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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이버링 Nov 23. 2024

자녀교육 심폐소생술(CPR)

부모라면 내 아이가 능력을 십분 발휘해 좋은 대학에 가고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기를 희망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그 과정은 순탄치 않다. 공부를 시킨다고 다 잘하는 것도 아니고, 또 공부만 잘해서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도 아니다. 좋은 대학을 나온다 해도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는다는 보장이 없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부모로서 내 아이를 어떻게 교육하는 게 맞을까?


망망대해를 항해할 때 나침반이 없으면 안 되는 것처럼, 자녀 교육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챙겨야 할 소신이 있다. 이 질문을 며칠간 부여잡고 생각한 결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로 스스로에게 처방을 내렸다. 내 아이에게 효과가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내가 실천할 편안하게 실천할 수 있는 처방. 중학교 입학을 앞둔 첫째 아이를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막막해 죽기(?) 직전인 나를 심폐소생할 CPR을 발견했다.


<CPR 자녀교육 심폐소생술>

본래 CPR은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의 줄임말인데 길을 잃고 방황하는 자녀교육에 생명을 불어넣어 줄 처방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아래와 같이 새롭게 정의했다.


C: Cheer up (격려) :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갖고 격려하는 일

P: Prompt (지시) : 질문을 통해 사고력을 키움으로써 목적의식을 분명히 하는 일

R: Role-model (롤 모델) : 부모가 자녀에게 모범이 되는 일



1. 격려: 부모의 역할 중 제일은 '격려'다. 이것은 반드시 신뢰에서 우러나오는 격려여야 하며 아래 세 가지 믿음이 부모의 마음에 기본값으로 설정돼 있어야 한다.

1) 너도 잘하고 싶을 것이다.
2) 너는 분명 잘 될 것이다.
3) 나는 너의 선택을 지지한다. 단,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너를 지지하지만 안전하게 지킬 의무도 있다. 훈련을 통해 담금질하고, 너의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면 힘든 시간도 견뎌야 할 것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아이를 훈련하고 격려하는 일은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아침 일찍 일어나 어젯밤 미처 끝내지 못한 숙제를 완수한 아이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늦잠의 유혹을 떨치고 일찍 일어난 너를 칭찬해. 너는 아침부터 작은 성공을 해냈어. 숙제는 약속인데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너를 칭찬한다. 이 노력으로 너는 레벨업 한 거야. 축하한다."


게임이 재밌는 이유 중 하나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만큼 레벨업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행동에 의미를 부여해 칭찬하면 모든 노력이 레벨업을 위한 코인처럼 차곡차곡 쌓이게 되고, 자기 효능감으로 무장한 자녀는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2. 질문: 좋은 질문은 해답만큼 힘이 있다. 사람은 질문을 받으면 답을 하기 위해 사고(思考)를 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는 부모가 되고 싶다. 부모 세대와 달리 자녀들은 AI와 협력을 통해 삶을 꾸려나갈 것이다. 나는 내 자녀가 AI 소비계급에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인간은 생산자로서 기계의 우위를 선점해야 하며 기계에게 명령을 내리는 능력이 계급이 되는 미래는 반드시 온다. AI Prompt는 특정작업을 수행하도록 생성형 AI에게 요청하는 명령어이다. 이 명령어가 구체적일수록 원하는 바를 정확히 얻어낼 수 있다. AI 프롬프트에 '편안한 의자를 설계해 줘.'라고 입력하는 것과, '그랑콩포르 스타일로 신장 165cm의 수험생이 앉는 의자를 설계해 줘.'라고 입력하는 것의 차이는 확연하다. 아는 만큼 구체적으로 질문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처럼 의구심을 갖고 해답을 찾는 대화를 나누어 사고력을 키우고, 아이에게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질문하고 설명하는 법을 훈련할 것이다. (그에 걸맞은 사교육도 필요하다면 시킬 생각이다.)



3. 롤모델(Role model):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불변의 진리가 있다. 부모는 자식의 롤모델이라는 것이다. 자녀가 책을 많이 읽기를 바란다면 부모도 독서를 해야 한다. 자녀가 자기 주도적으로 인생을 설계하기를 바란다면 부모도 주도적으로 살아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자녀가 모험을 즐기기를 바란다면 부모가 모험에 정면으로 부딪혀보는 산 경험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내 인생의 목표에 전념해야 한다.



위의 CPR을 바탕으로 2025년 자녀교육 실천목표를 만들어 보았다.  


1. 격려를 위한 세 가지 마음가짐을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고 아침마다 되뇐다. 내 마음을 매일 고백한다.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의 의미를 발견해 주고 차곡차곡 적립해 준다.           

2. 질문을 자주 던진다. 내가 고민하는 것을 함께 나누고, 아이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묻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함께 고민하고, 알고 있는 내용이나 새로 배운 내용을 응용해 대화한다. 독후 활동을 장려한다.

3.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독서와 글쓰기)에 전념한다. 나의 작은 성과를 아이들과 나눈다. 미래의 나를 상상하고 현재로 끌어당긴다. 아이들이 공부할 때 나도 함께 내 일에 전념한다.


최근 읽은 책 <원씽>에서 원하는 바를 성취하려면 목표 달성을 위한 단 하나의 일에만 집중하라고 했다. 내가 자녀교육을 위해 해야 하는 단 하나의 일은, '좋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말에는 불문율이 있다. '좋은 말이 아니면 하지 말아라.' 2025년에는 한 마디 한 마디 정성을 들여 대화하고 표현하는 엄마, 그리고 나 자신이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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