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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인 Dec 06. 2023

인스타가 말아주는 '맥락'의 묘미 , 쓰레드

1120®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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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인스타그램은 스레드라는 텍스트 중심의 SNS를 내놓았다. 이미지 중심의 SNS였던 인스타그램의 고질적인 문제는 유저들의 공허감이다. 이미지와 글을 같이 올릴 수 있는 무대가 주어졌을 때, 많은 유저가 선택한 방식은 방어적 소통이었다. 인스타그램이라는 공간은 내밀한 속 이야기부터 무거운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기엔 다소 위압감이 느껴진다. 나부터도 포스팅 이미지 밑에 100자 이상의 글을 적는 것에 엄청난 거부감을 가지게 되니 말이다. 실은 줄줄이 이어지는 글자보다 사진 몇장으로 나를 설명하고 보여주는 편이 훨씬 쿨해보이므로. 순간의 감정으로 쓴 글에 대해 하루가 지나고 감정의 농도가 옅여지면 내가 쓴 글이라 하더라도 낯설어 질때가 종종 있다. 내가 지우지 않는 한, 영원히 박제될 것만 같은 글이 매일 보이는 피드에 있는 것은 마치 내 흑역사를 박제해두는 것과 비슷한 부끄러움일 수 있겠다. 반면 트위터의 경우 글자 중심의 인터페이스와 실시간 소통 방식이 유저로 하여금 피드가 언제든 다른 글에 의해 아래로 밀린다. 누군가의 시선에서 사라진다는 안도감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좀 더 편안하고 가볍게 개인의 생각을 개진한다. 


결국 인스타그램 피드의 추상화는 소통의 벽을 만들 수 밖에 없다. 이미지가 텍스트를 대신하고, 더이상 깊이 사유하는 개개인의 생각들을 통해 인사이트를 얻기 어려운 구조가 되는 지점에서, 인스타그램은 경제 효율성의 원리를 배반하기 시작한다. 맥락이 사라진 이미지의 홍수에서 몇시간을 보내고 나면 밀려오는 공허감은 SNS 디톡스를 비롯해 팟캐스트, 트위터, 브런치와 같은 블로그 형태의 플랫폼으로의 이전을 유도한다. 


쓰레드가 첫 출시한 후에 나는 이것이 꽤나 쓸데없다고 느껴졌다. 이미 타 회사가 가지고 있는 비슷한 인터페이스와 기능일 뿐더러 언제든 마켓 내에 있는 비슷한 서비스로 대체 될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 그러나 여기엔 내가 인지 하지 못한 부가가치가 있었다. 우리는 아카이빙 형식의 인스타그램안에서 이미지 중심의 소통이 주는 강력한 장점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언어의 단축으로 인한 경제성, 순간성으로 인한 시간 단축의 효율성 등등이 이에 포함된다. 다만, 이미지와 텍스트의 주 무대를 구분지으면서, 유저들의 니즈를 한층 더 폭넓게 맞춰줄 수 있게 되었다. 인스타그램과 쓰레드 간의 강한 링크 기능은 언제든 유저들이 사고 확장의 모드와 이미지를 통한 시각적 영감을 얻는 모드를 손쉽게 넘나들 수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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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하게 두툼해진 디자인


Thread의 메인 이미지와 UX/UI 디자인 

여기서 Thread 앱의 디자인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우선, 메인 이미지는 끝없이 이어지는 글자들과 실이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으로 구성된다. 전자 메세지들을 통해 더 깊은 소통을 하게 하려는 의도가 잘 보인다. 간략한 어구들, 단어들, 이모티콘과 이모지들로만 대화하던 공간에서 양질의 문단으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추상화된 대화에 가시적인 맥락이 놓이기 시작한 것이다. 기본 500자의 문단을 쓸 수 있는 포스팅은 화면의 왼쪽에 보이는 꼬인 실 모양의 루프로 끝없이 이어질 수 있고 나와 다른 유저들 역시 500자 정도의 긴 글을 남기며 소통할 수 있다. 




쓰레드의 로고 모양 역시 실이 꼬여진 모양이다. 공간 그 자체를 의미하는 영어 at의 인터넷 기호 @을 상징적으로 내세워 사용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대표 아담 모세리는 쓰레드 출시이후 다양한 비하인드를 공유해주고 있는데, 그는 Threads 로고가 누군가의 사용자 이름, 개인의 독립성 및 목소리를 나타내는 고전적인 인터넷 기호 "@"에서 파생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더불어 로고는 스레드가 시작될 때 발생하는 루프에서 영감을 받아 "@"을 중단 없는 라인으로 해석한다. 다소 두꺼운 획을 사용하여 로고를 표현하였는데, 두툼한 획이 왠지 모를 푸근함과 친근감을 준다. 더불어 두께감으로부터 형성되는 공간감이 묵직함과 강한 존재감을 전달하고 있다. 두툼한 선을 사용함으로써 발생한 하얀 Negetive space의 확보는 강한 운동성을 내포한다. 검은색은 왠지 모를 은밀함을 보장해 줄 것만 같으면서도 활자의 기본이 흑백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자사가 텍스트 중심의 소통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양한 색감의 그라데이션으로 표현된 인스타그램의 로고와 꽤나 상반된 디자인이다.


글자 수 제한 500자에 숨겨진 비밀


쓰레드는 500자라는 글자 제한을 대대적으로 공표했다. 2200자의 포스팅이 가능한 인스타그램에 비해 되려 단축된 글자 제한수는 무엇을 의미할까. 인스타그램의 피드 중심 인터페이스는 2200자의 동일한 글자 제한 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스팅과 댓글 사이에 큰 위계질서를 형성했다. 

포스팅에 비해 작은 댓글 공간. 띄어쓰기가 불가능한 구조. 결과적으로 문단형식의 글을 남기기엔 다소 제한적인 인터페이스다. 반면 쓰레드는 보여지는 포스팅과 댓글의 공간이 동일하다. 핸드폰 화면의 제한된 사이즈안에서 적정량의 텍스트를 노출시키면서 위계질서를 없애는 방식으로 인스타그램은 500자를 제안한것이다. 이것은 포스팅 만큼이나 댓글에 긴 문단을 올리기 쉬워진 환경을 구축했다. 인스타그램은 1명의 발화자가 다수를 상대로 스피치를 하는 개념이라면 쓰레드는 동일한 양의 말을 주고 받는 대화를 연상시킨다.




의미있게 쓰레드를 활용하려면?

쓰레드는 기본적으로 짧은 대화체를 이용한 실시간 소통과 이미지 포스팅, 비디오 공유로도 사용할 수 있는 앱이다. 그러나 가벼운 소통보다 맥락이 있는, 무게감 있는 소통으로 앱을 이용하는 것이 앱의 기능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보여지는 특징적인 부분은 일방향 소통 보다는 쌍방향 소통이라는 점이다. 단순한 인사이트 전달과 같은 지식 공유 플랫폼으로도 적합하겠지만 쓰레드로 연결되는 양질의 글이 오고 갈때 의미가 있다. 쓰레드는 오프라인에서 이루어 지던 클럽 활동을 온라인으로 옮겨오기에 적합한 앱인 것이다. 300자가 넘어가는 문단의 글로 서로 주고 받기에 적합한 앱이 있는가? 선뜻 답하기 어렵다. 트위터는 보다 실시간의, 10분내로 이루어지는 대화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카카오톡 역시 장문의 글을 주고 받기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대화를 정기적으로 지워야하는 데이터 용량의 문제도 있고, 실시간으로 접속해서 질문하고 대답하는 프로세스라는 이미지가 이미 굳혀졌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쓰레드는 주제 소개하고 질문을 던져서 여러 사람이 최대 500자에 해당하는 생각을 주고 받으며 클럽 활동을 하기에 적합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쓰레드가 의도된 바 대로 이용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쓰레드 안에서 인사이트를 얻으며 만족하고있는 유저들이 증가하고 있는 걸 보면, 앱 개발 이후 쓰레드는 나름의 성공을 이루어가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더 탄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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