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2030 세대도 하도 많이들 외제차를 타서 솔직히 별로 놀랍지도 않지만, 방향제 냄새만큼은 아주 죽이는 E클래스를 탄다. 가끔 지나가는 E클래스를 볼 때마다 그 친구가 생각나서 한 번씩 차 색깔을 기억하려 하는데, 그때마다 매번 헷갈린다. 한국인의 특성상 무조건 검은색 아니면 흰색인데 그 두 개를 헷갈리니 답답함이 극에 치솟아 mbc 퀴즈가 좋다 10단계 문제를 놓쳐버린 마냥 화가 나기도 한다. 이상하다. 왜 우리는 태정태세문단세는 기억하면서 매번 이렇게 가끔 단순한 걸 잊어버리는 걸까? 정말 신기한 뇌구조다.
특히 부동산 용어에서 헷갈리는 것은 면적이다. 여러분이 면적을 모른다고 해서 아크로리버파크에 살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돈이 없어서이다), 인터넷을 통해 어떤 데이터를 확인할 때는 정확한 면적에 대한 개념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네이버 부동산은 분양면적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는데 이 분양면적이 공급면적이라서 우리가 보통 아는 전용면적 59㎡, 84㎡로 찾기가 어렵다. 특히 주거용 오피스텔은 분양면적이 계약면적이기 때문에 더 헷갈린다. 이런 면적 개념은 부동산으로 누군가와 얘기할 때 (돈은 없어도) 유식하게 보이는 힘이 되기도 하므로 헷갈리는 용어들을 정리하도록 하자.
여기서 보이는 면적은 공급면적이다. 알았으니 이제 구매하러 가자.
부동산은 아래 기본적인 4가지 면적만 알면 된다. 나머지 면적들은 이 4가지 면적을 조합하여 활용하는 것으로 부차적인 개념이므로 걱정할 것이 없다.
① 주거 전용면적 : 우리가 실제 생활을 영위하는 공간
② 주거 공용면적 : 주거 전용면적을 쓰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공용부의 면적 (계단, 엘리베이터 등)
③ 기타 공용면적 : 공동이 사용하는 시설의 면적 (주차장, 노인정 등)
④ 서비스 면적 : 전용면적 외 서비스로 제공되는 면적
아래는 부차적인 면적이므로 위의 4가지를 서로 조합해서 만드는 것이다.
공급면적 (① 주거 전용면적 + ② 주거 공용면적)
공급면적이란, 오로지 "주거" 만을 위한 것들을 포함하여 묶어놓은 것이다. 우리가 주거 전용면적이라 부르는 집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복도 등도 필요한데 이러한 주거목적의 용도로 쓰이는 것의 총집합임을 의미한다. 우리가 보기에는 전용면적이면 충분할 것 같지만, 하나의 완성된 건물을 짓는다는 의미로 생각해보면 공급면적부터가 의미가 있다. 주거 전용면적만 있고, 주거 공용면적은 없는 15층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 퇴근 후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가는 상상을 해보자.
계약면적 (① 주거 전용면적 + ② 주거 공용면적 + ③ 기타 공용면적)
계약면적이란, 사용자가 분양을 받을 때 주차장, 커뮤니티시설, 노인정, 관리사무소 등을 포함하여 실제로 건설사와 계약하는 면적을 표현하기 위해 쓰이는 용어이다. 그럴 수는 없지만, 여러분의 똥고집으로 공급면적만 떼어내서 계약한다면 주차장에 차를 대는 순간 범법자로 분류되어 철창 속이 여러분의 주거 전용면적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주거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집을 알아보기 때문에, 혹시라도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주거 전용면적과 그 가격이 동일하다면 주차장과 그 부대시설의 면적이 넓음을 의미하는 계약면적이 높은 곳을 선택하는 곳이 좋다.
특히 재개발 재건축 투자에서는 더 중요하게 쓰이는 개념인데, 건축원가를 계약면적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재건축단지의 평당 시공비를 50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전용면적 34평을 가지고 있는 조합원의 건축원가는 34평 x 500만원이 아닌 계약면적 기준인 40평 x 500만원이 된다.
실 사용면적 (① 주거 전용면적 + ④ 서비스 면적)
실 사용면적이란, 서비스 면적을 포함하여 우리가 진짜로 사용하는 면적이다. 보통 발코니, 베란다라고 부르는 부분이 서비스 면적인데 전용면적과 구조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0평 정도 되는 어마어마한 크기이다. 정말 웃긴 것이 집을 이용하는 99% 사람들이 자신의 실 사용면적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실 사용면적을 알기 위해서는 서비스 면적을 알아야 하는데, 이 서비스 면적은 계약서에도 없고, 입주자 모집공고에도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도면 치수를 통해서 직접 재봐야 아는 것인데 아무도 도면으로 서비스면적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대충 느낌 아니까.
이 서비스 면적은 아파트의 경우 법적으로 가능하고, 오피스텔의 경우 불가능하다. 따라서, 같은 84㎡의 "똑같은" 주거 전용면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아파트는 서비스 면적을 확장공사하면 84+(37)㎡ 의 실 사용면적을 갖게 되고, 오피스텔은 그 자체로 84㎡를 갖게 되어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84㎡라해서 오피스텔을 갔더니 무슨 이렇게 크기가 작아? 하면 오피스텔이 듣고 섭섭해할 수 있으니 그러지 말자. 아파트가 치사하게 서비스 면적을 줘서 84㎡의 의미가 왜곡된 것이다.
발코니는 도면으로 계산해야 한다. 이 도면에는 사방팔방 발코니가 다 있어서 확장하면 운동장이 된다.
분양면적
분양면적이란, 법적 용어는 아니지만 분양광고를 할 때 쓰이곤 하는 용어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는 분양면적을 공급면적으로 사용하고, 오피스텔은 분양면적을 계약면적으로 사용한다. 이것은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각각 주택법과 건축법으로 다른 법의 영향을 받아 기인한 것으로, 법적 용어도 아닌 만큼 실제로 분양면적이란 말 자체는 헷갈리므로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이것은 관행이므로 서두에서 말했듯이 네이버 부동산이나 호갱노노도 보통 이 분양면적을 기준으로 면적을 제공한다. 모든 것을 전용면적으로 통일시키면 좋겠지만, 내가 와이프의 티셔츠를 개고 난 후 원래 두었던 곳에 두지 않으면 그분의 분노와 짜증을 감당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어차피 오피스텔도 원래는 태생이 주거목적이 아니어서 주거면적에 대한 부분이 초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모두 이해했다면 여러분의 부동산 면적에 대한 내용은 완벽하다고 생각해도 좋다. 여러분이 그동안 헷갈렸던 이유는 대부분 정말 중요한 기본 4가지 면적과 그것의 조합으로 인한 파생 면적이 구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일 당장 회사에 가서 부동산으로 거들먹거리던 정과장과의 모닝커피 타임 때 "정과장은 실 사용면적이 제대로 얼마인지 모르면서 살고 있지?"라고, 던져보자. 어이없는 듯 쓴웃음을 지으면 다시는 정과장에게 부동산으로 말을 걸지 말자.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아는 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