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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이버링 Nov 27. 2024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해 보자

내 꿈이 뭔지 떠오르지 않는다면

얼마 전 벤저민 하디의 <퓨쳐셀프> 3회독을 마쳤다. 이 책은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책에서 얻은 공식을 내 삶이라는 변수에 대입해 적용해 보아야 한다. 성실한 3회독의 결과 나는 '램프의 지니'를 얻었다. 잘만 사용한다면 원하는 미래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램프를 다룰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니에게 원하는 바를 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주문해야 되고, 심지어 내가 그것을 이미 이뤘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미래의 나를 현재로 끌어당겨 꿈꾸는 바를 이룰 확률이 높아진다. 이것이 '램프의 지니'가 작동하는 원리다. 갖지도 않았는데 이미 받았다고 생각하라니,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구체적으로 상상해야 한다니, 상상의 자유 속에서 나는 말 못 할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바라는 미래가 뭔지 모른 채 살아왔기 때문이다.


건강하면 좋겠고 부자면 좋겠다. 월급이 오르고 승진하면 좋겠다. 아이가 시험을 잘 보기를, 코로나 검사 후 음성이 나오기를 바랐다. 오늘이 무탈하길 바랐다. 과거로부터 안전하게 현재의 징검다리를 건널 수 있다면 그뿐이었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꿈꾸는 것은 허황돼 보였고, 미래를 상상하는 일은 아이들에게나 허용된 일이라 생각했다. 내 예측이 다 현실이 된다면 대박 날 줄 알았던 주식 종목이 어째서 곤두박질쳤겠는가. 한 치 앞만 겨우 내다보던 내게 <퓨쳐셀프>는 5년 뒤, 10년 뒤의 삶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상상하라고 주문했다. 내 뇌는 그것에 전혀 훈련이 되지 않았다.


김호연의 소설 <고스트 라이터즈>에는 대필작가 김시영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차유나라는 배우는 그에게 자신이 어떤 영화의 여주인공 배역을 맡게 되는 시나리오를 써 달라고 요구한다. 김시영은 큰돈을 받고 차유나의 삶 전반과 최근 동향을 쫓은 뒤 그녀의 목표가 실현되는 시나리오를 작성한다. 놀랍게도 그 시나리오는 현실이 됐고 김시영은 차유나의 전속(?) 고스트라이터가 된다. <퓨쳐셀프>를 읽은 직후 읽은 소설이기에 소름이 돋았다. 누군가 내 삶을 고스트라이팅 해준다면 내 인생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을까? 고스트라이터가 쓴 시나리오대로 상황을 만들어가기만 해도 목적이 달성된다면 얼마나 놀라울까. 만약 그 시나리오를 내가 쓸 수 있다면?


머릿속에 산발적으로 흩어진 버킷리스트를 뒤져보았다. 스위스 융프라우를 거치는 캠핑카 여행, 은퇴 후 호주에서 하는 홈스테이 사업, 좀 더 과감해보자면 부자들의 구루(guru)가 되어 지혜를 나누고 그 소득으로 남은 삶을 부족함 없이 살고 싶다는 꿈도 있다. 이 버킷리스트들은 현재와 연결된 것이 하나도 없다. 구루가 되기 위해 지금부터 무엇을 할지, 몇 살 때 얼마만큼의 돈을 모아 캠핑카 여행과 홈스테이를 실현할지에 대해서는 아무 대책이 없다. 그 자체로 너무 즉흥적이거나 다소 허황된 버킷리스트이다.


나는 그나마 양반일지도 모른다. 내 주위 가까운 지인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글쎄, 내가 뭘 원하는지 나도 모르겠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최악은 “너는 꿈이 뭐야?”라고 물었는데 “자식이 잘 되는 것”이라고 답한 사람이다. 어떤 사람은 명품백이고 어떤 사람은 퇴사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남편에게 인생의 목표가 뭐냐 물으면 '부자가 되는 것'이라고 답한다. 그 답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하지만 나는 나만의 소중한 램프의 지니를 잘 활용해보고 싶다. 이왕이면 녀석에게 좀 큰 소망을 빌어보는 것이다. 널찍하고 쾌적한 나만의 방을 갖고 싶다는 것보다, 마음껏 해외여행을 하고 싶다는 꿈보다 더 큰걸 바라고 싶다. 이왕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지니를 얻었으니 이 정도의 주문을 해보면 어떨까?



나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거야!



만약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면,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런 짜릿한 상상으로 시작해 보자. 유퀴즈에 유재석과 나란히 출연하는 유명인사가 된다거나, 노벨상을 받는다거나, 대한민국 국민 거의 모두가 구매해 사용하는 발명품의 창시자가 된다거나, 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거나, 내 이름으로 만든 브랜드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다거나... 상상할수록 헛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이런 과감한 아이디어들을 서너 개쯤 늘어놓고 나면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왜? 못할 건 또 뭐야.
이제껏 세상을 놀라게 한 사람들도
과거엔 누군가의 옆집 어린이였고,
마트 단골 아저씨였을 거 아니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미래'라는 탑을 허공에 쌓아보자. 이제부터는 그 탑 아래로 돌을 쌓으면 되는 것이다.  <퓨쳐셀프>는 기나긴 삶의 여정에서 미래를 꿈꾸고 상상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한 사람만이 미래를 현재로 끌어당길 수 있다고 말한다. 집을 짓는데도 수개월이 걸리는데, 수십 년 뒤 나의 핑크빛 미래를 상상하는데 몇 년도 투자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만약 내가 뭘 원하는지조차 알기 힘들다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해 보겠다는 계획에서 출발해 보면 어떨까.



인간이라는 존재인 우리는 이 행성에서  다른 종이 갖지 못한 독특한 특징을 지녔다.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능력. 거기에 대해 인간은 미래의 가능성을 깊이 생각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 그 행동은 미래의 예측을 동력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모든 경우 인간은 자신이 상상하는 미래를 근거로 행동한다. 원하는 것에서 시작해 거꾸로 가라.


이처럼 놀라운 삶의 철학이 또 있을까? 미래의 나와 연결하는 것이 현재의 나를 발전시키고 상황을 나아지게 한다. '지금의 삶'이라는 금광을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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