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일한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통 Feb 19. 2024

남자친구가 변했다

'올해 꼭 이루고 싶은 일'이라는 이야기에 남자친구가 올해는 그런 게 없다는 대답을 했다. 

올해는 무엇을 꼭 이루겠다는 목표로 뭔가를 바삐 하는 것보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사람들과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바라는 목표에 가닿는 것 같다고.


아니 세상에? 이 사람 입에서 이런 문장을 듣게 될 줄이야.

내가 알던 그는 가장 아까운 시간이 사람들과 스몰토크를 하는 것이며,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목표지향적인 사람이었다. 항상 어딘가를 향해 가장 빠른 속도로 돌진하고 있는.


그런데 올해 이루고 싶은 일에 이런 대답이라니. 충격적이었다.

지난 몇 년 간, 아니 지난 몇 달간 유독 많은 변화를 겪은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서 지켜보며 느끼고도 있었다.


하지만 이 대답을 듣는 순간, 내가 알던 그 사람은 이제 없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은 변한다. 나도 변하고, 남자친구는 이미 변했다.


우리가 관계에서 겪는 많은 문제는 궁극적으론 변화와 연결되어 있다.

변하지 못해서거나 혹은 변해버려서거나. 

적어도 나에게는 확실히 그랬다. 


아주 오랫동안 나는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를 힘들게 하면 해결하기보다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 버리는 게 더 익숙했다.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내가 받아들이면 되는 일이라고.

그래서 누군가의 단점이 보이면 이야기하고 맞춰가기보다 매번 먼저 조용히 참는 쪽을 선택했다.

그리곤 '내가 이 단점을 참을 만 한지'로 그 사람과의 관계 유지를 결정하곤 했다. 

(으. 지독한 회피형 인간)


그런데, 그렇게 해보면 관계가 유지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인내심은 결국엔 고갈되기 마련이니까.

미련하게 내 마음을 알리지도 못하고 밀어내 버린 많은 인연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나와 가장 가까운 관계에 대해서 생각했다.


가장 가까이에서 수 없이 많은 나의 결점을 지켜봐야만 하는 나.

나는 내가 변할 수 없다고 믿고 있었다. 

부족한 게 있으면 챙겨서 고치고, 바뀔 수 있다고 격려도 하고 혼도 냈어야 하는데 

나는 내가 변할 수 없다고 믿고 나를 방치해 두었다.


무언가를 해내지 못할 때마다, 혹은 바보같이 행동할 때마다 내가 그렇지 뭐. 하고 생각했다.

나라는 두껍고 무거운 옷은 내가 입혔다. 그리고 벗을 수 없다고 믿었다.


그런데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자, 지금 나에게 제일 가까운 사람이 변하는 걸 보니 이제는 알겠다. 

사람은 변할 수 있고, 변한다.


Once you step into foreign territory though, you might feel anxious and disoriented. 

All of a sudden, nothing is familiar. 

You have no landmarks, nothing to go by, 

and all of the predictability of the world you’re used to is gone. 


<Maybe you should talk to someone>, Lori Gottlieb

매거진의 이전글 책이 너무 안팔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