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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알람 Aug 22. 2023

책이 아니라 수다가 마음의 양식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타인과의 대화는 필요하다

2023년 8월 21일 월요일


오늘은 친구와 함께 하는 글쓰기 모임의 첫 번째 날이었다. 우리는 낮에 만나서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나머지 세 시간 동안은 각자의 할 일을 했다. 친구는 원래 쓰고 있던 글이 있어서 그걸 이어서 쓴 것 같았고 나는 최근에 찾은 공모전 준비를 위해 같은 분야의 잘 된 작품을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 시간 동안 집중하며 글 쓸 준비를 했던 것도 생산적인 일이었지만 오늘의 MVP는 함께 나눴던 한 시간가량의 '수다'였다. 사람에 따라선 헛된 시간 낭비로 생각될 그 행위가 하루 전체를 충만하게 했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몸이 아프거나 하는 이유로 공식적인 사회생활을 그만두게 되면 사실 남들과 만날 기회 자체가 제한된다. 친구들이 사회생활을 하니 주중엔 만남이 어렵고, 일주일의 대부분을 혼자 지내다 보면 혼자 있는 것이 편해져 사람 만날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아, 이건 내향인이자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내 기준의 일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오히려 시간이 더 많다서 좋다며 매일매일 약속을 잡는 친구도 있었으니까. 그러니 내가 이다음에 쓰는 말들은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혼자 있기를 좋아해서 그것에 익숙하고, 그렇다보니 주도적으로 타인과 만나는 것에 어색한 사람들 말이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혼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더더욱 '혼자 있기의 마수'에 빠지기 쉽다. 처음에는 혼자가 좋아서 혼자 있었지만 나중에는 막상 나가서 사교활동을 해 보려고 해도 혼자 있었던 시간이 너무 길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사교성이 쥐뿔도 없는 부류라면 문제는 더더욱 커진다. 이런 사람들은 혼자 있기의 끝의 끝까지 가서야 '어, 나 너무 사람을 안 만나지 않나?'란 생각을 하게 되고, 그걸 고쳐보려고 하면서도 '몇 개월이나 연락을 안 했는데 대뜸 연락을 하면 날 이상하게 보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의기소침하게 된다. 그리고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자는 생각으로 그냥 친구 만나기를 포기하면 정말 홀로가 되는 것이다. 이건 좋아서 하는 혼자 있기가 아니라 그냥 혼자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혼자가 되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혼자'라는 것을 느꼈을 때는 이미 자신감이 많이 깎여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시기가 되면 성격의 예민함이 날카롭게 벼려져 평소 같았으면 하지 않았을 별의별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때 할 수 있는 방법이 '공통의 목적을 가지는 어떤 모임'을 만들어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친구도 좋고 모르는 사람일 때도 좋다. '목적'을 가지고 하는 만남이니만큼 주기적일 확률이 높은데 이 주기적인 만남이야말로 우리가 낚아야 할 물고기다.




만약 현재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싶지 않다면 모임에 가서 그 목적에 맞는 행위만 하고 오면 된다. 어쩌면 그 모임에서 친구를 만들 수도 있다. 마음에 맞는 사람이 한 명도 없더라도 좋다. '목적'이 있고 그것을 몇 시간 동안 집중해서 하는 일 자체가 활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 '목적'도 집중하지 못했다면 그 만남은 무용한 것이었을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이다. 오랫동안 고립되어 있다가 타인을 만나서 대화한 것. 그것 자체 만으로도 훌륭하다. 


항상 하던 것처럼 어쩌다보니 삼천포로 빠졌지만 오늘은 피곤해서인지 글을 검수할 여력조차 없다. 그러니 여기서 글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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