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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벌레 잠잠이 Oct 19. 2021

장희빈 외 숙종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4_숙종실록

  박시백 화백이 후기에서도 썼듯 숙종은 '장희빈'이 영화나 드라마로 여러 차례 만들어졌기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숙종이 현종의 뒤를 이어 14살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는 사실이나 어린 나이에도 대비의 수렴청정 없이 곧바로 친정을 시작했다는 건 몰랐었다.  

 게다가 어린 숙종은 결단력 있고 분명한 목소리로 여러 대신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확실 하게 전하고 따르도록 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송시열을 위시한 서인 천하의 정국에 남인을 적극 기용한다던가 또 아예 서인으로 뒤집기를 한다든가 하는 등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력도 노련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숙종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뒤집기를 반복해 피바람을 부른다. 역사책을 읽을 때마다 이런 상황이 너무 끔찍하게 느껴진다.


  장희빈이 낳은 아들을 세자(훗날 경종)로 책봉하고 장희빈을 중전 자리에 앉히기 위해 숙종이 계비 인현왕후를 내치는 과정에서도 많은 사람의 희생이 있었다.


 이때 인현왕후를 중전에서 폐출시키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박태보, 오두인 등 86명이 연명으로 상소를 올리자 숙종이 한밤중에 친국을 하는 장면도 참혹하다.


  박태보는 형신을 받으면서도 비명 한번 지르지 않고 대답도 시종 침착하게 했다 한다. 오두인 역시 가혹한 고문 아래서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니 참으로 존경스럽다. 얼마나 심하게 고문을 했으면 이 두 사람은 유배령을 받고도 바로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런 목숨을 건 반대에도 숙종은 인현왕후를 폐출시켰고 장희빈을 중궁전에 앉혔다. 그러나 폐비 인현왕후에게 의리를 다하는 무수리인 최 씨가 숙종의 총애를 받고 숙원으로 아들을(훗날 영조) 낳으면서 상황은 또다시 달라진다.


  폐비 인현왕후가 복위되고 장희빈은 강등된 것이다. 중전을 내치고 그 중전을 다시 불러오는 등 엄청난 일들을 자신의 뜻대로 관철하는데서 변덕스러우면서도 다혈질인 숙종의 성격이 보인다.


  훗날 장희빈이 낳은 경종이 짧은 시간 왕위에 있었던 반면 최숙원이 낳은 연잉군 영조는 조선조에서 가장 장기집권을 하는데 숙종의 이런 변덕스러우면서도 다혈질인 기질을 많이 닮은 듯하다.

  이 시대 아쉬운 인물이라면 '안용복'이다.
당시 일본은 울릉도가 자기네 땅이라 우기며 고기잡이를 하고 당시 죽도(독도)에는 일본인이 살기도 했는데 조선 조정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사이에 안용복이 일본에 가서 대마도 도주까지 만나 사죄를 받고 태수에게도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땅이라는 확답을 받아왔다.


 저자의 말대로 어느 외교관도 해내지 못한 담판을 명쾌하게 이끌어낸 안용복에게 조정에서는 상을 주기는커녕 유배 보냈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후기에서 박시백 화백은 그동안 '장희빈'을 연기했던 여배우의 이름을 나열해 놓았다.
김지미, 남정임, 윤여정, 이미숙, 전인화, 정선경, 김혜수...
  나는 이 중 이미숙, 전인화, 정선경, 김혜수 그리고 최근 연기한 김태희가 한 장희빈을 알고 있다. 드라마를 다 보지는 않았으나 한 두 장면에서라도 본 그녀들이 연기한 장희빈 이미지는 떠오른다.


  이 중 나는 이미숙이 연기한 장희빈을 잊을 수 없다. 이미지도 잘 어울렸지만 이미숙의 열연은 마치 진짜 장희빈이 그렇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게다가 그녀가 사약을 받고 죽어가는 장면을 보면서는 장희빈이 낳은 아들이 훗날 왕위에 오른다는 내레이션이 위안이 될 정도였다.


  아마도 상대역인 숙종은 유인촌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의 연기도 최고였다.  

최근 장희빈을 연기한 김태희의 상대역인 숙종은 유아인이었는데 드라마를 보진 못했다. 유아인은 숙종 연기를 어떻게 했을지 궁금하지만 장희빈이 누구냐에 따라 드라마의 흡인력도 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숙종도 그렇지만 장희빈의 삶 자체가 너무도 드라마틱했으니 말이다.



*한 두줄 평

 마치 이 시대의 인물들은 박시백 화백이 그린 모습이었을 듯한 생각이 들 정도. 조선왕조실록을 독파하고 연구하고 저자만의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 이 책의 백미!


[도서]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세트

저자: 박시백 글,그림
출판사: 휴머니스트 | 201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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