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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ON 다온 Jan 13. 2024

3. 아빠가 생각나는 냄새

 어릴 적부터 후각과 청각에 예민한 편이었다. 왜 예민했는가 생각해 보면 다른 감각보다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서가 아닌가 싶다. 미각은 내 선택으로 대부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맛볼 수 있고, 시각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은데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지나치는 사람들의 향수나 화장품 냄새, 버스나 지하철 등에서 나는 차 냄새, 더 나아가 누구나 맡기 싫은 불쾌한 냄새 등 세상에는 모든 냄새들이 존재하고 그것들은 예상하지 못한 나에게 다가온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지나가는 사람의 향수나 화장품 냄새를 맡으면 어린이집을 다닐 때 나를 가르쳤던 선생님이 떠오르기도 하고, 내가 만났던 사람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렇게 내게 후각, 냄새라는 것은 꽤 내 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 내게 유독 중독적인, 그리운 냄새가 있다. 







 나의 아버지는 베테랑 제화공이다. 지금은 말하면 웬만한 사람들은 알 법한 브랜드에서 일하고 계신다. 그리고 내가 어릴 적에는 집에 미싱과 부자재 등을 가져다 놓고 어머니와 함께 제화 일을 하시기도 했고, 어느 시장 안에 자리를 잡고 있던 공장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을 봤고, 그와 동시에 가죽냄새와 본드냄새가 익숙해졌다. 


 중, 고등학생 때 학원을 가는 길에 있는 환풍구를 통해 가죽냄새와 본드냄새가 나곤 했다. 어디서 나는지는 모르지만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가죽을 이용한 제조 공장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나는 그곳을 지날 때면 익숙한 냄새가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아버지를 떠올리고는 했다. 그리고 그럴 때면 집에서 볼 수 있는 아버지가 보고 싶어 졌고, 어릴 적 아버지의 일터에 가던 시절이 스쳐 지나갔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시절이지만 어렴풋하게 남아있는 그 시절이 꽤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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