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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알람 Aug 23. 2023

소나기 내리는 날

1년 전 여름이 생각났다

2023년 8월 23일 수요일


점심을 먹을 즈음이었나, 빗소리가 들렸다. 늦잠을 잤기에 이 비가 아침부터 내렸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비 오는 것을 집 안에서 보는 건 좋아하지만 밖에 나갈 때면 신발이 질퍽해지는 게 싫어 오늘은 카페에 가지 않고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한바탕 비가 내리는 게 몇 번 반복되고 나면 나면 후덥지근한 온도가 서늘해지고 기승을 부리던 여름은 의기소침해져 다가오는 가을을 등 뒤로 쓸쓸히 사라지곤 한다. 더더욱 더워지는 여름, 숨 막히는 더위에 고생을 했던 탓인지 여름이 내리는 눈물 같은 이 소나기가 기껍게 느껴진다.


비 오는 걸 구경하며 커피를 마시면 항상 기분이 좋아진다.


언제나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불편한 상태였는데 오랜만에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창 밖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우리 집은 나름 고층이라 거실에서 창 밖을 보면 작고 빼곡한 빌딩의 숲이 보이곤 한다. 그 위로 커다란 스프링클러를 튼 것처럼 흩날리는 빗줄기와 알록달록한 우산들을 보고 있자니 작년 이맘때가 생각났다.

늦은 밤 버스를 타고 퇴근하며 흠뻑 젖어버린 샌들에 투덜거리던 사소한 일들이 말이다. 


분명 일 년 전의 일인데 그게 벌써 일 년이나 지났나 싶어 드는 다소의 당혹감. 예전 어른들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던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는 말의 체감. 너무나 단조로운 일상에 이대로 노인이 된다면 치매에 걸리지 않을까 싶은 웃기면서도 자조적인 생각이 커피향기와 함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럼에도 좋은 것은 밖에 나가지 않아 신발이 젖지 않은 것. 비를 보며 느긋하게 오후를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이겠지. 내일은 공연을 보러 외출을 해야 하는데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아쉽게도 내일까지 비가 내릴 모양이다. 그래도 오늘은 비를 피했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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