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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알람 Aug 27. 2023

예술의 전당에서 블레져앙상블 공연을 듣다

우연한 기쁨 위의 우연한 기쁨

2023년 8월 27일 일요일


오늘은 세종 문화회관에서 <여름 음악 축제 - 블래져 앙상블>의 공연을 감상했다. 플루트, 바순, 오보에, 클라리넷이 주가 되어 앙코르까지 총 네 개의 곡을 연주하였고, 개중에는 피아노 연주가 함께했던 곡도 있었다. 


사실 대타로 음악회에 가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는 집에서 거리가 꽤 되는 예술의 전당까지 가는 것이 일종의 시간낭비처럼 느껴졌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더 잘 안다고, 클래식 음악도 들어본 사람이 감동을 느낄 텐데 나는 음악에 대해서는 아는 게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듣게 된 블래져 앙상블의 연주는 내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가장 특이했던 것은 <피터와 늑대>라는 클래식 동화(?)였다. 한쪽에서는 목관악기를 연주하고 무대의 다른 한 편에서는 연기자가 구연동화를 하듯 상황을 설명한다. 어쩌다 클래식에 대해서 검색할 때면 음악에도 문외한은 모르는 기승전결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때가 있는데 머리로는 설명을 저장하더라도 막상 공연을 볼 때면 이전에 찾아봤던 정보는 이미 머릿속에서 휘발된 상태였다. 하지만 <피터와 늑대>의 경우 어떤 악기가 어떤 동물을 표현하고 있는지, 음악의 이 부분이 어떤 상황을 그리고 있는지 말로 들으면서 음악을 듣다 보니 왠지 순간의 소리들이 조금 더 이해가 되는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에 빠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냥 기술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앙코르였던 <피아졸라 - 리베르 탱고>였다. 일단은 탱고다 보니까 신나기도 하고, 각각의 악기가 리드하는 것처럼 기교를 부릴 때는 '사람이 저렇게 악기를 다룰 수도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악기 연주를 들을 때도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손놀림을 볼 때면 음악가들은 정말 다른 종족이라는 생각이 들곤 했지만 호흡을 이용하는 목관악기와 금관악기 위주의 연주를 들으니 말도 안 되는 폐활량 때문에 놀람이 곱절이 됐다. 게다가 공연이 끝나고 나오는 길에 선우정아의 야외 콘서트가 있길래 계단에 앉아서 선우정아의 라이브도 몇 곡 듣고 올 수 있었으니 오늘 하루는 우연한 기쁨에 우연한 기쁨이 겹친 셈이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블래져 앙상블의 리베르 탱고의 일부분을 올려놓은 예술의 전당 공식 영상이 있어서 그걸 첨부하고 오늘의 일기를 끝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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