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해서 하기 싫고 안 하니 영원히 못 한다
2023년 8월 26일 토요일
정말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오랜만에 pc방에 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친구와 파티를 맺어 오버워치를 참 많이 했었는데 이 친구와의 만남이 뜸해지니 저절로 오버워치도 하지 않게 되었다. 혼자서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은 종종 하는 편이지만 온라인 게임은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내가 찍먹 했던 모바일 게임들은 대다수가 1인 위주의 게임이었는데, 수집형 RPG의 경우 카드를 뽑고 강화시켜 메인 스토리를 밀고, 약 2주 간격으로 업데이트되는 이벤트 캐릭터를 모으기 위해 보석을 모았었다. 시즌 패스가 있는 경우 월정액을 결제하면 모바일 게임을 즐기기가 한층 더 편하다. 길드 시스템과 친구 추가 시스템은 대부분 있었지만 그 또한 여러 가지 재화를 모으기 위한 방법의 하나일 뿐 타인과 함께 게임을 즐기기 위함은 아니었다.
때문에 해당 게임의 정보를 찾고 싶거나 이 게임을 하는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싶다면 일단 게임 밖으로 나가 커뮤니티를 찾아야 한다. 게임 안에서는 혼자다. 혼자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욕먹을 일도 없지만, 레벨업의 한계에 부딪히면 그만큼 포기하기도 쉽다. 타인과의 교류가 게임의 목적 중 하나인 온라인 게임과 다르게 모바일 게임은 게임 내 콘텐츠만이 목적이자 목표이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의 나는 게임에는 아예 관심이 없는 학생이었다. 남들 다 하던 메이플스토리도 레벨 십몇 대에서 개미굴에 빠져 마을로 귀환하는 게 어려워진 후 다시는 하지 않았다. 게임의 재미를 모르던 나에게 게임의 즐거움을 알게 해 준 게임이 바로 오버워치였다.
게임을 좋아하던 친구가 함께 하자며 억지로(?) 하게 했던 오버워치. 처음에는 계속 지기만 해서 짜증만 났지만 친구와 같이 한다는 점에서 즐거웠다. 혼자서 했다면 트롤이라며 여기저기서 욕을 먹을 때 멘탈이 깨져 금세 그만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니터 너머에서 나에게 트롤이라고 욕하는 사람들 보다 더 먼저 '너처럼 게임 못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라고, 나를 세상에 다시없는 트롤취급하며 웃는 친구 덕분에 내가 느꼈을 모욕은 그저 웃긴 일이 되었다.
오버워치에 대한 유튜브 영상 보며 조합이니 메타니 정보를 찾아보며 게임을 했을 때쯤 리그 오브 레전드에 대한 흥미가 생겼던 적도 있다. 하지만 옆에서 친구가 하던 것을 훔쳐보니 내가 시작했다간 금세 멘탈 붕괴로 게임 포기를 하게 될 것 같아 아직까지도 롤은 궁금해만 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을 시작하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재미를 느끼고 싶어서 게임을 시작하는데 못 하면 욕먹기 때문에 재미있을 수가 없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한 사람이 다른 운동을 잘하는 것처럼 게임에도 게임 지능이라는 게 있는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한 사람은 새로 나온 게임에도 금세 익숙해진다. 나이가 들어 피지컬이 딸리는 것도 서러운 판에 누적된 정보로 인한 뇌지컬도 없는 나 같은 사람은 게임을 '보통' 수준으로 잘하는데도 남들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만다.
온라인 게임 진입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비정상적인 스트레스 요인을 곱씹어보니 솔직히 좀 웃음이 났다. 경력만 우대하면 신입은 언제 경력을 쌓나? 취업 시장에서 드물지 않게 보이는 이 한탄이 게임 진입에도 똑같이 적용 가능하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임을 재미를 느끼기 위해선 잘해야 하고, 잘해지기 위해서는 연습 기간 동안 들어오는 수많은 멘탈 공격을 이겨내는 정신력이 필요하다. 심심치 않게 쌍욕 듣기를 각오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떤 면에선 온라인 게임이 현실보다 더 힘들다. (물론 한쪽은 생계유지를 위한 필수 사항이고 한쪽은 그냥 안 하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밸붕이긴 하다)
게임마저 힘들게 해야 하는 이곳. 아아, 난 즐겜을 하고 싶단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나마 내게 익숙한 오버워치 말고는 다른 온라인 게임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내가 이 두려움을 깨고 다른 온라인 게임을 시작할 수 있을까? 아무쪼록 더 어렸을 때 게임 조기교육을 받기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