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계획표
새벽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계획표를 짜는 것입니다.
어떤 날은 글을 쓰는데 집중하기도 하고 일하는 시간, 아이의 책을 살펴보는 시간으로 갖기도 합니다.
매일 똑같이 하는 일도 있습니다. 책을 읽는 것과 하루 계획표를 짜는 것입니다.
내 하루를 시간별로 쪼개어 정리를 하고 책을 읽습니다. 책은 머리를 깨어나게 해 주고, 다이어리에 하루를 기록하다 보면 왜 조금 더 일찍 일어나야 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새벽 기상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이지요.
이 일정표에는 빠지지 않는, 아이와 관련된 네 가지가 있습니다.
아이 식사 메뉴, 즐거운 아침 준비시간 보내기, 오후 아이 집중 놀이, 저녁 그림책 시간이에요.
새벽 기상을 하기 전까지는 즐거운 아침이 된 적이 사실 얼마 없습니다. 이른 일정이 없는 한 아이와 함께 일어나 멍하니 있다가 아침을 주고 급히 준비를 마친 뒤 아이를 재촉하며 어린이집에 빠른 걸음으로 향했습니다.
너의 아침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그러다가 아이가 커가고 아이의 감정과 표정이 다양해지는 걸 보며 몇 가지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나의 어린 시절 아침. 저는 어릴 때 아니 30대 중반까지 단 하루도 아침이 즐거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그것과 대조되는 이미지로 몇 년 전 들었던 팟캐스트에서 여유 있게 주변을 바라보며 등원하는 엄마와 아이 모습을 묘사하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아침을 좋아하진 않더라도 모든 에너지의 시작점인 아침의 햇살에는 얼마나 큰 에너지가 들어 있는지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문득 그 아침을 아이에게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날마다 아침이라는 새로운 선물을 받아들이는 것을 습관이 되게 하고 싶었어요.
아이가 일어나기 전 이른 아침, 바깥을 보고 아이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까 생각합니다. 어떤 날은 날씨, 간단한 영어 문장, 사랑을 덜 전한 것만 같은 전날 밤이었다면 엄마의 사랑을 담은 책을 두기도 합니다. 아이가 혼자 읽고 매트에 놓고 간 책을 읽어주려고 올려놓기도 하고요.
그리고 따뜻한 물 한 잔과 요거트. 요거트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견과류를 한가득 넣어서 식탁에 올려 둡니다. 차가운 물을 너무나 좋아하는 아이라 아침 첫 잔만큼은 따뜻한 물을 마시라는 의미로 따뜻한 물을 놓습니다. 요거트는 건강뿐만 아니라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라 좋아하는 것들로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날짜 일력 한 장을 찢어 아이의 자리에 둡니다. 제 일력에는 달이 변하는 그림이 함께 있어 달을 좋아하는 아이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합니다. 매일 변하는 달의 모습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을 보며 올려 두길 잘했다 생각을 해요. 그렇게 오늘이 몇 월 며칠이야 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렇게 준비가 끝나면 아이가 먼저 깨지 않는 이상, 아이 방에 들어가 얼굴을 어루만지며 아침을 알리는 노래를 제 마음대로 만들어 불러 줍니다. 그러면 대부분 아이는 눈을 채 뜨기도 전에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엄마를 안아 주는데, 하루 중 꽤나 행복한 시간입니다.
하루하루가 선물이 될 수 있도록
40년 가까이 살아보니 하루하루가 선물입니다. 매일 하루는 새롭게 시작되고, 이 하루하루를 내가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나에게 많은 것을 내어주기도 어떤 것을 앗아가기도 합니다.
이러한 엄마와의 아침을 기억하며 아이가 커서도 어제의 힘듦일랑 툴툴 털어버리고 오늘을 다시 새롭게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가 옆에 없을 부쩍 큰 성인이 된 그때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쭉 하루하루를 선물처럼 아끼고 소중하게 살기를, 그렇게 아침을 시작하기를 진심으로 바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