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한 번도 나를 탓하지 않았다

by 뚝이샘

그는 한 번도 나를 탓하지 않았다



사랑은 말보다,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지켜주는 마음으로 증명된다.



요즘 남편의 사업이 어렵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결코 싸우지 않는다.

14년의 결혼생활 동안,
내 입장에서는 싸운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땐 몰랐다.
내가 참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남편이 더 많이 참아준 거였다.


임용의 긴 시간 동안
나는 공부만 했다.

그때 남편이 느꼈을 무게를 이제야 느낀다.

더욱이 그 당시

아이를 돌봐주던 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다.

모시고 산 것은 아니었다.
그냥 상황이 그렇게 흘렀다.

남편이 먼저 꺼낸 말.
“이렇게 된 거 어머님과 함께 살자.

뚝이는 공부에만 집중해. 내가 알아서 할게.”



그때는 그 말이 고마웠다.

지금 돌이켜보면,
한 남자가 감당하기엔 벅찬 현실 속에서도
가족을 먼저 생각한 매우 큰 용기였고 사랑이었다.



그때 그는 나를 탓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내 뒤를 지켜주었다.

싸움은 ‘동등한 조건’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그 시절, 우리는 동등하지 않았다.

나는 꿈을 좇았고, 그는 가족을 지켰다.
한쪽은 버티고, 한쪽은 믿었다.

그래서 싸우지 않았다.
그것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었다.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남편의 사업이 매어 어렵다.

이제는 내가 그의 곁을 지켜야 할 차례다.
가끔은 불안이 스며들고,
때로는 막막함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는 우리 가족을 위해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이라는 걸.


싸워서 무엇하랴.
이제는 그에게 힘을 주고 싶다.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요즘 남편이 웃으며 말한다.
“우리 뚝이, 내가 잘 키웠네.

이제야 대화가 되네.”


그 말에 웃음이 났다.
하지만 마음 한켠이 찡했다.

이제야 대화가 되는 게 아니라,
이제야 내가 그의 마음을 들은 거다.


그동안 나는 ‘합격’을 꿈꿨지만,
그는 ‘가정의 합격’을 지켜냈던 사람이다.

조금 힘들어도 괜찮다.
우린 싸움 대신,
서로를 단단하게 만든 사랑으로 늙어가고 있다.


30년 뒤에도 그의 손을 꼭 잡고 말하고 싶다.

“여보, 그때 우리… 참 잘 버텼지?”

그때의 눈물은 이제 미소로 남아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엄마의 과거, 딸의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