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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도 bando Jul 06. 2022

새벽 1시에 일 고민하는 습관 가진 사람  

접니다. 네.

생각하는 시간은 중요합니다. 요즘 들어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0에서 1을 만들어야 하는 일을 업으로 하고 있다 보니, 직장에서는 모니터만 응시한 채로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엑셀 시트에 늘어놓은 마켓 조사 자료들을 보면서 '이걸 어디다 갖다 놔야 많이 파나...'하고 내적 알고리즘을 끊임없이 확장하곤 하니까요.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누군가는 이걸 보고 일 열심히 안 한다고 하더군요. 반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고, 반은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기반이 없었던 일을 갑자기 영업일 내내 소란스럽게 한다는 말은 때 이른 실행을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때론 그게 더 큰 손실을 부릅니다. 참 어렵습니다. 


열심히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적게 일하고 많이 벌라는 말이 있다지만, 아무 보람 없이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지요. 누구나 열심히 하고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다만 '열심히'의 모양은 저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평소에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살아요. 이런 마인드는 직장에서 더 도움 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주변에서 불만 가득한 평이 쏟아지는 사람이더라도, 일적으로 강점이 있으면 그 부분을 보고 타협합니다. 뭐 진짜 엄청나게 비도덕적인 일을 저지르지 않은 이상...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로만 대하면 되니까요.       


그렇게 특정 영역에서 강점을 가진 사람을 한 분 한 분 만나며 일하는 매 순간이 저에게는 기회입니다. 그분이 설사 제 입에 밥 떠 넣어 먹여주지 않더라도요, 무언가 하나쯤은 배워가는 게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서, 무례하지만 화술에 능한 고객과 만나면 후에 그와 비슷한 유형의 사람을 만났을 때 대하는 방법을 알게 될 테고, 마케팅 회의에 나가면 업무 상식을 알게 될 테고, 상사에게 보고를 올리면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알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제가 즐겨보는 한 HR 전문 유튜버 분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반복이 전문가를 만든다고. 저런 예시들이 매일매일 반복되어야 결과가 나올 겁니다. 그래서 제겐 업무를 하는 매 순간이 기회예요. 


이렇게 생각하면 전 정말 많은 기회를 누리고 있죠. 일단 첫 번째로, 일적으로 자율권이 어느 정도 주어진다는 점. 두 번째로, 매일매일 상사나 동료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 (그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건 안되건). 전 중간보고를 정말 많이 하거든요. 맞는 방향 일진 모르겠지만... 진짜 하다가 안 되는 부분이 생기거나, 결과가 불분명한 이슈가 생길 땐 무조건 연락을 해서 물어봅니다. 가끔 내가 너무 귀찮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요. 제가 맡은 일을 가능한 정해진 시간 내 완수하고 싶으니까요. 이처럼 기회란 건 여러 사람과도 얽혀 있는 일이라서 저를 더 성과에 집착하게 만듭니다. 더 잘하고 싶고, 어떻게든 되게 만들고 싶고. 혼자 집에 있으면 그런 도움들을 못 받으니까요.  


집에 있을 때도 도움을 받긴 하는데요, 책이라던지 온라인 강연 같은 걸 통해서 보충 학습을 하곤 합니다. 그만큼 실무에 대한 제 고민의 골이 깊은 거죠... 책, 온라인 강연처럼 어떤 루트를 통해서 공부를 하겠다 라는 게 정해지면 그다음부터 이제 더 골치 아파집니다. 유튜브 들어왔어, 서점 왔어, 알겠어. 근데 무슨 장르 공부할 건데? 무슨 키워드로 검색할 건데? 이게 골 칩니다. 실무 노하우를 쌓으려고 결심했을 때, 제가 제일 처음 맞닥뜨린 고민은 '프로덕트 공부가 필요할까? 기술적인 공부가 필요할까?' 였어요. 지금 와서 내린 결론은, 필요할 거 같은 건 일단 다 찾아보는 거였습니다. 제품-실무 기술은 결국 연결고리가 있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관계더군요. 더 나아가면 조직 공부가 되겠죠. 일단은 이것저것 보고 듣고 실제로 적용해보고 하니 3가지가 좀 가닥이 잡혔습니다. 


저는 또 자기반성을 많이 하는 타입인데요. 처음에는 이런 제 자신을 보고 너무 혼자서만 공부하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한 친구가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너한테 재량권을 주는 일이면 어차피 그 일은 너 혼자 삽질을 하든 말든 상관없는 일일 것이다.'


당시 들었을 땐 어이가 없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틀린 말은 아니더군요. 진짜 중대한 일이면 더 높은 사람들이 했겠지, 나한테 맡겼겠어? 그리고 묘한 책임감이 생겨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내가 하고 싶은 거,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거 최대한 공부해서 다 시도해보자 이렇게요. 그래서 예전에는요, 내 외부에 있는 사람들을 만족시켜야 된다고 생각해서 제품의 기능적 가치에 대해서만 공부했어요. 예를 들면 지금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 그 기업들이 팔고 있는 메인 제품들, 또 그 제품에 탑재된 기능이나 서비스 같은 것들이요. 눈에 확연히 보이는 데이터를 알고 있으면 칭찬받기 쉬우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제품과 고객 간의 관계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 졌어요. 어떤 우수한 기능이나 서비스가 없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그걸 본능적으로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 배경은 뭘까... 하는 것들이요. 


이런 고민들로 여러 밤을 지새웁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수면 시간이 이리 늦을는지요. 주저리 이만 줄이고 얼른 자야겠습니다. 내일 또 출근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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