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기는 어떻게 책이 되었을까?
2023년 6월 28일 <출간을 제안합니다.>라는 메일을 받았다. 아이들과 호주 두 달 살기 기록을 초고로 엮어 출판사에 투고한 지 약 50일 만이었다. 하루 만에 출판계약서에 서명하고 약 한 달 만에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마침내 2023년 8월 2일 <우리의 겨울이 호주의 여름을 만나면>이 출간되어 배송을 시작했다.
이제 곧 출간 1년이 되는 날이다. 브런치에서 '출판', '출간'을 검색해 통째로 찾아 읽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나도 어엿한(?) 출간 작가가 되었다. 앞서 간 브런치 작가님들의 소중한 후기가 출간을 시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출간 후 1년, 출간을 준비하는 나와 비슷한 누군가에게 자그마한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남겨본다.
나는 전업작가가 아니다. IT 전공자로서 대기업에서 3년 8개월 근무, 대학으로 이직하여 14년 차 교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비전공자가 출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책과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고는 어렵지 않을까.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독서가 1) 내 인생과 2) 자녀 양육을 성공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열쇠임을 깨닫게 해 준 책이다.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는 글쓰기 능력과 문해력을 갖출 것을 당부했다. 작은 시작으로 블로그에 일상기록을 시작했다. 남이 쓴 탐스러운 글은 질투가 났다. 그래서 잘 쓴 글을 따라 쓰거나 응용하면서 아장아장 썼다. 인스타그램에도 독후감, 일기, 여행, 맛집후기 등 장르를 넘나드는 '아무 글'을 썼다. 가끔 인친(인스타 팔로워)들로부터 '글 잘 쓴다.'는 칭찬을 들으면 마음이 덩실거렸다. 브런치 작가도 됐다. 그럼에도 내가 비전공자라는 사실과 번듯한 글쓰기 수업을 듣고 전문가로부터 '글 잘 쓴다.'는 인정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 마음에 늘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다.
2023년 1월, 육아휴직 후 아이들과 호주 두 달 살기를 했고, 3월부터 두 아이가 등교하면 블로그로 출근하여 두 달 살기의 기록을 쏟아냈다. 호주에서 찍은 사진이 1만 장이 넘었는데 거의 모든 사진과 함께 떠오른 기억도 전부 글로 기록했다. 호주에 가기 전 '책을 내볼까?' 하는 손톱만큼의 의도가 있었다. 브런치 작가도 합격했으니 브런치북을 만들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행 중 떠오른 생각이나 느낌을 간단하게 메모했고, 인스타그램에도 기록했다. 그 뼈대에 살을 붙이는 작업은 두 달이 넘도록 끝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빠르게 실패하기>라는 책을 읽게 됐는데 이제껏 쓴 내용으로 투고를 해보자는 용기가 솟았다. 브런치에서 초고 양식, 출간기획서 양식, 출판사 이메일 리스트 찾는 법, 탈고를 위한 멘탈관리 등 출판과정에 관한 현실적인 정보를 얻었다. 특히 브런치 작가님 한 분이 초고 작성부터 투고, 출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브런치북으로 엮어 출판에 ‘ㅊ'도 모르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됐다. 이 중요한 과정들을 친절하게 기록하여 공개하다니! 그때 글쓰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이름만 대도 알만 한 메이저 출판사 30군데쯤 메일을 보냈고, 1주일 뒤 30군데, 2주일 뒤 60군데에 출간계획서와 초고를 보냈다. 한 달에 걸쳐 약 120여 출판사에 투고 메일을 보낸 것 같다. 우리나라에 출판사가 2천 군데가 넘는다는 사실도 그즈음 알았다. 출판사 투고 메일 주소 검색에도 하루가 꼬박 걸렸다. 예스24 홈페이지에서 [여행], [에세이] 분야 인기도서의 출판사 이메일을 검색했다. 대부분 인스타그램, 블로그, 홈페이지에 투고용 메일주소를 공개하고 있지만, 공개하지 않는 경우 전자책을 다운로드하여 마지막 페이지에서 출판사 이메일 주소 찾아내는 수고도 마다 하지 않았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 노력은 결고 하찮지 않았다. 심지어 누군가는 투고 메일 리스트를 판매하고 있었다. 메일 주소를 모으는데 한나절이 걸릴 줄 알았으면 그 리스트를 돈 주고 살 걸 그랬다. 어쨌거나 이렇게 모은 이메일 주소를 한 번에 ‘받을사람’에 기입하지 않고 내용을 달리하여 각각 메일을 보냈다. 그래야 성의가 있어 보인다고 어디선가 봤기 때문이다. 보낸 메일 중 일부는 자동회신이 왔고, 1-7일 이내에 공손히 거절 메일을 보낸 곳도 더러 있었지만 무응답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중 뜻밖의 회신이 도착했다.
*출간 후 1년 (2)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