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후배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자신은 수동적인 사람이라 "이거 해라!"하고 구속해 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조언이 필요한지 공감이 필요한지 파악하느라 먼저 장난을 걸었습니다.
나 : "이거 어때?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시간제한을 걸어보자. 만약에 달성하지 못하면 네가 무서워하는 선배랑 1년 동안 둘이서 같이 근무를 하는 거야."
후배 : "저는 구속이 필요한 거지 협박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방금 말씀하신 거 머릿속으로 상상해 봤는데 옛날에 사지를 동물들에게 묶어 다른 방향으로 뛰게 만드는 형벌당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 : "ㅋㅋㅋㅋㅋ 근데 뭐가 하고 싶길래 구속당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후배 : "음.. 먼저 요즘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이 일을 더 잘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고, 반드시 해야 하는데 하기가 너무 싫은 자격증 공부가 있습니다."
일이 재미있어서 더 잘하고 싶은 욕구는 강한 동기부여가 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 경우 구속을 당하면 오히려 생각과는 반대로 흥미를 잃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반면 반드시 해야 하는데 하기가 너무 싫은 자격증의 경우 구속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봐야 할 점은 옆에 붙어서 계속 구속해 줄 수 있는 사람 또는 장치가 있지 않는 이상 구속이라는 상태를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보통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이면 흥미가 생깁니다. 이 후배가 일이 재미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음이 분명했습니다. 만약 여기서도 흥미를 못 느끼고 있었다면 하기 싫지만 해야만 하는 자격증과 비슷한 상태였겠죠.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스스로 구속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원하는 것은 성장하는 것입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많은 실패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강한 동기부여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반복적인 실패를 경험하면 자존감이 떨어져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잃습니다. 그런데 게임처럼 성장이 눈에 보이면 흥미가 생기기 쉽습니다. 눈에 보이는 레벨과 경험치 시스템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삶에 가져오면 됩니다.
만약 자격증을 따야만 하는 기간이 5개월 안쪽이라면 경험치가 쌓여 레벨이 올라가듯 준비부터 합격까지의 과정을 쪼개는 겁니다.
먼저 집에 있으면 공부가 안된다고 합니다. 그럼 집에서 나가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한 번에 붙을 수 없는 가능성을 가정해 5개월 중 1개월은 응시 기간으로 잡습니다. 나머지 4개월 중 첫 주는 집에서 나가 도서관을 가거나 카페에 가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사실 가는 것이 어렵지 가서 공부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목표를 쪼개서 가면 성공하는 것으로 낮게 잡는 겁니다. 이때는 가서 공부하지 않아도 성공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2주 차는 가서 책을 펴는 것까지입니다. 3주 차부터는 공부에 방해되는 핸드폰을 1시간 꺼두는 것입니다. 3주 차가 넘어가면 중간에 끊지 않는 이상 관성이 붙어 공부계획을 수립해 그대로 행동하기 쉬워집니다. 그래서 4주 차부터는 … 이런 식으로 스스로의 단계별 목표치를 설정하면 고통스러운 과정 속에서 성취감을 느껴 반복적인 실패를 경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약한 동기부여 상태인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설명하니 후배가 이런 질문을 하더군요.
후배 : "자존감이 떨어져 지속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자존감이랑 하고 싶지 않은 일이랑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강한 동기부여 상태에서는 반복적인 실패가 자존감을 떨어뜨리지 않습니다. 이 실패가 결국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무의식 중에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약한 동기부여 상태에서는 반복적인 실패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 선배들의 조언들이 욕으로 들리는 현상 등 많은 부분들에서 조급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 조급함이 자신의 마감기한을 더욱 앞당기고 실패하지 않았음에도 실패했다고 느끼게 합니다. 그렇게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포기합니다.
실패가 많아지면 포기가 많아지고, 포기가 많아지면 도전이 어려워집니다. 자존감이 낮아진다는 것은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줄어들어 결국 하기 싫은 일이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동기부여 상태에 따라 구속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습니다. 약한 동기부여 상태라면 자신의 관점과 환경을 바꾸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단계별 목표를 설정하면 스스로 구속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기부여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1은 10, 100, 1000을 만들 수 있지만 0은 1로 만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