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결혼의 민낯을 넘어 여드름과 피지까지
저번 편에 이어서 이번 글에서도 요즘 MZ들의 결혼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려 한다. 다만, 1편에서는 결혼 준비 과정에 대한 내용이었다면, 이번에는 결혼에서의 상대 배우자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본다.
'결정사'라고 들어보았는지 모르겠다. 지하철 역사 광고판을 지나다 보면 한 번씩 보았을 듀오, 가연 등의 결혼정보 회사를 줄여서 결정사라고 흔히들 부른다. 젊은 애들 참 별거 다 줄인다며 혀를 끌끌 찼다가, '별거 다 줄인다'라는 말 자체도 길어서 '별다줄'이라고 한다는 걸 알았을 때는 세상이 미친 건지 아니면 내가 미친 건지 혼란에 빠질 수도 있으니 유의하자.
아무튼 이제 결혼 적령기에 막 진입하려는 친구들에게서 결정사에 가입에 대한 이야기가 슬금슬금 나온다. 요즘 결혼 생각이 아예 없거나 결혼을 일부러라도 늦게 하고 싶은 사람이 정말 많긴 하지만, 어떻게라도 하루라도 젊은 시기에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친구들은 공개 FA 시장에 자신을 등록함으로써 적극적인 행보를 시작하기도 한다.
듀오에 가입한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의 정한 기준에 따라 필터링이 되어 2주에 한 번씩 3명의 추천인이 소개된다고 한다. 그때 자신이 그 추천 프로필과 사진을 본 후 만남을 원하고, 동시에 상대방도 그 만남에 동의할 때 만남은 이루어지게 된다. 이상적인(?)것처럼 보이는 이 과정은 사실 만남 직전에 대한 기대치가 일반적인 소개팅보다 훨씬 더 높기 때문에 오히려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아직도 이런 게 먹힐까 정말 의아하지만, 배우자를 찾아 사내 또는 지역 독서모임을 찾는 사람도 있다. 거기서 성사가 되면 여자친구/남자친구를 만나는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독서는 억지로라도 하게 되니 하나는 남는 장사다. 다른 취미생활인 테니스, 스쿠버다이빙, 클라이밍 등도 배우자를 만나는 주요 접점이 되기도 하고, 일반적인 친구나 회사직원들을 통한 소개팅은 여전히 배우자를 만나는 주요한 통로이다. 나는 입사하자마자 회사 동기로 만나 결혼을 했는데, 나의 원 단위 월급명세서와 휴가, 각종 수당을 마치 네이버 cloud를 사용하듯 공유되고 있다. 사내부부는 부러운 존재일까? 여러분의 판단에 맡긴다.
주변을 돌아봐도 40대 중반을 넘어가는 남자직원들의 아내분들은 가정주부의 비율이 정말 높다. 결혼을 할 당시에는 직장을 다닌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결혼을 하시고 직장을 그만두셨다고 한다. 그때는 그런 게 크게 특별한 경우가 아니었고 남자가 돈 많이 벌어서 먹여 살리면 되지! 라며 오히려 그런 것이 남자의 '가오'였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남자의 경제력뿐만 아니라 여성의 '지속 가능한' 경제력 여부가 연인의 결실에 큰 요소로 자리 잡았다. 바꿔 말하면 남녀 모두에게 경제력이 필수가 된 사회가 되었다. 그 이유는 첫 번째로, 아무래도 치솟는 집값을 빼놓을 수 없다. 혼자 살면서 내 집 마련을 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 느낌인데, 거기다 결혼해서 애까지 있는데 외벌이를 한 다는 것은 땅 파서 별 따보라는 소리와 똑같은 것이다. 혹 누군가 '예전에는 반지하에라도 살다가 열심히 저축해서 집 샀어!'라고 하는 사람에게는 '지금 반지하가 얼마인지 아세요?'라고 되물어주기 바란다. 정말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결혼시기의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최소 현재의 부동산 상황에서 맞벌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두 번째 이유는 말 그대로 돈 쓸 일이 많아졌다. 젊은 연령층의 라이프스타일이 크게 변화된 것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직장인의 야근은 99%였고, 회식하는 날이 안 하는 날보다 더 많았으며, 주말에도 온전히 쉬는 날을 찾아보기 드물었다. 어떻게 보면 돈을 쓸 시간을 회사에서 막아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5년 동안 정말 하루가 다르게 체감이 될 정도로 각자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점차 늘어났다. 그들만의 리그로 생각되던 골프는 그 대중성이 이젠 30대 초반까지 내려왔고, 그 외에도 클라이밍, 수영, 테니스, 쿠킹, 필라테스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이 자기만의 취미를 갖게 되었다. 오히려 취미가 없다면 쟤는 도대체 뭐하고 사는 거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이렇게 삶이 재미있어졌는데, 경제적 이유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사랑만으로 결혼을 할 수 있을까? MZ는 바보가 아니다. 그냥 사랑만 할 뿐, 결혼을 하지 않고 나의 라이프를 즐기는 편이 되려 낫다고 생각한다. 남자든 여자든 자신의 현재의 행복한 여가를 유지시켜줄 수 있는 배우자를 찾고 있다.
딩크족은 히딩크 형님을 추종하는 무리들이 아닌 Double Income No Kids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맞벌이 무자녀 가정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1980년대 후반경 들어진 새로운 가족 형태인데, 한국에서 딩크족이라는 말이 사용된지도 꽤 되었으며 일반적으로 자녀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 확대되어 통용된다. 내가 대학생 때 들었던 딩크족은 2세를 가지지 않으려 하는 특별한 분류의 종족(?)으로 취급되었으나, 전 세계 유래가 없는 출산율 0명대를 기록하는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는 완전한 주 종족이 되었다. 2020년 기준 결혼 5년 차 이전의 신혼부부 중 무자녀 비율이 44.5%라고 하니, 이제 곧 자녀를 낳는다고 하면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너 정말 대단해!라고 칭찬해 주어야 할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자녀계획이란 가정을 꾸리면서 가장 중요한 이슈인데, 결혼 → 자녀였던 자연스러운 공식이 깨지면서 사람마다 자녀계획에 대한 생각이 아메바 세포분열하듯 급속도로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결혼하기 전 배우자의 2세에 대한 의견이 더더욱 중요해졌다. 서로의 의견 합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혼까지 어려워지거나 결혼하더라도 고통받는 분을 꽤 보았다. 가끔 회사에서 다자녀 vs 딩크가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장면은 교황이 조계종 주지스님에게 종교를 설득한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오히려 요즘에는 강아지를 자식만큼 생각하며 키우는 부부들이 많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자식 키우는 보람과 그 가치가 있다면 꼭 자식을 낳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자녀계획은 각자의 처한 상황을 고려한 자신만의 가치관이다. 더군다나 인생을 한번 사는데 굳이 누구의 의견을 따라야 한 것은 더욱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가치관의 다양성으로 인해 결혼 전 가족형태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가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결혼은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 아니다. 어떤 그림을 그릴지 물감을 고르고 도화지를 고르는 준비단계이다. 좋은 재료이면 멋진 그림이 탄생할 수도 있지만, 담뱃갑 속의 은박지 종이에 그림을 그린다고 그 가치가 낮다라고 할 수 있을까? 배우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지만, 이 글이 참 편협적인 글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여러분은 세상 어떤 다이아몬드보다 가치 있는 그림을 함께 그릴 수 있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