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는 사랑
대학생 때였다.
수강신청에 참패하야… 아침9시부터 저녁9시까지 풀강인 그런 날이었다.
대학교는 건물이 참 크고 많더라.
기숙사부터 교양동까지 걸어서 20분은 족히 걸렸다.
남친에게 뭔가를 주고 싶었던 것 같다.
달라고 한 것도 아니었다.
기념일도 아니었다.
나한테 하등 도움될 게 없었다.
그런데 그걸 주겠다고 피 같은 공강 시간에,
기숙사까지 뛰어가고 있는 나를 보면서 깨달았다.
‘아, 나 이사람 사랑하는구나.’
첫사랑이었다.
그후로 누군가 나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물으면
“그 사람의 행복이 내 행복이 되는 거”
라고 답했다.
나를 사랑하고, 내가 바로 선 사람에게는 괜찮은 정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없었다.
그래서 사랑을 할수록 내가 사라졌다.
“사랑하는 사람이 싫다는데 굳이 해야돼?” 말하면 언제나
“안 할게” 답했다.
“나는 달라” 가 아니라
“고칠게” 답했다.
사실 속마음은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내색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기분이 상하거나 답답해도,
좀 아닌 것 같다, 무리다, 생각이 들어도 그냥 맞췄다.
내가 상대가 원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고,
그런 성격이 못 된다는 것을 알면 원래의 나를 죽였다.
그 사람이 행복한 걸 보는게 좋아서,
나라는 사람이 사라지는 데까지 맞췄다.
그렇게 내가 없는 사랑을 했다.
잘못된 사랑을 아주 열심히 했다.
불나방처럼 기꺼이 나를 태웠다.
....
또 보러 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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