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묘사, 여성 영웅이 가진 소수자성
사라 스튜어트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
시공주니어
2007
안녕하세요! 벌써 열한 번째 그림책 여행입니다.
모두 즐거운 여행하고 계시는지요? 갑자기 날이 쌀쌀해져 밖에 나가기보단 집에 콕 박혀 따뜻한 이불속에 있고 싶어지는 오늘, 여러분에게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그림책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오늘의 여행지는 사라 스튜어트가 쓰고 데이비드 스몰이 그린 <도서관>입니다. 부부 사이인 두 저자가 쓴 이 책은 1995년 뉴욕타임스에서 올해의 그림책 상에 선정되었으며, ABBA Award에서 Honour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이 책은 조금은 독특한 엘리자베스 브라운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부드러운 수채화와 펜 드로잉으로 표현된 그에 대한 묘사를 집중해서 살펴보지요.
표지에서 보이는 엘리자베스는 빨간 곱슬머리에, 안경을 쓰고, 책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책수레에 책을 가득 담아 걸어가고 있습니다. 환한 봄 꽃이 핀 배경이지만 그가 입은 초록색 긴팔, 긴치마는 다소 우중충해 보입니다. 그는 수레에서 책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세상의 다른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그를 바라보는 검은색 고양이는 일반적인 의미처럼 불행을 나타내는 건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도 궁금케 하네요. 도서관이라는 제목과 함께 표지 그림을 해석해 보자면 이 책의 내용이 그가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기 위해 가는 동안 겪게 되는 일 일수도 있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며 겪게 되는 일일 수도 있겠지요. 알쏭달쏭합니다.
도서관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면지에 책장에 책이 가득 찬 그림이 등장합니다. 책, 도서관이라는 키워드가 표지 속 책벌레 엘리자베스와 연결고리를 갖지만, 오른쪽 하단에 놓인 램프와 소파는 이곳이 공공 도서관이라기보다는 개인 서재와 같은 느낌을 줍니다. 엘리자베스처럼 이 도서관에도 특별함이 숨어 있는 걸까요?
타이틀 페이지가 여러 장에 걸쳐서 등장하며 주인공이 비가 오나 날씨가 좋으나, 봄이나 겨울이나 책 읽는 것에만 푹 빠져있음을 보여줍니다.
본문에서 매 페이지는 양장 책의 꾸밈으로 장식되어, 그림책 내에서도 책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합니다. 작가는 사각 틀 안에 삽화를 두어 글과 그림을 분리된 공간에 배치했습니다. 딱딱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 배치를 아기, 고양이같이 틀을 오고 가는 존재를 등장시킴으로써 재미를 부여합니다. 글 옆에 펜으로 그린 작은 삽화는 포인트이자 흑백인 글과 함께 칼라인 메인 삽화와 대비를 이루는 것은 물론, 메인 삽화에 등장하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보조 역할을 합니다.
우선 엘리자베스는 탄생은 특별합니다. 글 옆의 삽화로 보여주듯 황새가 물어다 주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지요. 익숙한 설화적 출생이지만, 그는 슈퍼히어로의 육체적인 재능과는 반대로 마르고, 눈이 나쁘며, 수줍음이 많습니다. 단지 책을 많이, 빨리 읽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요. 책 읽기 능력이 그는 어떤 도움을 줄까요? 그는 어떤 인물로 성장해 도서관과 연관관계를 가질까요?
삽화 속 배경 또한 그의 성격을 읽어 낼 수 있는 독특한 요소가 등장합니다. 그녀는 미혼 여성(Miss. Muft)이 세운 학교에 입학했고, 버지니아 울프와 톨스토이를 벽에 붙일 만큼 좋아합니다. 그가 가져온 트렁크에는 책만 한가득 있고, 소수자적인 모습(메마른 몸매와 큰 안경, 붉은 머리)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의 성장 후, 이 페이지에서 작가는 엘리자베스가 좋아하는 것과 관심 없는 것을 재미있게 담아냈습니다. 그림은 구도적으로도 한 장면이기에 펼친 페이지에 한 화면으로 그려져도 될 법한데, 굳이 차를 들고 곰인형과 함께 누어서 책을 보는 엘리자베스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찬 한 컷과 그에게 관심 밖의 것인 연애에 발만 보여주며 심드렁해하는 한 컷으로 나누어 그렸습니다. 이성보다 책을 더 좋아하는 모습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지요. 그의 품에 안겨있는 곰인형은 숨은 그림처럼 매 페이지 등장하며, 유년기를 지나서까지 오랫동안 그의 곁을 지킵니다.
이후, 글을 통해선 그는 우연히 도착한 도시에서 선생님을 하고 있다 합니다. 하지만 그가 수업을 하는 모습은커녕 여전히 오로지 책에만 관심을 쏟는 모습만이 지속적으로 등장합니다. 오히려 책을 모으고 보느라 실생활에 허술한 면모를 보여주는 페이지들의 연속되지요. 그의 집에는 항상 고양이와, 자신의 애착 인형이 존재합니다. 엘리자베스의 얼굴은 한 번도 명확하게 등장하지 않으며 책을 보는 모습들만 다양하게 묘사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책이 집에 가득 차자, 그는 처음부터 그렇게 하기로 한 것처럼 한치의 망설임 없이 그의 집을 공공 도서관으로 기부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그는 친구 집에서 같이 책을 읽으며 여생을 보냅니다. 이상하고도 이상한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자기 이름을 딴 도서관을 설립한 여성이지요.
자신이 일생동안 모아놓은 재산을 자신의 뜻을 기려 도서관이라는 공공시설로 환원한다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사람을 이 시대의 영웅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영웅인 엘리자베스가 묘사된 방식은 그를 다분히 괴짜같이 보이게만 합니다. 얼굴은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며, 일반적 영웅처럼 육체적으로 강인하지도 않고, 사회성이 뛰어나지도 않으며, 어리숙함을 뛰어넘는 반전 매력 또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는 나이와 상관없이 항상 자신의 애착 인형을 가지고 다니고 고양이와 함께 삽니다. 내용에서 그가 도서관을 설립하기로 한 뚜렷한 계기나 의지도 또한 드러나지 않고요. 마지막 그의 모습은 정상가족을 이루는 것이 아닌 여성과 같이 살기에 그를 레즈비언이라고 해석할 여지도 남기고 있습니다.
빨간 머리, 마른 몸, 큰 안경, 책벌레, 수줍음은 서구의 소수자에 대한 고정관념적 묘사입니다. 여성 소수자가 주인공이자 영웅이 된 것이 기쁜 한편, 여전히 다양한 여성 영웅이 부족한 그림책 시장에 공적인 일을 해낸 캐릭터가 이러한 특수성과 고정관념만이 크게 부각된 것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여자 어린이들, 여성 성소수자들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겠지요? 더 많은 다양한 여성을 그린 그림책을 탄생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캐릭터에 집중한 오늘의 여행은 어떠셨나요? 그림책은 담고 있는 다양한 요소 중 어떤 것을 해석하냐에 따라 각기 다른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답니다. 다음 주에는 또 다른 그림책의 면모를 보는 여행을 떠나보아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