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벗에게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는 정치를 잘 모른다. 특히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뒤로는 잘 모르고 싶어졌다. 그것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부끄러운 일이 맞다. 알면 속상하기만 하고 나 따위가 열변을 토해봤자 계란 껍데기만 부서질 게 뻔하니 쿠크다스 멘탈인 나는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유시민의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으로 윤석열에 대한 그의 솔직한 의견을 읽었다. 일부는 동의하고 일부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런데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하나의 생각이 있었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문단을 읽었을 때 마음이 쿵하고 말았다.
“4050세대는 ‘젊은 벗’으로 여긴다. 그리 어렵지 않게 대화할 수 있다고 느낀다. 젊은 벗들한테 말하고 싶다. 그대들이 앞으로 40년 한국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그대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지적 문화적 역량이 희망의 크기를 결정한다고. 그대들이 다음 세대의 존경을 받는 어른이 되었다면 대한민국은 사람 살만한 세상이 되어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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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은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쓴다. 그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책을 많이 봐서다. 책은 필연적으로 과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쓰는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기 때문이다. 그의 의견에는 빠짐없이 그가 읽었던 책, 역사가 깔려있다. 그는 과거의 책과 기록들을 현세대를 위한 선물처럼 찾아내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는데 부족함이 없이 썼다.
큰별쌤 최태성 선생님의 <역사의 쓸모>를 읽었을 때 나는 과거로부터 배워서 현재에 실패하지 않는 지혜가 가장 높은 경지의 지혜라고 느꼈다. 조국의 <가불선진국>을 읽었을 때, 과거가 된 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국가를 가불선진국이 아닌 온전한 선진국이 될 수 있도록 제시한 통찰력에 감탄했다. 아무리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고 국민이 진보된 삶을 산다고 해도 여전히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이다.
누가 잘하고 못하는 사람인지 가릴 줄 모른다. 털어서 먼지 한 톨 안 나올 사람이 세상에 누가 있겠는가. 누구를 지지하는 것이 탁월한 선택인지,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논리를 펼칠 해박한 지식도 없다.
그러나,
과거로부터 배워 미래를 예측하는 현명한 지도자와 정치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 윤석열이 읽은 책이 단 한 권이라는, 그것도 아주 못된(?) 책이라는 사실을 유시민이 강조했을 때 마음이 따가웠다. 최근 오디오북으로 완독한 <작은땅의 야수들>의 제목같이, 우리나라는 작은 땅덩어리지만 참으로 훌륭한 사람이 많다고 생각한다. 노벨상을 받은 한강 작가님을 비롯해,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애국자들이 있다. 더 많은 애국자가 한국을 빛내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 수 있도록, 과거로부터 배우는 훌륭한 지도자들이 그들을 북돋기 위해 머리를 맞댈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내 장점은 빠른 자기 성찰이기에,
그런 의미에서 오늘, 완독에 늘 실패했던 <사피엔스>를 읽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