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해소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나요?
주변은 너무 빠르게 흘러가곤 한다. 분명히 여기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보이지 않는 음식점. 며칠 자고 일어
나보니 어느새 멀어진 여러 관계. 이제는 더 이상 안 쓰이는 유행어와 밈. 나만 알았는데 모두가 알아버린 최애.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 이런 변화가 눈에 많이 띌수록 세상의 변화와 흐름을 거세게 느끼곤 한다.
손쓸 새도 없이 점점 커져만가는 불확실성이 나를 집어삼킬 때가 있다. 이런 상황을 매번 마주하면서도 어찌저찌 살아가곤 한다.
그럴 때마다 '불안을 예방하면 좋을 텐데'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그 순간은 예상치 못하게 찾아오니까 말이다. 밥을 먹다가 본 유튜브에서, 잠자기 전 본 넷플릭스 드라마에서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도 어디에서나 마주칠 수 있는 세상이니까. 눈 딱 감으면 지나갈 거라고 잠자코 기다려도 봤다. 그런데 더 심해지기만 하더라.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다가 덩그러니 남아있는 찌꺼기는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그냥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나에게 있어 편안한 순간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언제 마음이 편안해지는지 알게 되면 쉽게 불안을 해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편안함은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순간에서 온다. 생각을 해방했을 때 오는 좋은 느낌은 나쁜 느낌을 장악한다. 마음이 답답할 때면 머릿속에만 머물러 있던 생각을 아주 솔직하게 적어 내려가 본다. 그냥 막 휘갈기며 적는다. 말 그대로 아무 말이나 한다. 입에만 머물다가 간 말도 다 모두 글로 써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찾아오는 편안함을 즐긴다. 후련함을 느낀다. 잘 풀리지 않던 문제가 풀린다는 걸 온전히 느껴본다. 잘 안되던 게 이제야 되는 느낌이다. 잃어버린 나를 찾은 느낌은 언제나 좋다. 생각만 해도 속이 시원하다. 그렇게 계속 나를 찾아내는 과정을 거친다. 길을 걸으면서 떠오르는 질문이 있으면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둔다. 그건 나에게 던지는 중요한 질문이므로. 그러고 나서 두고두고 나만의 답을 생각해 본다. 이 시간을 소중하게 느낀다. 그리고 더 깊이 생각해 본다. 스스로 답을 내릴 수 없을 땐 답답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마침내 답을 낼 거라는 걸 안다. 그리고 답을 마주한 순간은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가슴 속 무언가가 시원하게 뻥 뚫리는 느낌이다. 아주 시원하다.
나에게 있어 글을 쓴다는 건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마음껏 적을 수 있는 기회다. 처음에는 생각나는 말을 빠르게 뱉는다. 아무리 이상하게 얘기하더라도 괜찮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다. 안심되지 않는가? 누군가에게 검사 맡지 않아도 된다. 글은 많이 써두는 게 마음 건강에 좋다는 걸 느꼈다. 나의 마음을 이해하고 헤아려줄 수 있는 사람이 내 옆에 24시간 찰싹 붙어있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힘들 때 꺼내본다.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다. 그저 하고 싶은 말을 막 뱉을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곧 즐거움이다.
응어리진 마음을 해소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매우 다양할 것이다. 누군가는 어떻게 해소하면 좋을 거 같냐고 물어보기도 할 것 같다. 몇 개 써 내려가 보면 당신은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는 걸 좋아할 수도 있다. 글을 막 써 내려가는 걸 좋아할지도 모른다. 친구와 만나서 안에 있던 응어리를 쏟아내는 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강렬한 록 음악을 듣고 화려한 일렉기타 소리에 풀릴 수도 있다. 때로는 좋아하는 향기와 함께하는 잠깐의 샤워 시간일 수도 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하는 운동에서 개운함을 느낄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그때 생기는 집중력은 신기하게도 불안을 잠재운다. 책은 한 번에 다 읽을 수도 있지만 보통은 한 번에 다 읽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주로 궁금한 게 있을 때 책을 읽다보니 발췌독이 습관이 되었다. 그리고 가끔은 일상에 지쳐 책을 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읽고싶은 책을 집어 들고 읽고 싶은 부분만 따로 떼어 읽는다. 한 부분만 읽으려고 빌렸던 책이 재밌어서 단숨에 읽어버릴 때도 종종 있다. 그럴 땐 그저 편안한 순간을 누리면 된다. 일상에서는 전자책을 읽는 순간이 많다. 울렁거리는 버스나 차에서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많기 떄문이다. 전자책보다 실물 책을 좋아해도 멀미가 심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아쉽다. 책을 한자리에서 2시간, 3시간씩 읽을 때도 있지만 주로 10분, 30분씩 끊어 읽는다. 그렇게 되면 더 자주 몰입하고 더 자주 편안해질 수 있다.
적는 행동은 더 깊은 몰입을 부추긴다. 책에서 문장을 기록하는 건 유튜브 영상을 보며 기록하는 것보다 자유롭다. 앞뒤 내용을 내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상은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 있으면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야 한다. 5초 정도 뒤로 가서 내용을 다시 보고 기록해야 한다. 어렵다. 그렇지만 책은 바로 그 자리에서 기록할 수 있다. 기억에 남기고 싶은 문장을 종이나 노트북에 나만의 속도로 적는다. 그리고 이는 나중에 큰 자산이 되어서 일상이 무너질 것만 같을 때 친절하게도 손을 잡아준다. 책은 언제든 내용을 충분히 소화할 시간을 주어서 좋다. 그뿐만 아니라 적을 수 있는 시간도 얼마든지 내어준다. 책 내용을 적어 내려갈 때마다 작은 배려를 받는 좋은 느낌이 든다. 작가와 둘만 아는 얘기로 소통하는 듯한 느낌은 덤이다.
그럼 책을 읽지 않고 글쓰기를 하지 않을 때 불안한가? 그건 아니다.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하는 시간은 오로지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과 같다. 나를 위한 배려이다. 주위가 어떻든 내가 깊게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생각하고 싶은 것을 다시 돌이켜보며 멈출 수 있는 순간을 선물해 주는 것이다. 생각을 할 수 있는 틈을 여는 순간이다. 이 시간은 내게 소중하다.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그저 잠시 스스로를 바라보기만 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일상을 바쁘게 살다 보면 이 시간을 잃어버리게 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손톱을 뜯어가며 스스로 만든 불안 속에 갇혀 있곤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를 위한 순간을 곁에 두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시 알아챈다. 그리고 매번 다짐한다. 나를 잃지 말자고.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나를 잃을 때 가장 불안해했다. 주변의 방해꾼이 몰아세운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의식적으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을 천천히 돌아본다. 삶에 크고 작은 문제는 없는지. 빨래나 설거지같이 기본적인 생활은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는지. 좋아하는 취미생활은 하는지 물어본다. 그리고는 지금 불안을 느끼는 부분이 있는지 물어본다. 스스로를 더 알고 싶다며 자신에게 질문한다. 그러면 나아진다.
건강한 삶을 위해 스스로가 언제 불안해하는지 알아가자. 나를 잃어버리는 날이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편안한 순간으로 다시 찾아가자. 그리고 불안을 잠재우자. 만약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잘 안되면 좌절도 해주자. 그리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으로 이동해보자. 나는 노란 조명 아래로 가거나 다정한 사람 곁으로 간다. 그리고 잠시 모든 걸 멈추자. 받아들이기 어려운 순간을 받아들일 수 있게 괜찮다고 토닥여주자. 내가 나를 잃어 불안해하지 않게 스스로를 존중해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