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이버링 Jul 10. 2024

아들을 위로하려다 위로를 받았다.

엄마가 어릴 때 말이야..

“엄마, 걔가 나보다 수학을 더 잘하는 것 같아. 아무래도 나보다 더 오래 학원을 다녀서 그렇겠지?”


친한 친구가 자기보다 수학을  잘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열세 살 아들의 표정이 시무룩하다. 하교 후 아들의 수학학원에 차로 데려다주는 길이었다. 신호가 바뀌어 차가 정차했다. 마침 내가 어릴 적 다녔던 피아노학원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아들을 위로할 대책이 번뜩 떠올라 내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엄마가 어릴 때 피아노학원을 다녔는데... “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아 체르니 100번을 시작했고, 금세 체르니 30번을 치게 된 어린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당시 피아노 학원을 먼저 다녔던 아이들이 나를 시샘했다. “선생님 왜 쟤는 벌써 체르니 30번을 쳐요? 저는 몇 년 걸렸는데...” 원장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는 친구들에게 더 많이, 더 열심히 연습하면 진도를 많이 빼주겠다고 했다. 레슨 도중 나에게는 비밀스럽게 말해줬다. 내가 집중도 잘하고 피아노에 소질이 있어 보인다고. 어른이 되어서는 내가 그 정도로 소질이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이 말은 아들에게 하지 않았다.


“엄마는 그래서 꼭 학원을 오래 다녔다고 해서 더 잘하는 건 아니라는 걸 이미 어릴 때 경험했어. 너도 방학 때 더 열심히 집중해 봐. 엄마 눈에 우리 아들은 짧게 집중해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내는 스타일이 맞는데? 엄마 아들이잖아.”


차가 어느새 아들의 수학학원 앞에 도착했다. 아들은 내리기 전에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엄마처럼 나에게 따뜻하게 말해주는 엄마는 없을 거야. 다녀올게!“


위로해주려다 내가 위로 받았네, 아이쿠.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의 부엌에서 일어나는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