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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현 Jun 13. 2022

대기업과 스타트업 전격 비교

어느 규모의 회사에 가는 게 좋을까?

어느 규모의 회사에 가는 게 좋을까? 많은 분들이 한 번쯤은 고민하게 되는 문제입니다. 단순하게 네임밸류만 보고 대기업을 선택하거나, 자유로운 문화만 생각하고 스타트업을 선택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죠. 자신의 커리어가 달려있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각 회사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에게 잘 맞는 환경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모두 다녀본 사람으로서 총 다섯 개 분야에서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물론 회사마다 차이가 있으니 평균적인 정보로만 봐주세요.


1. 연봉 및 복지

2. 동료

3. 기업 문화

4. 업무 프로세스

5. 업무 스타일




1. 연봉 및 복지

평균 연봉은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단, 여기에는 ‘같은 직급일 경우’라는 전제가 붙습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의 시니어 연봉과 스타트업의 시니어 연봉을 비교했을 때는 평균적으로 대기업의 시니어 연봉이 더 높습니다. 그러나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에 갈 때 직급을 한두 단계 높여서 가는 경우도 종종 있으며, 높아진 직급으로 연봉을 비슷하게 맞추거나 올려서 가기도 하기 때문에 스타트업 연봉이 절대적으로 낮다고 볼 순 없습니다.


복지는 대기업이 더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기업은 대규모로 제휴가 가능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에 비해 복지를 제공하는 비용 부담이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는 복지가 있다고 해보죠. 음식을 제공하는 회사와 계약할 때, 몇천 명 단위로 계약하는 것과 몇십 명 단위로 계약하는 것은 인당 단가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회사 규모가 크다면 아예 전용 셰프를 고용할 수도 있겠죠. 이런 이유로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비해 보다 양질의 복지를 제공하는 편입니다.


연봉과 복지 외에도 스타트업은 초창기에 합류하는 직원들에게 꽤 높은 비율의 주식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가 더 성장해서 주식 시장에 상장을 하고, 나중에 그 주식의 가치가 높아지면 이른바 대박이 날 수도 있겠죠. 대기업도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곳이 있지만, 스타트업만큼 주식을 많이 주는 대기업을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미 회사의 규모가 커져 있는 대기업은 스타트업처럼 드라마틱하게 성장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회사 주식으로 대박까지는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2. 동료

대기업에서는 보통 주기적으로 신입사원을 뽑고,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통해 트레이닝한 뒤 인력이 필요한 팀에 배치합니다. 그리고 각 팀에는 이런 신입사원을 교육해줄 수 있는 높은 연차의 선배들이 있죠. 그래서 대기업에 다닐 때는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부터 20년 차 이상 부장님까지, 다양한 경력을 보유한 동료들과 함께 일했습니다.


반면 스타트업에서는 대졸 신입 사원은 안 뽑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기업처럼 교육을 담당하는 팀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직원 수도 적기 때문에 교육에 투자할 시간과 인력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아예 경력이 없는 신입을 채용해 교육시키기보다는 적당한 경력(최소 3년)이 있는 직원 위주로 채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경력직을 선호하긴 하지만, 연차가 20년 차 이상인 동료는 보기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회사에서 일부러 채용을 안 한다기보다는, 연령대가 높은 직원들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을 선호하다 보니 스타트업에 잘 지원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 결과 대기업에 비해서는 동료들의 경력이 비슷비슷하고, 직원들의 평균 연령대도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각 환경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대기업에서 다양한 경력의 동료들과 일하는 것의 장점은 회사 내에서 일을 배울 사람도 많고, 가르쳐줄 사람도 많다는 것입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볼 선배가 있고, 후배가 들어오면 내가 그 선배의 입장이 되어 질문에 답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는 웬만큼 경력이 높지 않은 이상 항상 나보다 지식이 풍부한 선배들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기보다는 선배들의 도움에 의존하게 되는 경향이 있죠.


반면 스타트업에서 경력이 비슷한 동료들과 일하는 것의 단점은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나서서 해결책을 제시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먼저 겪어보고 조언을 줄 수 있는 선배가 없는 환경에서는 각자 알아서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환경이 개인을 더 성장하게 만들기 때문에, 이는 단점인 동시에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3. 기업 문화

대기업의 문화는 스타트업에 비해 수직적입니다. 직원이 많을수록 관리자도 많아지고, 그만큼 승인 라인도 길어지니 수직적일 수밖에 없죠. 중요한 일을 진행하는 경우 여러 단계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저 같은 실무자는 팀장님에게, 팀장님은 상무님에게, 상무님은 또 전무님에게 승인 요청을 하게 됩니다. 그 승인 라인 중에 한 명이라도 반기를 들면 일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되므로, 결국엔 윗분들의 입맛에 맞게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반면 스타트업에서는 보다 수평적인 문화를 볼 수 있습니다. 대기업에 다니다가 전 직원 수가 60명인 스타트업에 입사했을 때, 제 직속 상사가 CTO여서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이처럼 승인 라인이 짧고, 리더와의 소통이 직접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직원 수가 적으니 한 명 한 명의 임팩트가 크고, 그만큼 개개인의 의견이 존중됩니다. 비교적 경력이 낮은 직원도 윗사람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으며, 오히려 그런 적극적인 태도가 권장되는 환경입니다.


4. 업무 프로세스

대기업에는 업무 프로세스가 상당 부분 이미 정의되어 있습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별도의 팀이 프로세스를 정립하며, 새로 들어오는 직원은 그 프로세스를 잘 배워서 이에 맞게 일하면 됩니다. 따라서 업무 프로세스를 새로 만들기 위한 별도의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러나 한 번 정립된 프로세스는 개인이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프로세스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따라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그 반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백지상태에 가까운 환경에서 직접 새로운 프로세스를 만들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며 가장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선정해야 합니다. 그만큼 일이 더 늘어나는 것은 단점이지만, 이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죠. 프로세스를 잘 정립하면 개인적인 성장을 얻을 뿐 아니라 팀의 성과 또한 향상할 수 있으며, 이런 과정에서 일에 재미를 느끼고 성취감을 얻기도 합니다.


5. 업무 스타일

대기업은 인력이 많은 만큼 일이 세분화되어있습니다. 한 팀이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보다는, 각 팀이 잘하는 일을 집중해서 하는 게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대기업에서는 팀을 옮기지 않는 이상 한 가지 분야에서만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스타트업에서는 직원 수가 적으므로 이러한 세분화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각 직원이 일당백을 해야 하며, 같은 팀 내에서도 다양한 일을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성향에 따라 장점으로 보일 수도, 단점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다시 ‘어느 규모의 회사에 가는 게 좋을까?’라는 질문으로 돌아오면, 애석하게도 정답은 없습니다. 중요한 건 본인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에 잘 맞는 회사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정답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주니어에게는 대기업을, 미드 레벨에게는 스타트업을 추천합니다. 이제 경력을 막 시작하는 주니어는 대기업에서 체계적인 교육과 잘 정립된 업무 프로세스를 보고 배우고,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인 미드 레벨은 스타트업에서 주도적으로 업무를 이끌며 시니어로 성장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니어가 되고 나서는 그냥 개인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모두 경험해볼 가치는 있습니다. 아무리 말로 들어도 직접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어느 쪽이 자신에게 잘 맞는 환경인지 알기 어려우니까요. 직접 부딪혀 보면 자신에게 더 적합한 환경이 어느 쪽인지 보다 명확하게 보일 거예요. 또한 다양한 환경에서 일해보면 그만큼 시야가 넓어집니다. 자연스럽게 “회사는 이래야 한다”라는 편견이 줄어들고, 어느 환경에나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이런 능력은 커리어 전체에 도움이 되므로, 기회가 된다면 두 환경을 모두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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