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이제 합리화를 곁들인
[mideocre]는 그저 그런, 보통의 라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이다. 미디오-컬이라고 읽는데 '나 그냥 눈에 밟히는 흔한 학생따리였어요'라고 할 때 쓰인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보았던 영단어인데 나중에 참 써먹을 때가 많은 단어겠네 하면서 한방에 외워버린 단어이기도 하다.
우리는 일생을 특별하게 살아보기로 수없이 다짐해 보지만 그 특별한 종자들의 경계 안에 들어가면 한없이 평범해져 버린다. 작년만 봐도 브런치 작가에 심사통과 되었을 때, 난 마치 목차와 스토리를 써내고 출판사 계약을 극적으로 마친 책저자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왜냐하면 주변에 브런치를 아는 사람은 많아도 브런치 작가인 사람은 한 번도 못 봤고 (물론 주변에 말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겠지만) 심사를 통과했다는 자체가 굉장한 자부심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런치를 하면 할수록 도대체 여긴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남는 곳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가지지 않은 그 스페셜한 무언가를 가지고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아니 애당초 작가를 떠나서 난 무엇을 잘하고 무엇에 특별함이 있는 거지 고민해 봤다.
① 특별한 직업이 있는가? : 직장인이다. 이름은 대기업이지만 특별한 재능으로 회사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사람 같지는 않다. 할 수 있는 건 내 시간과 노동을 파는 것뿐이다. 다달이 내가 회사의 돈을 가져가서 미안할 정도이다.
② 특별한 재능이 있는가? : 없다. 그렇다고 특별히 못하는 것도 없다. 차라리 그랬더라면 차라리 인생이 다이내믹했을 수는 있겠다. 투자도 적당히 못하는 것 같다. 코인으로 천만 원으로 적당히 잃어봤다. 옛날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흥미를 끌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라 평생 스토리값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다른 사람들 앞에서 투자로 천만 원 꼴았다고 하면 대화에 끼지도 못한다. 요즘 폭망스토리 공감 시세는 최소 이-삼천으로 시작한다.
③ 특별한 경험이 있는가? : 그네에서 제비돌기하다가 떨어져서 팔 부러진 경험이 있다는 건 아직 못 들어봤으니 그건 특별한 경험은 맞다. 3년 전에 결혼을 했는데 하도 사람들이 결혼을 안 하니 본의 아니게 결혼자체가 다른 사람들에겐 특별한 경험이 되고 있는 것 같다.
④ 잘생겼나? : 엄마랑 와이프한테만 잘생겼다. 그 마저도 후자에게는 약발이 다해가는 중이다.
따지고 보면 특별한 건 정말 상대적이고 모호한 단어이다. 내가 롯데타워 시그니엘 산다고 해서 특별한가? 시그니엘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산다. 그럼 시그니엘 안에서는 특별한 사람이란 누구를 말하는 거지? 거기서 제일 잘 사는 회장님만 특별한 사람인가? 그러면 그들이 모이면 또 누가 특별한가? 끝도 없다.
따라서 특별한 사람이란 우리가 만들어낸 허구의 단어이다. 모두가 각자의 인생을 사는 이미 특별한 인생인데 왜 특별한 사람이 되려고 하는가? 나는 이것을 인정하기로 했고 과장하지 않고 나 그냥 자체로 발전하는 인생을 써보기로 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You 그리고 나 모두 각자의 스토리가 있지 않은가?
* 저는 이미 지구인 모두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정의하였으므로, 다음 달에 롯데타워 시그니엘 이사 가는 것은 크게 의미 없다고 판단하고 현재의 22평 전셋집에 머물기로 계획을 급히 수정하였습니다. 대신 2023년 여러 가지의 삶의 목표를 정했으니 먼 미래의 거창한 삶보다는 올해의 내 목표를 이루는 과정을 브런치와 함께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