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결혼생활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환상과 기대만으로 결혼을 하면, 신혼여행 첫날부터 갈등이 시작될 수 있다. 배우자가 기대했던 모습과 다르게 행동하면 불안감이 밀려오고, 심지어 결혼을 후회하는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다.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상대가 이기적으로 변하거나, 다정했던 연인이 불평과 짜증이 많은 사람으로 변했다면, 부부는 서로 속았다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은 특정한 부부에게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부부 관계에서 흔히 겪는 통과의례일 뿐이며, 신혼부부들은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결혼생활이 지속되면서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 돈 관리, 집안일 분담, 자녀 양육 등의 문제로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오랜 시간 많은 부부들이 겪어왔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새롭게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신혼부부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렇다면, 결혼을 하고 나서 속았다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인들은 기본적으로 상대에게 자신의 본래 모습보다 더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 한다. 특히 결혼소개업체나 소개팅을 통해 만났거나 생활 반경이 달라 일상의 모습을 충분히 공유하지 않은 연인들에게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질 수 있다. 이런 연인들은 자신의 부정적인 성향과 기질을 의식적으로 억누르고, 긍정적인 모습을 강조하려 한다. 그러나 결혼 후 긴장이 풀리고 신혼여행 같은 편안한 환경에서 본래의 성향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결혼생활 내내 연애 시절과 똑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억눌린 상태가 지속되면 오히려 우울증과 불안증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상대의 다양한 면을 미리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가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과는 반대로, 본인이 상대를 이상화한 결과 속았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다. 마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존재하듯, 모든 사람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사랑에 빠진 연인은 종종 상대의 긍정적인 모습만을 보고 매력을 느끼며, 부정적인 면을 간과하기 쉽다. 연애 시절에는 보지 못했던 상대의 단점이 신혼여행을 포함한 결혼생활에서 점차 드러나게 되면, 상대가 자신을 속였다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상대의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연애할 때 한쪽 면만 보고 판단한 자신에게 원인이 있다. 결혼을 앞두고는 상대의 다양한 모습을 객관적으로 살피고, 모든 면을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하다.
자신의 연인이 자상하고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면, 그 연인이 혹시 우유부단하거나 자기 생각이 없는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장점일 수 있지만, 자신의 주관이 약한 사람들이 상대의 의견에 쉽게 동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연인은 독단적이거나 독선적인 성향이 있을 수 있으므로 신중히 살펴봐야 한다. 사회적으로 인기 있는 '인싸'는 결혼 후에도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려 할 가능성이 크고, 반대로 '앗싸'는 자신만의 세계에 지나치게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결혼 전 선물 공세로 상대의 마음을 흔들었던 연인은 경제관념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으며, 지적이고 논리적인 사람은 감성적인 부분에서 부족할 수 있다. 또한, 비판정신이 뛰어난 냉철한 연인은 결혼 후 배우자에게 비판의 화살을 돌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연인의 상반된 야누스적인 속성을 길게 나열하는 이유는, 긍정적인 면이 있으면 반드시 부정적인 면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연인을 빛만 있는 존재로 착각하며 이상화하지 말고, 그 빛을 인정하면서도 그림자를 수용하거나 스스로 보완해 줄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연인의 빛과 그림자를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이 그 그림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만약 연인의 그림자를 받아들이지 못하면서도 막연한 희망을 품고 결혼을 결정한다면, 결혼생활은 후회의 연속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연인의 빛과 그림자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했다고 해도 결혼생활에서 갈등은 계속될 수 있다. 그렇다면 결혼생활에서 예상되는 혹은 예상하지 못한 갈등을 어떻게 정리해 나가는 것이 좋을까? 이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결혼 전에 예상 가능한 갈등 요소들을 나열하고 방향성과 원칙을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논의만으로도 갈등의 절반 이상을 미리 줄일 수 있다. 결혼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갈등은 사람마다, 그리고 연인마다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결혼 후 중요하다고 생각되거나 조율이 필요한 사안을 각자 정리해 오고 이를 통합하여 '갈등 조율 리스트'를 만들 필요가 있다. 우선순위를 정한 후, 각 사안에 대해 논의하며 방향과 원칙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갈등 조율 리스트에는 다음과 같은 사안이 포함될 수 있다.
- 맞벌이 여부
- 집안일 분담
- 자녀 양육 분담
- 집안 경제 관리
- 부모로부터의 독립
- 부모님 경제적 지원 방식
- 자녀를 가질지 여부
- 자아 성장 방식
- 투자 방법
- 자녀교육 방법
각각의 안건들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나누다 보면, 이미 고민해 본 사안도 있고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사안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명확한 답이 없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다. 각 사안에 대해 1주일 정도 관련 서적을 참고하고 깊이 고민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두 사람이 만나 논의하며 방향을 정하고, 그 방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원칙을 마련하여 두 사람만의 규칙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의견이 일치하면 방향, 원칙, 실행 방안을 1~2장으로 정리해 마무리하면 된다. 만약 의견 차이가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조율하여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사전 조율은 미래의 갈등을 예방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서로가 한 발씩 양보하며 조율해 나가다 보면 상대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논의하고 양보해도 조율이 어려운 사안이 있을 수 있다. 이럴 때는 어떤 지점에서 조율이 실패했는지 정리한 후,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면 된다. 모든 안건을 다뤄봤음에도 조율되지 않는 사안이 전체의 1/3 이상이라면 결혼을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랑하는 연인으로만 남을 것인지, 결혼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쿨하게 헤어질 것인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반면, 합의되지 않은 사안이 1~2개라면, 상대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나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하는 방식으로 정리할 수도 있다.
예상 가능한 갈등을 조율했다면, 이제 예상하지 못한 갈등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예상치 못한 갈등은 나심 탈레브가 말한 '블랙스완'과 같은 존재다. 미리 완벽하게 대비하는 것은 어렵지만,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원칙을 세우는 것은 가능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존중과 열린 마음이다. 부부 갈등의 상당 부분은 '나만이 옳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상대를 존중하고 열린 마음을 유지한다면, 갈등이 발생해도 조기에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관련 독서와 대화를 통해 꾸준히 노력하며, 이해와 배려의 태도를 길러야 한다.
또한, 피할 수 없는 갈등이 발생했을 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부부만의 규칙을 마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래 내용을 참고하여 실행 가능한 규칙을 정리하면 효과적일 것이다.
- 갈등을 하루 이상 넘기지 않기
- 상대가 사과하면 무조건 받아주기
- 큰 잘못도 진심으로 뉘우치면 3번은 용서해 주기
- 갈등 과정에서 폭력이나 심한 말을 쓰지 않기
- 상대 가족이나 부모를 비난하지 않기
- 자녀 앞에서 상대를 비난하면서 다투지 않기
지금까지 결혼생활에서 흔히 직면하는 갈등의 원인과 해결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결혼생활의 갈등은 결혼 전의 이상적인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결혼에 대한 환상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 또한, 예견할 수 있는 갈등은 반드시 사전에 조율해야 한다. 사전 조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는 두 사람이 결혼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았다는 의미일 수 있다. 결혼생활은 단순히 운이나 궁합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노력과 조율을 통해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앞서 논의한 내용들을 참고하여 두 사람만의 건강하고 조화로운 결혼생활을 구축해 나가길 바란다.
애틋한 사랑이 넘치는 연인 관계에서도 조율과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결혼생활에서는 더욱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결혼 전에 충분한 논의와 조율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