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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일기

감사하다. 44

각자의 삶을 각자의 자리에서 응원하는 것.

by 햇살나무

한 번이라도 인사를 하고 나면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이 생긴다. 또 마주치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 그다음엔 멀리서 보면 그 사람과 마주치려고 그 사람이 있는 방향으로 향한다. 간단한 목례라도 웃으며 마주하고 싶다.

그러다 그 사람이 먼저 차 한잔 해요 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본다.


한 때 운동을 같이 한 사람들과 매일 만나다 급작스럽게 친해진 한 사람이 있었다. 첫인상은 너무 차가워서 사실 친해질 수 있을까 했지만, 그 차가운 인상과 다르게 그 사람은 매우 열정적이었다.

나는 조금씩 친해지고 싶은데 그 사람은 내게 급히 다가온 듯했다.


나는 조금씩 그 사람의 제안을 거절했다.


내가 느끼기에 나는 그저 사람 대 사람으로 소소하게 사는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정도가 좋은데, 그 사람은 자신의 생계를 위해 내게 매달리는 듯했다.


부담스러웠다.


그 사람의 인생이 다급해 보여서 나는 이곳저곳 일자리를 소개해주었다.

그 사람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반가운 인사와 안부를 묻는 것과 일자리를 소개해 주는 것이 다였다.


어쩌면 나도 그 급박한 삶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자리가 생긴 그 사람도 서서히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 때 나는 내가 소개해준 일자리를 구했으면서 먼저 이야기해주지 않고 사라져 버린 그 사람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공감을 해보려 해도 말이다.


나는 그저 그 사람이 나를 이용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서운함마저 들었다.


어느 날 다시 수영장에서 만난 그 사람.


사실 그 사람이 어찌 지내는지 안부라도 듣고 싶어 마주치기 위해 부러 일찍 나갔다.

그러나 나를 뿌리치고 운동만 하던 그 사람.


그 사람에게 무안해진 나는 이야기했다.


"어찌 사람마음에 아무렇지도 않게 생채기를 내나요.

나는 일부러 만나고 싶어 맞추어 나간 건데..."


그러자 그 사람이 말했다.


"그런 게 아니라, 나는 시간이 없어서 그래요. 스스로를 괴롭히지 마세요. 스스로를 편하게 하기 위한 생각만 하세요. 우리는 서로 시간이 흘러 자연스레 멀어진거에요. 섭섭하게 생각은 말아요."


아, 그래.

현명한 말이다.

그래도 감정이 상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다 우연히 든 생각이 있었다.


사실은, 나도 그대의 열정이 부담스러웠었지.

내게 급박히 다가오는 게..


어쩌면 저 사람도 내 마음을 알았을지도 모르겠구나.

내가 소개해준 일자리를 향해 나가는 그 발걸음이 어쩌면 고되고 비참했을 수도 있었겠다.




어쩌면 그 사람은 내게 다가온 그 발걸음을 내가 먼저 외면했고 그 사람을 밀어낸 건 그 사람이 생계를 위해 다가왔다는 오해였을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그 사람은 불평 없이 자신의 삶을 씩씩하게 살아가며 자신의 마음을 지키며 본인의 삶을 살아가라고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와는 결이 다른 인생.


어쩌면 나는

그 사람보다 급한 게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은 생계를 위해 목숨을 내놓고 살아가야 하는 인생이었는데...


어제는 놀이터에서 마주칠뻔하다 뒷걸음질을 치는 그 사람을 만났다.


이제는 인사하기도 어려운 관계가 됐지만 ,

각자의 삶을 위해 그 사람이 벌이는 사투에서 승리하기를 바라본다.


그 사람의 잘됨을 기도하며,


나도

내 삶의 영적 전쟁에서 승리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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