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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 Sep 26. 2021

집단으로서의 경찰

경찰수사관은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다

직업이기에 매일 같이 경찰서 문턱을 넘고 있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평생에 한 번도 가지 않는 이가 가는 이들보다 적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접하는 범죄는 첫 번째는 언론이고, 두 번째로는 창작물일 것이다. 

가짜 뉴스, 왜곡 뉴스라고 하면서 언론의 신뢰가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범죄와 수사라는 영역에서 가장 왜곡된 정보를 심어주는 것은 창작물이라 단언할 수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살인을 예를 들어보자. 

언론보도에서의 살인은 '한 0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로 시작되고 '다양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라고 종결된다. 그 이후 피의자가 검거되면 '경찰은 00 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피의자는 00이라 주장한다'로 작성된다. 

하지만, 창작물인 드라마, 영화, 소설 등은 다르다. 

피해자의 관점, 피의자(용의자라는 단어도 사용한다)의 관점, 대체적으로는 수사관의 관점이 많이 활용된다. 너무도 다양하기 때문에 언론보도처럼 명확한 예시를 들기는 어려우나 범죄를 다루는 창작물일수록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객관적 시점이 아닌 개인의 시점을 중점적으로 보여주며, 갈등을 만들기 위한 이해충돌을 일부러 만들어낸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A라는 형사가 B라는 이를 의심한다. 하지만 C라는 유력자가 B를 수사하기를 원치 않고 있다. 

한 줄만으로도 수십 가지의 창작물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갈 것이다. 

여기서부터 크나큰 오류가 생긴다. 

언론은 경찰을 '집단'으로 보고 있으나 창작물은 경찰을 '개인'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집단이다. 개인이 아니다. 

개인으로서의 경찰관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개인은 결국 선의 혹은 악의로 움직이나 경찰은 법으로 움직인다. 특히 경찰업무 중 범죄 수사는 법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 정도로 철저하게 법률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수사관이다. 

우리는 경찰이 개인으로서 행한 것과 집단으로서 행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안타까워서 빵을 사 먹으라고 돈을 주는 것은 개인이나, 그가 빵을 훔쳐서 처벌하는 것은 집단이라는 뜻이다. 

두 영역은 명확히 다르며, 수사관이 그 영역을 혼돈한다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빵을 훔친 장발장이 안타까워 밥을 사주고 신부님을 소개해줄 수는 있겠지만, 그가 훔친 빵에 대한 죄를 수사관이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수사관의 역량에 따라 그 영역이 크고 작게 변화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렇다. 

이것을 기본 틀로 잡고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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