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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벌레 잠잠이 Dec 02. 2021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광해군일기>

'광해군일기'를보며 인종을 떠올리다


책 제목: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작가: 박시백

출판사: 휴머니스트

발매: 2008.01.14




  <광해군일기>를 보며 나는 비운의 왕이었던 인종을 떠올렸다.

  태어나자마자 당시 중전이었던 친어머니를 잃고 궁 밖인 양반집에서 자라 아버지 중종의 사랑도 충분히 받지 못했을 인종. 그럼에도 따뜻한 성품에 어질었던 사람.

  계모인 문정왕후가 자신의 친아들인 명종을 왕좌에 앉히기 위해 갖은 계략을 꾸미지만 그녀를 의심하기는커녕 효자의 도리를 다한 인물. 중종이 세상을 뜨자 몇 달간 곡기를 끊고 자신의 몸이 상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아들.

  문정왕후와 그녀의 아들 명종이 인종에게는 위험한 인물이었을 텐데도 경계하기보다는 그들을 배려했던 큰 그릇.

  광해군은 선조의 적자가 아니라는 점은 인종과 다르지만 태어나면서 친어머니인 공빈 김 씨를 잃고 아버지 선조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인종과 비슷하다.

  게다가 임진왜란 당시 선조는 요동으로 도망갈 계획을 세우고 광해군에게는 적지 근처에서 군사들을 독려하는 위험한 일을 맡긴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왕위 자리를 움켜쥐고 광해군 보다도 어린 새 왕비에게 낳은 영창대군에게 넘겨주려고 했었다.
 
  그런 불안한 세월을 장장 16년이나 견딘 광해군은 끝내 왕좌에는 앉지만 끝이 좋지 않은 왕이 되고 만다.
  전시 중에 선조와는 다른 용맹한 태도로 군인들에게 힘을 보태주어 백성과 많은 신하들의 존경을 받을 만큼 일처리도 똑 부러지고 카리스마도 넘쳤다.

  당시 중국 명나라에 대해 비굴할 정도로 굽신거렸던 대신들에 비해 세계정세도 제대로 보고 누르하지가 이끄는 여진족 후금에 대해 중립적인 태도를 견지한 것도 현명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세자 시절 불안함이 왕위에 앉아있는 동안에도 없어지지 않은 듯 역모에 관한 일들에 지나치게 과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면서 그에 대한 평가가 갈리기 시작한다.
 
  재정이 어려운데도 끊임없이 궁궐 공사를 밀어붙인 것도 여론을 반전시키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결국 광해군의 불안함은 기정 사실화되고 인조반정이 일어난 것이다.


  그의 자리를 위협했던 영창대군은 사라졌으나 영창대군의 친모이자 대비는 광해군에게도 계모였으므로 폐서모 상소가 있어도 어쩌지 못했던 것. 그녀가 직접 움직인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녀가 광해군을 폐위하고 반정을 주도한 능양군을 인조로 옹립한 셈이니.

  박시백의 지적처럼 경험의 역사가 그들의 행동을 지배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설득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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