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어린 시절 이야기
내가 겨우 어린이용 식탁 의자에 앉아서 음식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랐을 때 아버지는 여러 가지 색깔의 작은 타일을 잔뜩 집에 가지고 오셨다. 우리는 흰색 타일 두 장에 파란색 타일 한 장, 다시 흰색 타일 두 장에 파란색 타일 한 장 하는 식으로 좀 더 복잡하게 타일을 세우게 되었다. 어머니가 그 놀이 그만 좀 하라고 말하면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얘한테 '패턴'이 무엇인지 그리고 패턴이 얼마나 재미있는 것인지를 가르쳐 주려는 것이오. 이것은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산수와 비슷한 것이오."라고 대답하셨다. 아버지는 이런 식으로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세상에 대해서, 그리고 이 세상이 얼마나 흥미로운 것인지에 대해서 가르쳐 주셨다.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나를 무릎에 앉히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읽어 주곤 하셨다. 아버지는 나에게 읽어주는 모든 내용 하나하나를 실제 상황처럼 실감나게 바꾸어 묘사하며 설명해 주시곤 하셨다. 예를 들어,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라는 공룡이 키가 약 7~8미터 정도, 머리 둘레가 약 2미터 정도이라는 내용을 읽을 때 아버지는 이 대목에서 읽기를 멈추고 "자,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해 보자. 만약 이 공룡이 우리 집 앞 뜰에 서 있다면 머리가 여기 2층 창문에까지 닿을 정도로 키가 크지만 머리가 너무 커서 창문 안으로 들어올 수는 없겠구나."하는 식으로 설명하셨다.
아버지는 주말이 되면 나를 데리고 숲을 거닐면서 숲 속에서 일어나는 재미나는 자연현상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다. 어떤 새를 발견했을 때 아버지는 내게 그 새에 대하여 이렇게 가르쳐 주셨다.
"저 새가 보이지? 저 새의 이름은 스펜서 휘파람새라고 한단다. 이탈리아 어로는 '추토 라티피다'라고 하고, 포르투갈 어로는 '봉다 페이다', 중국어로는 '충롱따', 일본어로는 '가타노 데케다'라고 한단다. 이렇게 세상에 있는 모든 언어로 저 새의 이름을 알 수는 있겠다만 그래도 저 새가 어떤 새인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를 수 있단다. 단지 세계의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저 새를 뭐라고 부르는지에 대해서만 알게 된 거지. 그러니까 우리는 저 새를 관찰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보도록 하자꾸나. 그것이 정말 중요한 거란다."
"저것 봐라. 저 새는 자기 깃털을 쪼고 있잖니? 왜 자기 깃털을 쪼는 걸까?
"새가 날아다니는 동안 깃털이 흐트러져서 깃털을 가지런히 하려고 그러나 봐요."
"그래? 그 말이 사실이라면 새가 날고 난 직후에는 깃털을 많이 쫄 것이고 땅에 내려온 후 시간이 지나면 별로 쪼지 않겠네. 그럼 정말인지 같이 관찰해 보자."
우리는 땅에 내려와서 좀 돌아다닌 새나 방금 땅에 내려온 새나 거의 똑같이 깃털을 쫀다는 것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모르겠어요. 왜 새가 깃털을 쪼는 거죠?"
"깃털 속에 이가 있어서 가려워서 그러는 거란다. 이는 새 깃털에서 떨어지는 단백질 부스러기를 먹고 살지. 이의 다리에서는 부드럽고 연한 물질이 나오는데, 작은 진드기들이 이의 다리에 붙어서 그 물질을 먹고 살지. 그런데 그 진드기들은 그 물질을 완전히 소화시키지 못하고 설탕 같은 물질을 뒤꽁무니로 배설하거든. 그러면 그 속에서는 박테리아가 자라게 된단다. 이런 식으로 음식물이 될 만한 것이 있는 곳엔 그것을 먹고 사는 '어떤'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이제 네가 과학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웠을 테니 내가 늘 궁금하게 여기면서도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 하나만 물어보자."
나는 무엇이냐고 여쭤 보았다.
"원자가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할 때 광자라고 부르는 빛의 입자를 방출한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광자가 원자 속에 들어 있다가 방출되는 것이냐? 광자는 어디에서 온 거지? 어떻게 해서 생긴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