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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ON 다온 Jan 27. 2024

5. 하루, 하루가 소중해

살아가는 가장 큰 의지, 목적

 어떤 하루는 시작부터 매우 가벼웠다, 그래서 오늘은 좋은 날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하루는 몸이 무거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을 정도였고, 어떤 하루는 이렇게 살아서 무얼 하나 생각이 들었고, 어떤 하루는 누군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감정이 휘몰아쳐서 버겁기도 했다. 


 하루, 하루가 소중하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을까? 내가 이렇게라도 살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나도 내가 이런 느낌을 받고, 생각하게 될 줄 몰랐다. 왜냐하면 나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날이 그날 같아서 지겹고, 그날이 그날인 듯 버거워서 그저 미션을 수행하듯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미션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았다. 밤에 잠이 들 때에도 ‘이렇게 잠들어서 일어나지 못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날도 많았고, 혹은 그저 하루를 빨리 끝내서 그날의 힘듦을 잊기 위한 도피 방법으로 잠을 선택한 날도 많았다. 그것이 옳은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면서도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 하루가 나의 의지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하루가 소중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내가 정신건강의학과 약을 먹고 나아지면서 생긴 변화 중 제일 감사한 것이었다.

 

 약의 도움을 받고 나아지면서 든 생각은 내가 나의 하루를 어떻게든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직장인이라 기본적인 하루 일과는 변할 수 없지만 바꿀 수 없는 것을 제외하고 내가 만들 수 있는 것이 많았고, 그건 사소한 것부터 시작이었다. 똑같은 출근길을 걸으면서도 땅을 보지 않고, 앞을 보고 하늘을 보는 그 작은 행동이 그날을 잘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하늘을 보면서 이런 생각 한 적 있을까? ‘아, 살아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내가 만약 과거에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 나는 저런 하늘을 보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저절로 떠올랐다. 사소한 것부터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나가기 시작하니 좋은 날이 쌓이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노래를 듣기도 하고, 일이 끝나고 산책을 하기도 하고, 하고 싶은 것들과 좋아하는 것들로 하루의 끝자락을 보냈다. 그런 날들을 보내니 하루, 하루가 지겹다기보다 살만하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런 하루들 속에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얻게 되는 것이 재미있었다. 하루, 하루가 조금이라도 다르다는 것은 살아가는 데 꽤 큰 목적이 된다. 내일이 기다려지는 것은 삶의 대한 강한 의지이자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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