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일정을 잡기 위해 연락했을 때 정말 많이 듣는 말이 '경찰은 24시간 근무 아니에요?'이다.
앞서 말한 경찰이 개인이 아닌 단체라는 점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부서가 다 그렇지는 않다.
24시간 근무를 한다라는 의미가 한 사람이 24시간씩 일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말하는 이도 알 것이다.
'교대근무'를 하는 곳은 24시간 근무를 하는 것이 맞다.
지구대, 파출소와 같은 곳이 그렇다.
형사당직, 강력, 여청수사과 등 출동을 하는 부서들은 대체로 교대근무를 하고 어떤 부서는 팀별로 교대하며 어떤 부서는 개인이 교대를 하기도 한다.
어찌 되었건 1명이 24시간을 근무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모든 부서가 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교대 부서가 아닌 곳도 있다는 뜻이다.
경무과, 지원팀 등 경찰 내부의 지원부서들이 그렇고 대민부서의 대표인 민원실이 그렇다.
그리고 수사과의 경제범죄수사팀이 그렇다.
교대 부서가 아닌 곳은 9to6 근무이다.
그렇다고 해서 칼출근, 칼퇴근하는 공무원이라고 말한다면 모두 화낼 것이다. 공무원에 대해 모두가 그렇게 이야기해도 어떤 공무원도 그래서 좋다고 하는 이는 없을 것처럼 경찰관도 마찬가지다.
은행을 예를 들어보자.
은행이 9to4 근무라고 해서 4시 이후에 퇴근한다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단지 공식 업무를 종료할 뿐이다.
사건은 담당 수사관에게 온전히 지정이 되고 옆자리에 있는 수사관이 그걸 알지도 못한다.
오로지 민원인과 담당 수사관만이 알 뿐이다. 모든 관계된 일을 둘 만이 정해야 한다.
자료제출, 조사 일정 모든 것들이 1:1로 이루어진다. 담당 수사관이 없으면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자료 제출하면 그저 받아줄 뿐이다. 그 정도밖에 하지 못한다.)
그런데 피의자의 경우에는 수사관 혼자서 조사를 받을 수가 없다. 조사실에 함께 있지 않는다고 해도 사무실(조사실과 사무실이 별도로 분리되어 있는 곳들이 많다.)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조사는 대부분 9to6 사이에 이루어진다.
주말이나 야간에 받을 수 있느냐고 요청하면 어렵다는 답변을 할 수밖에 없다. 교대 부서가 아닌 9to6 일근 부서는 똑같이 월-금 근무 이기 때문에 주말과 밤에 쉬어야 한다.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다.
업무시간에 고소인, 피의자, 참고인들의 조사를 하고 조사가 없는 시간에는 수사보고서를 쓰고 영장을 치는 등 '수사'를 해야 한다. 시간이 한없이 부족하다. 사람을 만나는 날에는 집중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조사 일정이 없는 저녁시간 등을 활용한다. 결국 야근을 한다. 그런데 그 시간에 사람을 만나면 조사 외의 수사를 할 시간이 없다.
복지센터 등의 업무는 9to6을 받아들이면서 경찰업무를 그 시간에 해야 한다고 하면 무슨 경찰이 그러냐는 항의를 한두 번 받아본 것이 아니다.
이 격차는 어디서 오는 걸까 늘 궁금하다.
심지어 교대 부서조차도 24시간 근무하는 당직일에는 언제 출동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조사 일정을 잡기 어려울 수 있다. 교대 부서 근무자들도 조사 일정을 일근 날에 잡는 경우가 더 많다.
고소 등을 진행한다면 9to6에 시간을 내야 할 생각을 미리 해두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