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 어? 생각하셨네요.
많은 후배들이 선배들로부터 높은 빈도로 듣는 말 중 하나가 "그게 되겠어?"입니다. 자매품으로 "생각 좀 해 생각!!"이 있습니다. 저는 오죽하면 이런 말을 할까 하는 선배님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왜냐하면 저도 자주 느끼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느낀다고 그게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볼까요? 내 후배가 협조도 안 해주는 다른 부서에서 "그게 되겠어?" "생각 좀 해라 생각!!"이라는 말을 듣고 왔다고 해봅시다. 선배님들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기분이신가요? 이 상황에서도 후배를 탓하신다면 두 가지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① 정말 싫어하는 후배 ② 굉장히 객관적인 선배
보통, 아니 특히 협조도 안 해주는 부서한테 후배가 혼나고 오면 괜히 내가 욕을 먹은 것 같은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네가 뭔데 그게 되고 말고를 판단하냐?"라고 말을 해주고 싶을 정도로 후배를 감싸게 됩니다. 이 말을 실제로 옮기는 순간 선배님은 즉시 그것이 될 가능성을 높여야 합니다. 이런 상황이라는 가정으로 글을 읽어주시면 수월하게 읽힐 거라 생각합니다.
후배들이 말도 안 되는 의견을 많이 낸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의견들 사이에는 '이거 내가 조금만 귀찮으면 괜찮은 아이디어인데?' 싶은 것도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의견을 내는 빈도가 워낙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단 "안돼"부터 나오기는 합니다. 오죽하면 "선배님"이라고 부르자마자 듣지도 않고 "안돼"가 나올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행착오를 경험시켜주지도 않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면서 후배들은 어떻게 일을 잘할 수 있을까요? "그게 되겠어?"보단 "한번 정리해서 가져와봐", "선배님"이라고 부르면 "안돼" 보단 "왜?"하고 다음 말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그들도 무언가를 하고 선배님들과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네가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말을 너무 쉽게 한다."라고 생각하실 것 같아 덧붙이자면 저는 제가 책임질 수 있는 정도까지는 후배들이 스스로 원하는 일을 가져오면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제 주변에는 '의지'라는 것의 존재를 잊은 친구들이 많아 조금의 '의지'라도 보이면 제가 흥분이 됩니다. 어떻게든 그 의지를 이어가게 만들어주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불편하더라도 의지가 생겼다는 것에 감사하며 흥미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마 선배님들도 비슷한 환경이라 생각합니다.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다."는 말은 의지가 없어 지속하지 못하고 금방 포기하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제 주변에도 그런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만약 누군가가 조금의 의지라도 보인다면 그들에게만큼은 그 뜻을 실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저는 작년부터 시작해 후배들을 위한 업무 노하우 책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비슷한 일을 하는 부서가 모두 읽을 수 있도록 소규모 출판을 진행 중입니다. 또, 그들이 실제 업무를 모의로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 제작 구성중입니다.
제가 프로그램을 다루지 못해 아이디어를 시각화해서 프로그래머에게 맡길 예정인데, 사실 그 누구도 허가해 준 작업이 아니기에 초안을 만들었을 때 어느 정도 예산 지원이 나올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 하나하나가 결국 의지가 있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사실 이 과정을 통해 저도 성장합니다. 겉핥기식으로 알고 있었던 것을 글로 설명하고 시각화하려니 더 공부하게 되고, 타 부서와 협조를 통해 현실화하려니 대인 관계 능력도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여러 강연을 보고 가장 인상에 남았던 말입니다. 뇌는 부정적인 말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후배들에게 "안돼." "못해." "그럴 수 없어."라고 해봐야 그들의 뇌는 이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반복할 겁니다.
내가 성장하며 후배도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너무 이상적인 환경이지 않습니까? 만약 선배님들이 긍정문으로 이런 환경을 만들어줄 수 생각이 있으시다면 후배들과의 소통이 조금은 더 쉬워질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