경우, 기술 Set이 공통적이어서 인도 개발자 활용이 용이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언어와 일하는 문화차이로 인한 커뮤니케이션 문제,  원격 근무에 대한 거부감 등이 있지만,  해외개발자 활용은 국내의 부족한 개발자 역량확보 측면과 가격적인 측면에서 매력적이다.  우선 추진 업무영역으로는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금융 도메인 영역보다,  커뮤니케이션 부담이 적은 단순개발영역(화면, 인터페이스) 또는 반대로 고급AI영역을 우선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적으로도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하여, 원격에서 근무하지만 보안성이 확보된 개발환경을 구축하는 방안도 모색되고 있다.  무엇보다 문제를 잘 분석하고, 작업을 나누어서 관리할 수 있는 국내 전문가를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만든다면,  해외 개발자와 효과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구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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