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사랑하고, 그들을 사랑하기에 외롭지 않다.
좋은 사랑을 하려면 혼자 있어도 잘 지내야 한다.
누군가에게 계속 의지하려 할수록
결혼해서도 외롭고, 애 낳고도 외롭고, 인생 자체가 외로워진다.
김달 『사랑에 관한 거의 모든 기술』 중에서
내가 시간이 지난 어느 날이 되어서야 깨달은 것 중 하나가 외로울 때 새로운 관계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외로움을 잘 느끼는 사람이었다. 가족과 친한 사람들에게 쉽게 기대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진다고 느껴졌을 때 새롭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던 때 잠깐 좋은 감정을 갖고 만난 사람이 있었다. 당시 나는 그 사람이 좋기도 했지만 날 좋아해 주는 느낌이 확실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느낄 수 없는 것들이 지쳐있던 내게 꽤 큰 힘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고 있어도 사라지지 않는 외로움이 있었다. 아니, 어쩌면 더 큰 외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그 사람보다 내가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그로 인해 그의 연락을 기다리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기다리게 되고, 생각한 것보다 연락이 늦어지면 불안해지고, 우울해지고, 예민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었다. 그걸 알아챘을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였을까 얼마가지 않아 관계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내게 닿아있는 모든 환경이 최악으로 흐르고 있던 탓에 나는 그 후로 쉽지 않은 시간들을 보내면서 아파했고, 그 후에 깨닫게 되었다.
‘아, 외로울 때 사람 만나지 말라는 것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구나.’
그래서 그때 생각했다, 내가 나를 온전히 인정하고 사랑하게 되었을 때 누군가를 만나야겠다고. 나는 아직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후로 주위 사람들이 연애를 물어보면 ‘아직 이요.’라며 얼버무리곤 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다시 외로움을 더욱 느끼게 되는 것이 두려웠다. 그렇게 시간이 꽤 흘렀다.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에도 나는 외롭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누군가가 먼저 연락해 줬으면 좋겠고, 다른 사람들은 ‘함께’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친구와 만나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다시 외로워져서 기분이 가라앉기도 했다. 때로는 쉽게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해서, 때로는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해서 외로웠다. 대체로 혼자 있으면 생각이 많아져서 더 스스로를 외로운 사람으로 만들었다.
일에 치이는 날이 셀 수 없이 반복되던 어느 날, 오랫동안 갖고 있던 우울감이 몸집을 키우더니 날 삼키기 시작했고 일상생활이 조금은 버겁다고 느끼게 되어서야 나는 내가 스스로를 아끼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 후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일부러 만들어내기도 했는데 의식적으로 내가 좋아했던 것과 하고 싶었던 것들을 찾아서 하기 시작하자 혼자 있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혼자 있는 것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혼자인 것이 익숙해질 때 즈음,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마음은 좋았지만 무서웠다. 일단은 아직 우울감과 무기력함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언제 긴 안정을 찾게 될 지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좋은 감정을 가져도 되는 걸까 생각했다. 그럼에도 나는 설레는 날들을 놓아줄 수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관계는 내게 큰 힘이 됐다. 내게 호감을 표현해 주는 것도 고마웠지만 같은 상황을 다르게 보고 해주는 이야기가 당시 판단이 흐려져 있을 수 있는 내게 후회하지 않을 길을 만들어줬다. 가족들에게, 친한 사람들에게 아픔을 남기기 싫으니까 일어서야 된다는 생각 다음으로 몸도 마음도 나아져서 그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살아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만들어지자 나는 내게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나보다 상대를 우선순위에 두고 외로워하는 시간을 겪기는 싫었다. 혼자일 때는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고, 연락을 주고받을 때는 상대에게 집중했다. 그 틈이 어느 정도가 되던 신경 쓰지 않았다. 나도 나 나름대로, 그도 그 나름대로 시간을 잘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완전히 외로움과 불안이 사라졌다고는 할 수 없다. 잊을만하면 느껴졌지만 그럴 때면 생각했다.
‘지금은 각자의 시간이니까’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모두 내가 원하는 만큼의 위로와 사랑을 내게 줄 수 없다. 나 또한 그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만큼의 무언가를 건네는 것은 쉽지 않다. 그건 각자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혹시나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그 부족함은 오로지 본인만이 채울 수 있다. 그 부족함은 어쩌면 본인이 본인에게 집중하는 날이 적다는 신호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의 나는 외롭지 않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그들을 사랑하기에 외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