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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주 엄마 Nov 04. 2021

(경)복주 엄마, 드디어 단유하다!!(축)-1

육아 중 목디스크 조심합시다ㅜㅜ

2주일 전부터 갑자기 목과 어깨에 심상치 않은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어어.. 이거 좀 장난 아니게 아픈데...?


최대한 복주를 적게 안아주고 유모차에 태워서 재우는 방식으로 목과 어깨를 사수하면서, 남편이 재택근무를 할 때마다 집 앞의 정형외과에 가서 물리치료와 견인치료를 받고,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추나요법도 받아 보았으나 목과 어깨의 싸르르르한 통증과 뻐근함은 치료 직후 순간적으로만 좋아질 뿐, 장기적으로는 점점 더 심해졌만 갔다.


그러다 결국 지난 일요일 새벽,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하루 종일 심상치 않은 목과 오른쪽 어깨의 통증에 고통스러워하던 나는 통증 속에서 겨우 잠이 들었는데...


새벽 2시..


복주의 울음소리와 함께 잠에 깬 순간 나는 내가 머리를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복주를 달래러 간 남편이 복주를 달래지 못하고 계속 울리고 있는 동안, 아기를 달래기 위해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하며 안간힘을 써 보았지만 머리가 조금도 움직여지지 않고 고개를 좌우로 돌릴 수도 없었다.


아기가 울 때면 아무리 힘들어도 벌떡벌떡 일어나지던 나였는데, 이번에는 조금도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으앙으앙 울고 있는 아기의 울음소리는 귀에 쟁쟁한데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아기의 호출 소리에 즉각 대응하며 자식을 지키던 '엄마'는 사라지고, 울음소리를 무력하게 듣고 누워 있어야만 하는 '환자'로 변해버린 그 무력감이란...!



그리고 느껴지는 엄청난 목의 통증...


으아아악 ㅠㅠㅠㅠㅠ


마치 상반신에 전신마비가 찾아온 것 같았다. 간신히 몸을 일으켰지만 고개를 전혀 움직일 수 없었고 아주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엄청난 통증이 찾아왔다.


나는 직감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 내 생애 처음으로 119를 불러야 하는 순간이구나..!


남편에게 "머리가 안 움직여... 너무 목이 아파.. 119..119.."라고 간신히 말했다.


그렇게 나는 생전 처음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실려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 한밤중에 이렇게 시민들을 위해 언제든지 달려와줄 수 있는 고마운 분들이 언제나 우리 곁에 계셨음을 새삼 깨달으면서..)


그리고 119가 오기까지 10분가량, 그 순간까지도 나는 '내가 병원에 가고 나면 집에 당장 분유도 한 통 없는데, 복주가 배고프면 뭘 먹이나' 하는 생각에 목을 뻣뻣하게 들고 석고상처럼 앉아서는, 그런 엄마의 가슴에 달라붙어서 젖을 빠는 복주에게 수유를 해야 했다..ㅠㅠ



들것에 실려 응급실로 향하면서 새삼 다시 깨달았지만, 요즈음 대학병원 응급실은 코로나 때문에 자리가 정말 없었다.


집 근처 대학병원은 응급실에 자리가 없다고 하여 집에서 조금 떨어진 2차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해서 엑스레이를 찍고 목에 신경주사를 맞고 병상에 누웠다.


남편은 복주를 봐야 했기 때문에 함께 오지 못했고, 나는 보호자 없이 혼자 병동에 누워 통증으로 잠도 자지 못한 채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병원에 와도 그 새벽에 딱히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고, 나는 목의 통증으로 인한 상반신 마비와도 같은 증상에 불을 끄고 켜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이렇게 거동이 불편한 몸으로 병원에 나 혼자 온 것을 후회하며 나는 차라리 집에서 고통을 참아볼걸 하고 생각했다.


아침이 되어서는 젖으로 퉁퉁 불어 터진 가슴을 간신히 손으로 다 짜내면서 손과 환자복, 이불, 수건을 온통 젖으로 축축하게 적셔야 했고, 나는 "이놈의 모유수유.. 진짜 이번에 내가 다 끊고 만다.." 하며 이를 갈았다.


아침이 되어 엑스레이와 MRI를 통해 본 나의 목은 '거북목' 그 자체였고 여러 개의 디스크가 탈출해 있었다.


MRI로 본 나의 목상태

안 그래도 평소 직업적으로 컴퓨터를 쓸 일이 많아서 거북목이 되기 쉬운 자세를 많이 취하여 '거북목의 업보'를 한평생 많이 쌓아왔던 나인데, 육아를 하면서 목을 꺾어 아기를 자꾸 내려다보는 일이 많았고 무거운 아기를 어깨에 안은 것이 목에 많은 부담을 주었던 것 같다.


비스듬하게 누워서 수유를 하는 자세와 수유 중에 아기를 내려다보며 흐뭇하게 쳐다보았던 일들도 행복은 했지만 그 한순간 한 순간이 전부 목 디스크가 생기는 데에 큰 업보를 쌓았다.


'신경성형술'이라는 (수술이라기보다는 시술에 좀 더 가까운) 수술을 하는 게 좋겠다는 의사의 말에 따라, 바로 급하게 수술 날짜를 잡았고 제주도에서 장기 여행을 가셨던 부모님은 딸의 디스크 수술 소식에 비행기와 호텔도 취소하시고 도중에 돌아오셨다ㅠㅠ


그렇게 나는 1박 2일 입원 및 수술에 들어갔고, 출산 후 처음으로 복주와 꼬박 3일을 하루 종일 떨어져 있어 보게 되었다.


치료를 위해 단유를 해야 한다는 말에 망설이는 나에게, 병원의 의사 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6개월 모유수유하셨으면 충분해요. 제 와이프도 제가 그만 좀 모유수유하라는데 말 안 듣고 계속 1년 넘게 먹이고 있는데, 힘들어하면서도 어찌나 고집을 부리던지..


6개월 정도 먹였으면 엄마가 전달해 줄 수 있는 면역물질도 웬만큼 다 전달되었기 때문에 단유하셔도 아이의 면역력에는 큰 차이 없을 겁니다.


단유하셔야 수술할 때에도 스테로이드 약물도 충분히 주사하고, 집에 가서도 제한 없이 약을 복용하실 수 있기 때문에  단유 하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이렇게 하여 갑작스러운 목디스크의 악화로 인해, 나는 1년은 해보려고 했던 완모의 길을 6개월 만에 포기하고 마침내 단유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단유를 하면서 내 앞에는 그야말로 '새로운 세상', '새로운 지평'이 열리게 되었다.


(추신 : 이글 보신 분들, 다들 목 한번 스트레칭하고 쭉 펴면서 목 디스크 예방하십시다~ ㅠㅠ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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