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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이 Jan 12. 2024

8화. 덜 쓸까? 더 벌까?

뭐가 더 중요해?


"띠링~"

- ktIOT 8,800원 결제


"띠링~"

- Apple 3,300원 결제



이틀 동안 카드 자동결제가 된 내역이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는 말이 생각났다. '너는 신경 쓰지 말고 부지런히 벌기만 하면 돼.'라고 말하는 것처럼 알아서 내 통장에서, 내 카드에서 돈이 빠져나간다.



최근들어 제대로 정신을 부여잡고 소비를 통제해 보겠노라 애를 쓰고 있지만, 예전에는 나가는 돈을 막을 뾰족한 대책이 없으니 막연히 더 벌어야지 싶었다. 더 노력하면 하고 싶은 것도 하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 가고 싶은 것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계속 일 할 맛이 나지 않겠는가.  



성과급을 받으면 해외여행 항공권부터 알아봤다. 연차를 쓸 수 있는 날짜를 눈치껏 골라서 가장 저렴한 항공권을 구입하고, 항공권 구입에 성공하면 숙소 검색과 쇼핑을 했다.

일이 끝나면 밖에서 지인들과 함께 밥도 먹고, 카페도 가서 늦은 시간까지 그날의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런날이 많았지만 습관이 되어 지출되는 돈이 아까운 줄도 몰랐다. 빚만 안지면 되지 했었다.











습관이 된 소비 패턴은 결혼을 하고서도 쉽게 달라지지 않았다. 빚지지 않을 만큼 내가 가진 돈 안에서 최대한 누리며 살고 싶었다. 요리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어 외식도 많이 했고, 독박 육아에 보상받고 싶어서 조금이라도 몸을 편하게 해 줄 만한 가전 기기들을 보면 어떻게든 사야 했다. 그때는 그 모든 것들이 다 '어쩔 수 없는' 이유들이었다. 그러니 더 버는 수밖에.



아이가 크고 학교를 가면서 나도 이직을 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맞벌이가 됐다. 일단 더 버니까 뭔가 나아질 듯했다. 없던 수입이 생기니 자신감도 생기고 뭐든 시간이 지나면 더 좋아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보니 역시나 똑같이 손에 남는 건 없었다.




'진짜 뭐가 문제인거지?'




나이가 40이 다 되어서야 그동안 뭘 잘못 생각했나?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절약해야 하는 것도 알고, 소비 통제 해야 하는 것도 알고, 집집마다 사정이 다르니 우리 집 사정에 맞게 재무설계를 해야 하는 것도 안다. 그래서 나는 그에 맞게 했고, 열심히 벌었는데 왜 나아지지 않는 거지?' 하는 구체적인 질문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질문을 던지고 보니 '절약이 뭐지?, 지금 소비 패턴은 전혀 바꿀 수 없는 건가?, 정말 더 버는 것만이 답인가?, 언제까지 벌어야 하지?, 만약 남편이 벌 수 없다면 최저 생계비는 얼마지?' 등등 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하는 기본적인 질문들이 틈만나면 마음속에 울려퍼졌다.



나이는 계속 들어가고 갈수록 체력도 예전같지 않은데 싶어서 덜컥 겁이 나는 날도 있었다. 불안한 마음에 돈에 관련된 책을 몇권 읽었다. 내내 책장에 꽂혀있던 책들인데도 필요할 때 읽어서 그런지 경각심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그러고 나니 소비에 대한 태도까지 바뀌었다.





예전에 가계부를 썼을 때는 그냥 '기록'이었다. 예산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 시도 때도 없이 필요한 것이 생기는 육아용품과 소모품에 대해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감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카드 내역이 가계부를 대신하게 되었다.


최근에 다시 결심을 하고 가계부를 쓰면서 식비만큼은 예산 안에서 관리하겠다 마음먹었다. 하지만 예산 안에서 식비를 관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매달 몇 천 원, 몇 만 원이 초과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예산을 세우고 체크카드를 사용했을때는 초과 범위가 크지 않았고, 예상 가능한 범위였다.





변동 지출이면서 가장 줄이기 힘들었던 식비. 한 번씩 보상심리가 발동해서 큰 지출까지 생기는 부분이 었다. 지금도 여전히 주말에는 외식을 하고 있고, 힘든 날에 배달을 시키기도 하지만 예산 안에서 생활을 한다는 것은 소비를 통제하는 시스템이 된다는 것을 느꼈고, 오히려 이 안에서 더 큰 만족감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도 느꼈다.



나는 손도 느리고 요리도 못하고 감도 없는, 일명 요똥(요리 똥손)이다. 식재료를 사 와도 어떻게 자투리 식재료를 해결해야 할지 감이 없고, 만들어도 맛이 없어서 버리기 일쑤였다.




지난날 내가 식비를 절감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내가 7~8년 만에 다시 가계부를 쓰면서 가장 먼저 식비에 예산을 세우고 통제를 하기 시작한 데는 아들의 역할이 크다. 만둣국 하나도 레시피 없이 끓일 줄 모르던 나는 아들 덕분에 야채 손질, 이유식, 간단한 찌개 등을 끓이면서 요리가 조금씩 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없이 음식쓰레기가 되었던 식재료들이 수업료가 된 셈이다.  




돈 관리의 기준도 없고, 소비 절제력도 없는 상태에서 소득에만 치중하면 힘들게 벌어도 남는 게 없다. 그걸 진즉 알았으면 좋았을걸 한참을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20대부터 야무지게 소비관리를 하는 어린 친구들을 보면 여태 뭐 했나 싶은 후회도 밀려오지만 비싼 값을 치르면서 얻은 교훈이 있으니 이제부터는 소비와 소득을 함께 잘 관리하는 제대로 된 재테크를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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