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과거, 딸의 오늘

엄마의 과거가 딸의 현재가 되고, 딸의 오늘이 엄마의 추억이 된다

by 뚝이샘
엄마의 과거가 딸의 오늘이 되고,
딸의 오늘이 엄마의 추억이 된다.


“엄마, 나 생리 시작한 것 같아.”
딸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 통.

“정말? 괜찮아? 놀라지 않았어?”
“엄마, 나 중1이야. 친구들은 이미 다 하고 있어.”



나는 그때 엄청 겁이 났던 기억이 있다.

무지해서 그랬는지, 피를 보는 순간 너무 무서웠었다.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는데,
우리 딸은 담담했다.
두려움도, 당황도 없이
그 순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제 우리 딸, 어른이 되어가네.
오늘 초경파티 해야겠다.”


전화를 끊고 가만히 생각한다.
그저 생리 하나 시작했을 뿐인데,
아이의 목소리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을 들었다.


나의 첫 월경은
겁과 당황, 그리고 눈물로 시작되었다.
그날의 나는 너무 어려서
세상이 내게 너무 빨리 찾아온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 딸은 달랐다.
놀람보다 이해가 앞서고,
두려움보다 평온함이 앞섰다.

그 모습이
참 대견하고, 또 고마웠다.



임용고시의 긴 시간을 버티며
나는 ‘두려움 속에서도 자라는 법’을 배웠다.

그때는 하루하루가 불안했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조차 나를 단단하게 만든 성장의 과정이었다.

이제는 그 이야기를
어른이 되어가는 딸에게 들려줄 수 있다.


“엄마도 그랬단다. 처음엔 무서웠지만, 결국 다 괜찮아졌어.”


이제 나는
딸에게 세상을 가르치는 엄마가 아니라,
딸을 통해 세상을 다시 배우는 사람이다.


먼저 지나온 엄마의 시간,
이제 걸어오는 딸의 시간.


엄마의 과거가 딸의 현재가 되고,
딸의 오늘이 엄마의 추억이 된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시간을 건너며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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