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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창문 Jul 16. 2021

빨간 펜을 들고 달력 앞으로

2015년 6월의 기록

시간의 빠르기는 가늠할 수 없기에 헛되이 보낸 시간들을 반성하거나, 여유롭지 못했던 시간들에 대하여 후회하기도 한다. 의무적으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지 않더라도 버거움을 느끼는 순간 자연스레 잠시 멈추게 된다. 멈췄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으니까.


그래서 지난 5월, 나는 나름 치열하게 살아온 스스로에게 위로와 같은 보상을 해줬다. 한 달 남짓 짧지 않은 휴가를 내어 유럽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시간들을 담아내고, 돌아보고, 기약하였다. 

여행을 하는 동안 이 여유로움이 마치 나의 일상인 듯, ‘만끽’ 이라는 단어의 뜻을 온몸으로 익혔다. 여행 말미에는 진짜 나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서러워 눈물까지 났다.


값진 휴가 이후, 즐거움과 행복에도, 괴로움과 시련에도 적기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놓친 젊은 날의 행복은 나이 들어 무뎌지고 약해진 먼 훗날에 찾을 수도 누릴 수도 없다. 물론 지금의 희생으로 미래의 내가 곱절로 행복하다면 고민해보겠다만, 따지고 보면 확실한 보장도 없잖아.   빠듯한 일상에 여유를 더하는 건 여간 쉽지 않지만, 요새 나는 억지로라도 여유를 배워가는 중이다. 분명 이 여유가 공허함 없이 질 좋은 자양분 가득한 삶을 만들어줄 것 이라 믿는다.        


자 이제 달력을 펴고 적당한 숫자 위에 빨간 동그라미를 그리자. 여유를 그리자.
여유가 없다는 비겁한 말을 지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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