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꺼억 Aug 19. 2022

닿지 않을 편지

#9

그리워지는 하루입니다. 달리는 기차 속 내 몸뚱이는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흐르는 시간 속에서도 제 마음은 그대로입니다. 남은 빈자리가 크게만 느껴집니다. 같이 있었더라면 지금의 내가 조금은 더 달라지지 않았까 합니다. 내 인생이 조금은 더 가치 있어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옆을 돌아봤더니 휑한 빈자리가 나를 응시합니다. 결국 그 빈자리를 꿰차고앉은 건 후회와 미련뿐이지만 말입니다. 두렵고 쓸쓸해집니다.


오늘도 어떻게 버티긴 했습니다. 서른 살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부터 버텨온 것 같습니다. 이제는 버티고 있다는 생각조차 희미해졌습니다. 이미 지나쳐버린 이정표를 다시 되돌아가 보기엔 너무 늦어버린 시간입니다. 돌아갈 수조차 없습니다. 방법도 모릅니다.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면 마치 높은 곳에서 추락하는 것 같은 아찔한 기분이 듭니다. 괘념치 않으려 애쓴 속내가 철렁하고야 마는 것입니다.


잘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묻고 싶지만 물을 수 없어 답답합니다. 가끔 소식을 듣긴 하지만 관심을 가질 자격조차 없기에 무심한 듯 흘겨버립니다. 나는 아직 그날 이후 2호선 삼성역과 9호선 봉은사역 주변을 가보지 않았습니다. 그날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차창 밖 풍경은 폭우라도 쏟아진 듯 너무나도 번졌기에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너무나도 미안한 감정에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습니다.


살아는 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살아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업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자기 합리화도 위안이라면 위안이 됩니다. 당신만큼은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입니다. 사실 그렇게 하고 계시는 듯하여 다행이라고 안도해 봅니다.


혹여 언젠가라도 마주치게 되면 목을 까딱거리는 정도의 가벼운 인사는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 정도라도 해주신다면 저는 감사한 마음에 벅차오를 겁니다. 물론 강요는 아닙니다. 강요할 줄 모르는 제 성격은 오히려 당신이 더 잘 알고 계시지 않겠습니까.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리움이 커져 아무 말이나 중얼거려 봅니다.


미안했고, 또 고마웠습니다. 뒤늦게 반성하는 제가 초라해 보이지만, 다시금 반성해봅니다. 이 편지가 닿길 바라봅니다. 하시고자 하는 일 모두 이뤄지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아쉽지만 줄이겠습니다. 그러면, 정말 안녕히.




작가의 이전글 출근, 그리고 퇴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